오경옥-보리밭에 일렁이는 바람
어머니의 이마에 보리밭 고랑이 가지런히 갈라졌다
웃으며 말을 할 때마다
눈가를 따라 볼과 입 언저리에서 목으로
험난한 세월이 여울져 흐른다
마흔여섯 해 동안 아버지의 몫까지 혼자 짊어진
어머니의 눈물과 땀과 피로 보리 씨앗을 뿌려놓은 밭이랑
우리는 그 밭고랑이 길이 되도록 오가며 외로움을 키웠다
허리만큼 커진 것은 청보리밭만은 아니었다
커진 보리만큼 깊어져 갔던 어느 해 오월의 하늘
어머니에게 힘이 되어드려야 할지
환히 트인 오월의 들녘처럼 열린 꿈을 찾아가야 할지
보리밭에 일렁이는 바람은 슬픈 딜레마였다
보리밭 이랑으로 여울져 흐른 어머니의 얼굴에 핀 세월
까칠까칠한 누런 보리 숱처럼 어머니의 흰 머릿결
바람에 나부낀다
*오경옥-군산대학교 일반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월간 “문학21”등단, 군산문인협회 사무국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표현문학 회원, 한국미래문화연구원, 청사초롱문학회 회장, 시집 “길은 걸어감으로써 길을 만든다”, “노스텔지어는 은행나무길 위에 있다”, 수필집 “그리움의 숲, 그 배경은 사랑이다”, “그리운 것들은 모두 풍경을 만든다”, 평론집 “시선, 문학의 숲”, 동시집 “가을을 그려요”, 글쓰기 및 논술 교재 “생각이 크는 글나무”1,2,3 엮음
*위 시는 문학세계 2023년 7월호에 실려 있는 것을 올려본 것입니다.
첫댓글 삶의 무게가 가득히 내려 앉아 슬픔은 흰 머리결 바람에 나부끼고.....
우리네 그 시절의 삶이 그렇게 다가오고.....
ㅎ, 회장님의 댓글이 마치 한편의 멋진 싯구로 다가옵니다.
멋진 댓글에 감사드리고,
행복한 금요일과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