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나의 조국이여, 나는 내 피를 그대 쪽으로 돌린다.
하지만 나는 그대에게 간청한다, 아이가 엄마한테 하듯이
눈물을 흘리며.
받아주세요
이 눈먼 기타와
이 잃어버린 이마를
나는 그대를 위해 온 세상에서 자식들을 찾으러 떠났습니다,
나는 눈[雪]으로 만들어진 그대의 이름과 함께 쓰러진 이들을 위로하려고 떠났으며,
그대의 순결한 목재로 집을 지으려 떠났으며
그대의 별을 상처 입은 영웅들한테 가져다주려고 떠났습니다.
인제 나는 그대의 실체 속에서 잠들고 싶습니다.
그대의 가슴 에이는 현(絃)의 맑은 밤을 나한테 주시고
그대의 배[船]의 밤, 별들 가득한 그대의 높이를 나한테 주십시오.
내 조국이여, 나는 그림자들을 바꾸고 싶습니다.
내 조국이여, 나는 장미들을 바꾸고 싶습니다.
내 팔로 그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고
바닷물에 씻겨 희어진 그대의 돌 위에 앉아
밀을 손에 쥐고 그걸 깊이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나는 그 얇은 질산화(窒酸華)를 따겠으며
들의 미끄러운 솜털을 느끼고,
그대의 유명하고도 외로운 바다 거품을 바라보면서
그걸로 그대의 아름다움 위해 해변을 따라 화환을 짜겠습니다.
조국, 나의 조국이여,
공격적인 물과
호전적인 눈으로 둘러싸이고,
독수리와 유황이 그대 속에서 하나 됩니다,
그리고 완전히 인간다운 빛의 방울이
그대의 산족제비와 사파이어의 남극의 손 속에서 타오르고,
적대적인 하늘을 밝힙니다.
내 조국이여, 그대의 빛을 돌보세요!
그대의 꼿꼿한 희망의 밀짚을
눈멀고 겁먹은 공기 속으로 들어 올리십시오.
이 고된 빛 전부가 그대의 외진 땅에 떨어졌습니다,
이 인간의 운명에,
잠들어 있는 아메리카의 광대함 속에서
그대 홀로 신비한 꽃 한 송이 지키도록.
- 네루다 시선, 정현종, 민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