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 육십 다섯 걸음 결국은 또 그 길 끝에 선 나를 보게되었다. 처음 나설 때는 멀게 느껴지던 길인데 돌아보니 어느사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리 많은 시간을 보내고도 기억에 남을 아무 이룬 것 없이 분주하기만 했는데 어느사이 길 끝이다. 하루하루 헛 보내지 않으려고 주야로 외우고. 읽고. 쓰는 말씀과의 싸움은 아직도 한가닥 끝도 보이지 않는데 길은 자꾸 줄어들어 핏기 잃은 껍질. 힘없는 뼈다귀. 늘어진 힘줄로 인생길도 막바지에 내몰렸다. 그래도 약먹고 병원 다니고 책을 읽고. 노트를 하고 합장으로 예경 거르지 않으며 안간힘으로 하루하루를 지낸다. 욕계의 삶이 어느 하룬들 니르바나일까 마는 올해는 더 힘들게 느껴졌다. 그래도 아프고 슬프고 고달프고 힘에 겨운 그 사이사이로 보람도 기쁨도 희망도 있었을 것이니 그 것이 내 일년간 인생 길이었을 것이다. 살아있음으로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살아있으므로 아픔이 있었을 것이다. 기쁨도 보람도 그 사이사이로 함께 있었을 것이다.
첫댓글 새로운 한 해를 맞는가 했는데, 살아온 흔적은 구름에 가리고
어느새 저물고 있는 해를 바라봅니다.
시간이 흐른 만큼 몸은 곰삭아 가고~~~.
스님!
부디 건강 잘 챙기셔서 오래 웃으며 뵐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