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한문으로 표기하면 旅行이라 적습니다. 旅(군사 여와) 行( 다닐 행을) 조합하여 여행이란 단어를 완성해 놓은 것입니다. 여행이란 단어는 누구에게나 자유와 행복을 끝까지 추적하게 만드는 마음 동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추측 건데 인류가 최초로 여행을 한 부류는 침략자와 그를 따르는 군사들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생존권역을 벗어나 집착의 욕망을 채울 목적으로 일으키는 전쟁은 지략이 뛰어난 장수와 잘 훈련된 군사가 필요합니다. 이들은 이동과 전쟁 중에 사용할 의식주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압축해 놓은 물건이 바로 군사 개개인의 의식주 전쟁물자입니다. 이동하는 수단은 걷거나 우마를 이용하고 먹을거리는 요구르트나 육포로 만들어 간편하게 준비하고 주거는 천막, 참호를 파서 또는 노숙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사람이 한 곳에 오래도록 정착하며 사는 것을 정주라 하지만 정주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은 바로 전쟁, 상업, 종교 전교행위, 성지순례 등으로 계기가 되어 이어져 왔지만 현대인들의 로망인 여행이란 이름을 빌려 여행자들에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걷거나 우마를 사용하던 이동수단을 현대인들은 자동차, 철도, 선박, 비행기를 수시로 바꿔가며 하늘, 땅, 바다의 시공간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 여행입니다. 여행은 인간의 삶의 한축으로 자리를 잡으며 심신을 이완시키는 문화로 오랜 시간 자리를 잡아 온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정주의 의식주 개념에서 이동하며 경험하는 의식주 문화가 삶의 또 다른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여행의 주 관심대상은 역사적 문명의 탐방을 우선하였지만 사회가 더 세밀해지고 개개인들의 사회적 활동이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맞불려 돌아가야 하는 각자 부품적 소모성을 인지하고 환경오염을 경험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체험하는 목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긴 것이 여행입니다.
영어로 여행을 Travel이라 합니다. 어원을 살펴보면 프랑스 고대어 Travail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가 추측하게 되죠. 영어에서도 Travail을 같이 사용합니다. 뜻은 프랑스어와 같은 노동, 수고, 고통이란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행이란 단어만 떠올려 도 신기루 같은 새로운 기대를 떠올리며 유쾌한 꿈에 젖게 되는데.. 이 와달리 고통과 수고와 노동의 뜻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뜬금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한자어 문화권인 동북아시아에서 사용하는 旅行이란 의미를 살펴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단박에 고통과 수고와 노동의 뜻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십자군 전쟁만 생각해 보아도 그렇고 사도들의 전교여행과 신자들의 성지순례 또한 고행의 길이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여정이었으니 노동과 수고를 넘어선 고통의 길이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앞서 여행 전반에 대하여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꾸미어 계획하는 일을 기획(企劃)이라 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의도(意圖)라는 말을 이어서 붙이면 무엇을 이루려 꾀하는 것이라 말을 하게 됩니다. 더 나가 목적을 알리는 구체적인 단어를 첫 문장에 세우게 되면 비로소 목적과 그 방향에 대한 생각을 총체적으로 구성하는 결과물을 얻게 되는데 그 결과가 실행계획서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여행을 떠나기 앞서 여행기획의도(旅行企劃意圖)를 준비하는 것으로부터 여행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아주 오랜 습관입니다. 기획의도에 입각하여 여행지를 선택하고 다시 계절적으로 분류하고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역사적 환경에서 인문을 추리고 자연 생태환경도 정리해 놓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여행동선을 잡은 후 교통편을 체크하고 숙박지와 식사와 관련된 시설을 여러 차례 점검한 후 다시 또 그 나라 관광청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그 지역 행정관서에서 제공하는 정보까지 섭렵 후 기획의도를 사실적 위치까지 끌어올려놓습니다. 그런 후 여행기획의도와 부합된 여행사가 있는지 몰색하여 살핀 후 있으면 자료를 받아 분석 후 우리 측 의도와 그쪽 계획을 섞어 새로운 의도를 만들어 계획을 세운 후 경비를 산출하여 공유하며 떠납니다. 전혀 취급하는 곳이 없으면 신뢰할 수 있는 곳에 탄탄한 조직력을 빌려 우리 방식의 여행기획의도를 토대로 전반적인 일정을 만든 다음 여행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도 여의치 않으면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 친지, 동문들 순으로 찾아 협조를 얻어 찾아낸 현지인 중에 능숙한 여행자를 찾아 가이드를 의뢰하여 소정의 수고비를 책정한 후 떠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니면 유학이나 현지 주재원으로 발탁되어 머무는 사람에게 협조를 구해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진행한 여행, 결과는 만족할 만큼의 성과를 건진 것도 사실입니다. 여행이란 물이 흐르듯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듯이 밤하늘에 별을 헤듯이 아름다운 풍경과 시간 사이를 산책하는 것 같은 여행이 최고의 여행입니다. 시간이 지나치면 있었던 일들은 전부 신기루처럼 사라지지만 대신 추억이라는 잔상으로 남아 문득문득 당시의 정경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는 여행과 관련된 추억입니다. 때로는 본의 아니게 여행 중에 고약한 경험을 하게 되어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겠지만 여행이란 단어가 관념의 공간에 불현듯 들게 되면 다시 저절로 기대의 미소를 머금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추진한 여행기획의도에 그러한 불순물이 끼어들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측불허의 돌발적인 일이나 함께하는 여행자들 중에 대립의 각을 세우거나 소란이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생각만으로도 여행은 참 매력적인 행위 같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들의 일상으로 쳐들어 온 역질, 그 기세는 비상구로 탈출할 수 있는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무조건적인 통제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은 소통의 부재인 길고 긴 암흑의 시간을 만들어 주었고 생과 사라는 절대적 사회적 환경으로 일상적인 소통마저 거부당하고 불통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캄챠카반도 북쪽 원시의 생태적 환경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북극 주변 바닷물에 손을 담그고 백야의 그늘 아래에서 오로라를 보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기획을 하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에서 걸음여행을 즐기면서 얻은 착상을 현실화하는 작업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미래의 어느 날 사용할 수 있는 참고 자료로 극한 된 채 지금도 서가 아래 박스에 보관되어 있는 기획건이 되었습니다. 백신에 의지한 채 속절없이 흘러가는 암흑의 시곗바늘은 왜 그리 더디고 무료한 지 모든 일상이 버겁고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보내는 중 생물학을 전공하고 그 분야에서 명성을 갖고 있는 후배와 만나 남설악 주전골 거쳐 내친김에 망대암산에 오르고 인제 기린면 필례약수로 빠져나가는 길목 한계령으로 내려서기까지 숱한 생물학적 견해를 접해가며 이야기 끝에 역질도 또한 자멸의 수순기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전문가의 이야기는 언제 듣어도 귀와 마음이 솔귓해 지고 확신의 마음을 갖게 되는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술의 올가미에서 풀렸는지 어느날 거울을 마주하고 서서 면도를 하면서 새삼 동안 전혀 낌새를 갖지 못한 용모의 변화에 대하여 강렬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역질의 늪을 건너오는 동안 변모해 버린 용모, 너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생기를 잃은 생물처럼, 바람 빠진 공처럼 메마른 흙처럼 또~~ 실체가 아닌 늘어진 그림자를 보는듯한 자화상을 보면서 쓸쓸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퇴락의 자리는 시시각각(時時刻刻) 변화의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는가 봅니다. 이에 반해 첫물에 들고 그다음으로 넘어가는 길은 꽤 길던데 해돋이에서 해짐이 처럼,,, 석양빛은 단박에 긴 그림자 꼬리를 남기다 어물쩍 산너머로 사라지는 속도가 마하급입니다. 성장을 위한 변화는 성숙의 평화를 선물 받지만 위기의 넘김은 잔혹한 상처의 뿌리의 흔적만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황혼 빛에 있어 햇수로 3년 역질로 기안된 일상은 사라진 시간과 만찬가지입니다. 하루빛의 쏜살같음은 무엇인지 모르게 쫓기는 것 같지만 이어서 다가와 은은한 멋을 뿌려줄 달빛이 고우니 은하수 물결에 쪽배를 띄우고 달구경에 나서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가만가만 살아온 삶의 줄기를 살피니 인생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신이 설정한 목적을 두고 끝없는 추격전을 벌이며 산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늘 그 목적을 기대하면서도 두려운 시간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단지 가족이란 유대감이 모든 것을 극복하며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던 삶의 시간여행이 아니었나 돼짚어봅니다.
여행이란? 자유의 공간을 구성하려는 의지의 시간 개념입니다, 자유는 왜 필요한가! 자신을 사랑하는 본능이기 때문이지요.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자는 너와 우리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조차 깨달을 수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그리고 지금 보이는 그 모습대로 나와 너와 우리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자연과의 유대감을 보살피는 것이 바로 여행입니다.
얼마 전 망가진 여행계획의도(旅行計劃意圖)를 수선 중입니다. 끝없이 이어진 돌발이란 변수가 성가시게 굴며 장애의 벽을 쳤지만 또 다른 계절의 다가 옴과 변화는 무진장 여행계획의도의 산실이 되어 준답니다. 수선의 비중을 깊게 너르게 둔 태마는 바로 물과 야생화이며 부제로는 숲 속 빈터에 자리 잡고 있는 아름다운 산장 호텔에서 숙식입니다. 사계(四季)는 네 개의 때가 각각 다르게 펼쳐지는데 ,,,. 초여름에 익어가는 들꽃은 자태와 향기는 자연의 통섭가치를 높여준딥니다. 그런 유대감으로 여행기획의도를 수선하고 있으며 그 말미에 들꽃 보랏빛 엽서에 몇몇 인에게 보낼 초대장을 적어 두려 합니다. 그리고 개인 건강상의 문제로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여 여행 준비에 나섰다가 중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도반들에게도 쾌유의 기도와 함께 변경된 여행의 전반적 사항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지금 그러한 속삭임을 연습 중입니다. 여행 함께 가시지 않을래요? 노래를 다 함께 부르며~~~
저 푸른 들과 높은 산 흐르는 시냇물, 또 밝은 하늘과 햇빛 아름다운 세상
발데리 발데라 하하하 발데리 발데라 즐거이 노래해
난 구름같이 떠도는 즐거운 방랑자 어깨에 배낭 메고서 세상을 향하여
발데리 발데라 발데리 발데라 하하하하 발데리 발데라 즐거이 노래해
해지고 바람 그치면 풀벌레 소리들 쏱아지는 별빛 속에 흥겨운 하모니
발데리 발데라 발데리 발데라 하하하 발데리 발데라 즐거이 노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