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828m. 이 산은 경상북도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와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의 경계를 이루는 숨은 명산이다. 캄브리아기 이전 중생대 쥐라기의 대보조산운동 때 편마암 및 화강편마암층이 침식에 저항하며 형성된 소백산맥 동사면의 산이다. 경북과 상주시 서북부에 닿은 백두대간 자락의 마지막 비경지대이다.
첩첩 산으로 둘러싸여 교통이 아주 불편하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고을의 주민들은 밤낮 익은 풍경에 무관심해져 산골이 다 그렇다 할 테고, 도시 산꾼들도 문경이라면 희양산과 주흘산을 꼽을 정도이다. 문경과 상주 사이에 숨은 이 산은 비경지대 쌍룡계곡과 함께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중환(李重煥)의 《택리지(擇理志)》에도 '청화산과 속리산 사이에 화양구곡과 쌍용 용유계곡이 있고 또한 청화산과 속리산 사이에 경치 좋고 사람 살기 그만인 복지가 있다'는 기록이 있다.
문경시에서 관광코스는 문경새재·봉암사·선유계곡·용추계곡·대정숲에 이어 마지막 명소로 쌍룡계곡을 자랑하고 있고, 상주시에도 동관 대궐터·장각폭포·칠층석탑·견훤산성·오송폭포·오량폭포에 이미 마지막 비경인 용유폭포(쌍룡계곡)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쌍룡계곡 가는 길은 문경시청이 있는 점촌에서 농암행 버스를 옮겨 타고 새롭게 포장된 구불구불한 뭉어리재를 넘으면 대정숲에 이른다. 여기서 2㎞에 천연기념물 제292호로 지정된 삿갓모양의 반송을 감상하고 포장도로를 가면 병풍암반이 발길을 멎게 한다.
계곡에는 풍파에 씻겨 감자모양인 너럭바위를 타내리는 옥수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세차게 흘러내려 그 밑에 아름다운 담을 이룬다. 출발점 심원골 입구는 너럭바위에서 담으로 쏟아지는 물줄기 양쪽에 두 개의 용바위가 하류 쪽으로 엎드려 있다. 남쪽 바위가 암룡이고 북쪽의 두툼한 바위가 숫룡이다.
담 아래로 뛰는 듯한 암룡과 숫룡바위가 있는 너럭바위는 백척단애와 협곡 초입을 가로막는 기암에 10여 그루 노송이 분재처럼 뿌리내려 보기드문 절경이다. 심원골로 들어 출렁다리 놓인 계곡을 건너면 산길이 뚜렷하다. 저승골로 불리는 심원골도 예사 계곡이 아니다. 지옥 첫 관문 너북등을 뒤로 가파른 산길을 따라 1㎞ 들어서면 오른쪽 깊은 계곡 아래 15m 됨직한 수직폭포가 나온다. 폭포를 굽어보는 데서 서쪽으로 휘도는 숲터널을 따라 10분쯤 가면 심원사가 나타난다.
단풍나무·상수리나무·싸리나무 등 잡목숲이 절을 감싸고 짙푸른 산마루가 숲 뒤로 병풍을 친 심원사는 초라해도 유서 깊은 천년 고찰이다. 신라시대 원효가 창건하고 고승 윤필과 의상이 머물던 절로 1958년 화재로 불탄 뒤 1964년에 다시 지은 건물이다. 윤필과 의상 두 대사가 청화산 기슭 용추 속의 용왕아들인 동자승에게 글을 가르친 뒤 그의 간청으로 용궁에 가 용왕의 극진한 예우와 함께 병증·월겸·월부·요령 등의 선물을 받고 돌아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심원사를 뒤로 남쪽 작은 계곡에 들어서면 폐쇄된 표고밭터에서 산길이 끊어진다. 그러나 표고밭터의 서쪽 지능선 위로 오르기만 하면 뚜렷한 능선길이 다시 나온다. 남으로 뻗어 오른 지능선길은 햇살이 송림 위로 번쩍이고 소나무 아래 서면 온몸에 송진내 묻어나는 제법 가파른 지능선길을 따라 오르면 절로 천마공 행의 서정을 만끽하게 되는 정상이다. 1979년에 재설한 삼각점 옆에 문경시청 등 산회 표지기가 나무기둥에 펄럭이는 조망은 경탄할 만하다.
능선 서쪽 멀리 속리산이 삐죽삐죽한 봉우리들을 죄다 드러내 보이고 북으로 청화산과 시루봉이 쌍룡계곡을 감싼 듯한 자태로 건너다보인다. 속리산과 청화산 사이로는 백악산·도명산·군자산 줄기가 송면계곡과 함께 보이고 고개를 돌려 청화산 오른쪽을 보면 둔덕산 너머로 희양산과 백화산·주흘산·운달산이 고개를 내민 듯 바라보인다. 하산은 내서리 쌍룡마을이나 능선을 내려와 삼거리에서 심원사 아래 계곡으로 하거나, 하북면으로 할 수도 있다.
인적 드물어 뚜렷한 길이 없지만 쌍룡계곡에 도로가 완공되면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을 것이다. 등산코스는 쌍룡계곡-너북등-심원골-심원사-삼거리-정상-삼거리-능선- 표고밭-심원사 아래 계곡 -너북동으로 이어지며, 4시간 정도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