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10코스. 화려, 수려

[아이랑]

올레 여행 루트: 첫날 15코스, 둘째날 10코스, 셋째날 1코스, 넷째날 3코스.

이쯤 되면 주위 사람들이 설레설레 고개를 젓습니다.

'왜 그런 이상한 루트로 여행을 한거야?'

사실은 저도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 힘듭니다.  어느날 드라마 [추노]에서 인물들의 방랑적인 삶이 돋보이는 제주씬을 보게 되었는데..누군가 15코스가 그 씬의 배경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또한 제주시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었고..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갔는데.. 알고 보니 10코스, 8코스가 [추노]의 배경이었던 것.  낭패였지요. >.<

그래도 남들이 잘 가지 않는 15코스에서 진정한 자유를 얻었으니.. 이쯤 되면 독특한 루트도 형성되고..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둘째날엔 제대로 알고 보자. 추노 코스~ ㅎ 그렇게 시작된 길이 10코스였습니다. 또한 제주의 서쪽을 보았으니 이번엔 남쪽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긴 이동을.. 내 배낭엔 세면 도구와 한 벌의 옷만 들었으니 출근할 때보다 더 가볍기만 했습니다. 문제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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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쑤까. 글멍.. #$%^&*%^&"

아침 9시에 서회선 버스를 타고 화순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는 외국어 비슷한 우리 말이 들린다. ㅋ

제주도 방언은 정말 신기하다. 거칠지도, 억양의 고저가 분명하지도 않지만 가만히 듣고 있으면 내가 알던 말이 아니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사투리가 할머니, 아주머니들에게서 거침 없이 나올 때마다 감탄하는 눈빛으로 다시 쳐다보게 되는데 그 분들은 알란가 모르겠다. ㅎ

항상 길을 가다 헤매일 때 뭔갈 물어보면 어르신들 하시는 말씀.

"혼자야? 뭍에서 온 츠자가.. "

외국에서만 그런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물 한번 건넜다고 제주에서도 듣게 된다. ㅎ

여하튼 곽지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반을 가서야 화순항에 도착했다. 정말 느리디 느린 버스에 속이 터지는 줄 알았지만 ㅎ 반면 재미도..

화순에 내리자마자

'와....' 탄식을-

파란색, 초록색, 주황색, 형형색색 예쁜 지붕들과 담낮은 집들이 위엄있는 자태의 산방산 아래 오밀조밀 모여 있다. 집집마다 문을 열면 파란 남쪽 바다가 보일 것 같다. 여긴 스산한 한림과는 차이가 컸다. 적어도 바람 만큼은 따스한 태평양의 기운이 서려 있는 듯. ㅋ

오늘만은 스탬프를 찍고 말겠어! 라는 집념으로 화순선주협회 사무실을 찾아갔는데.. 아쉽게도 그냥 주변 식당(화순 바당 올레 횟집)에서 스탬프를 찍어야 했다.

그래서 패스포트 구입은 물건너 가고..;; 별 수 없이 그냥 수첩에 꽝!  하지만 알아두길.. 스탬프는 구입한 패스포트에만 찍혀야 하며, 그걸 가지고 이스터 항공이나 기타 물품 구입시 할인받을 수 있다고 한다.

산방산 옆으로 걷는 길은 바닷가를 끼지 않고도 가능하다.

허나 올레지기는 올레꾼이 위험한 도로로 가는 것을 원치 않았는지..

아니면 자연과 함께 바다와 흙을 느끼며 가야 한다는 의도인지..

멀리 돌아서 가는 바닷길을 택해주었다.

10코스를 거닐면서 사람들이 6-10코스를 예찬하는 이유와 많은 사극 촬영장소로 이 서귀포 남쪽 바다가 낙점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따스한 바닷길은 그 옛날 용암이 바다로 흘러내리다 굳어버린 흔적을 주상절리를 통해 보여준다.

주상절리 너머 이국의 느낌으로 망망대해를 이루고 있을 태평양이 보일 것 같다. ㅋ  

자연의 화려하고도 수려한 멋이 한껏 연출되어도 막는 건물이나 인공적인 풍경이 없으니 사극 촬영소로 그만 아니겠는가.

여기 앉아 쉬고 있으니- 어쩜 [추노]의 이다해도 이런 느낌이었나 몰라. ㅎ (혼자 여행하니 이런 상상이라도;;;)

  '이 길이 맞나' 싶으면 반가운 표식이 하나씩 등장해준다.

걸어온 길이 이렇게나 되지만.. 갈 길이 아직 먼.. 그래서 올레길을 좋아하는 듯. 

이렇게 걸어도 하염없이 마음껏 걸을 수 있는 길이 계속 되니 말이다.

산방산 아래에는 벌써 유채꽃 만발이다.

역시 남쪽에서부터 봄은 시작되나 보다.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용머리 해안 이라 이름 붙여진 이 곳은 [추노]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좀 더 들어가보려 했으나 입장료가 있어;; 그냥 패스. 입장료 낼 만큼 궁금하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내가 다분히 이 촬영지에 호기심을 가졌던 것은 바다 물을 가르는 검투씬 영상과 음악이 너무나 인상깊었기 때문이다.

중간에 하멜 전시관을 지나쳐 오는데.. 네덜란드 표류인 하멜의 삶을 구경하기엔 좋을 듯 싶다.

 올레길 조성이 참 잘 되어 있었다. 지방 시골길이나 올레길이나 거기서 거기 아니냐.. 라고 말씀하시는 분 계시겠지만

요즘 시골길은 외려 인도 없이 차가 다니는 도로가 위주라서 걸어다니기 힘든 게 사실이다.

올레길은 자연과 함께 편하게 다니도록 조성되어 있는 것 같다.

이름 뿐 아니라 생김새도 형제 같은 형제도가 송악산 무렵에서 계속 보인다.  

'여기가 대장금 촬영지였구나' 생각하고 지나치려고 할 때 호떡 장수가 어찌 그냥 가냐고.. 저기 위험 표시 없는 동굴만 가보라고..

권하시길래.. 냉큼 달려가봤다. 그냥 동굴이었지만..  다른 올레꾼들 그냥 지나칠 때 난 동굴 안에 들어가봤는.. ㅎ

송악산 분화구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방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내가 10kg만 빠져 있더라도 분화구에 휩쓸려 들어갈 뻔 봤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ㅎㅎ

정말로 그렇게 사고도 났었다고 하니.. ㅋ

길을 잃고 헤매이다 만난 패키지 여행자들..

대장 아저씨는 나를 어여삐 여겨 잠시 버스로 돌아가는 올레 여행을 권했지만..

나는 길에게 정직하고 싶었다. ㅋ

 시리아 홈즈에서 보았던 폐허가 된 아파미아 유적지처럼 나무는 아직 월동 상태로 열주처럼 주욱 늘어져 있었지만..

오래 걷고 나니 오히려 덥기까지 했다. ㅋ  요즘 제주에 오시는 분이라면 바람막이용 점퍼만 가져가면 될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 내 생각)

10코스 끝지점 안내소에서 패스포트를 드디어 구입하고서는 오늘 밤부터의 일정 상담에 들어갔는데..

내일 1코스를 가려면 적어도 오늘 10코스와 1코스 중간 지점에서 묵어야 한다고..하셨다.

그래서 고른 곳이 7코스 끝이라는 '월드컵 경기장'이다. 월드컵 경기장 안에 들어서면 극장도, 찜질방도, 주변엔 이마트까지..

없는 게 없다는 소문이.. ㅋ 찜질방 안에는 올레꾼 교류방도 있었다.

더욱이나 뜻밖에도 나는 매우 괜찮은 카페를 발견했는데..

여기서 그윽한 커피향을 맡으며 생두인 커피를 원두로 만드는 과정도 보고, 오리지널 예멘 모카 커피와 에티오피아 하랄 커피를 만나볼 수 있었다는-  또한 손석희씨의 친필 싸인까지..ㅋ

[멋진슈퍼맘]

봄이 올듯 올듯 안오는데 제주는 왔군요--얼른 아이 손 잡고 올레 길 가고싶어요

[깜순이]

지난 3월 초에 올레 7코스 돌다가... 아이랑님이 알려주신 오즈비 다녀왔습니다...한 시간 넘게 쥔장님에게 커피 이야기도 듣고...정말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왔네요^^*

[아이랑]

아! 정말 다녀오셨군요 ^^

[♥거울공주♥]

와 사진 정말 잘 찍으시네요! 넘 멋지네요

[쫑이사랑]

10코스 좋다고 말은 말이 들었는데 올핸 2,6코스만 ㅠㅠ 내년에 꼭 가봐야겠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