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작도 트래킹
23, 03, 25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관광도 좋지만
트래킹하는 섬여행은 더 설레게 한다.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인천 옹진군 자월면에 속한
대이작도에 당일로 트래킹 다녀왔다.
대이작도 가는 배편은 인천과 대부도
두 군데서 출발한다.
우리가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 도착한 것은
아침 7시 반 경이었다. 9시에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려고 온 승객들 외에
각종 차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구나 싶었다.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의 아침
미새먼지가 심술부리듯 맑은 하늘을 가렸다.
9시. 생각보다 커다란 여객선이 출발한다.
바람이 쌀쌀해 대부분 선실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300여 명이 정원인 여객선인데
의자가 없이 온돌방 같은 선실에
가득한 승객들은 대부분 누워간다.
이 배가 승봉도, 대이작도를 거쳐서
소이작도에 갔다가 오후 3시에 와서
우리를 태우고 돌아간다.
대이작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약 4시간이라
제대로 트래킹 하려면 1박 하는 것이 좋겠다.
(돌아올 때는 우리 일행 외에
승객이 거의 없어 전세 낸 듯
바닥에 누웠더니 따스해 잠이 왔다)
여객선을 따라오는 갈매기들이 친구가 되었다.
여객선에서 바라본 대이작도 큰마을
대부도에서 출발해 1시간 40분 만에 도착했다.
옛날에 해적들이 이 섬에 숨어 살았다고 하여
이적도라 불렀다가 이작도로 고쳤다고 한다.
영화 '섬마을 선생님' 촬영지,
산과 바다, 풀등이 어우러진 곳이다.
200M 지착간인 건너편 소이작도
우리 일행은 가이드를 따라 트래킹을 시작한다.
큰 마을 앞을 지나가는데
지붕이 하나 같이 모두 오랜지색이다.
데크길을 걷다가 부아산으로 들어간다.
마을 앞 풍경,
마을도 바다도 조용하고 평화롭다.
부모님을 기다리다 바위가 된
형제의 전설이 깃든 오형제바위
끼륵끼륵 소리가 들려서 쳐다보니
철새 무리가 날아간다,
월동하고 다시 고향을 가는가 보다.
검은 색인 걸 보니 기리기는 아닌데
누군가는 가마우지라 한다.
신선들이 걷는다는 부아산 구름다리
부아산 봉수대
무얼 찍으려고 저리 열심일까
부아산 정상에서 바라다본 하트모양의 해변
건너편은 소이작도
부아산 정상의 바위들
부아산 정상에서 바라본 모래섬 풀등
밀물 때는 잠기고 썰물 때는 나타나는데
대이작도 10경 중 첫 번째란다.
부아산 등산 중 만난 봄처녀
부아산, 162.8m라 오를만했다.
그런데 하산코스는 엄청 경사가 심한데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
일행 중 나이 든 여성이 발을 헛디뎠던지
아래쪽으로 미끄러져 넘어지려다가
큰 소나무에 걸려 멈춰 섰다.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부아산에서 내려와 잠시 휴식하면서
다시 송이산을 향해 출발
송이산 오르다가 만난 노루귀
등산로 주변에는
노루귀와 복수초 등 야생화가 지천이었다.
노루귀 꽃술이 붉은 것은 처음 본다
굳센 기상이 보이는 남자의 산 송이산
산이 여간 가파른 게 아니다.
그런데 산길이 전혀 정비되지 않아서
나이 든 아마추어들에게는 힘든 코스였다.
여기저기 무더기로 핀 복수초
우리 일행이 아니지만 시종 동행한 안내견과 견주
한글을 아는 것도 이닐 텐데
길을 찾아가는 것이나 송이산을 오를 때
주인을 끌고 올라가는 것이 참 신기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야생화도 큰 선물이었지만
더 좋았던 것은 좋은 이들과 만남.
산행하면서 만나는 이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작은 간식 하나, 나누는 정다운 대화가
트래킹하는데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단체 트래킹 따라가서 제일 신경 쓰이는 건
나이든 사람이 다른 이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뒤처지는 것이다.
더욱이 카메라 매고 사진까지 촬영하니...
그래도 낙오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해서
스스로 대견스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