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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 05 - 그리고, 그들은 웃었다
S#1. 칵테일 바.
안으로 들어서는 태준. 미희, 태준에게 한쪽을 가리키면 창가자리에 혼자 앉아 있는 어느 신사.
태준, 그 쪽으로 다가가
태준 : 한태준입니다. 저를 찾으셨다구요.
신사 : (올려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제일 신문사 편집국장 장익탭니다. 기억하시겠습니까?
태준 : (? 본다 누군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표정으로 보는데)
신사 : 6203호에 투숙했던 사람입니다. 감전으로 심장쇼크를 일으켰었죠.
태준 : (보면)
Flash-back> 3부 34씬. 태준이 인공호흡을 하던 그 남자손님의 얼굴에서.
태준 : (그제야) 아, 네. 이제 기억납니다. 어떻게.. 몸은 괜찮으세요?
신사 : 덕분에 이렇게 살아서 만나뵐 수 있게 됐습니다.
태준 : 그만하시길 정말 다행입니다. 저희 직원들이 일찍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뻔하셨어요.
신사 : (웃고) 제 생명의 은인께 약소하지만 조그만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더니 한쪽에 놓여있는 신문을 태준앞에 내려놓는다) 저희 신문사에서 나오는 내일자 조간입니다.
태준 : (? 그 신문을 내려다보는데서)
S#2. 호텔전경. (아침)
S#3. 동혁의 방.
한쪽에 놓인 노트북과 데스크 탑 컴퓨터화면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뉴욕증시 시세와 한국 주식 시세들이 보인다.
그 앞에서 모닝커피와 함께 해럴드를 읽던 동혁. 한국신문을 펼쳐든다. 머릿기사를 쭉 읽으면서 두어장 넘기다가 멈칫..
한쪽 지면에 난 기사를 보는 표정에서.
S#4. 윤동숙의 방.
안경너머로 기사를 읽던 윤동숙. 빙긋 입가에 맴도는 웃음.
S#5. 주방안.
이주임과 주방보들 삼삼오오 모여 신문을 놓고 수근거리고 있다. 그 때 안으로 들어서는 노주방장,
노주방장 : 일 안하구 왜들 모여있어?
이주임 : 주방장님 신문 보셨습니까? (기사를 가리키며)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고객의 생명을 살린 호텔 총지배인,
십분동안 심장이 정지해있던 한 투숙객의 생명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인공호흡으로 살려내..
(신나서) 보세요. 우리 호텔 사진두 실렸어요.
노주방장 : (별로 표정변화 없이) 그래서.
이주임 : 네?
노주방장 : 신문에 기사난거랑 자네들 야채손질이랑 무슨 상관이야?
다들 : (순간 썰렁해지면)
노주방장 : 치마두른 여편네들마냥 시간만 나면 그저 조잘조잘.. 그렇게들 시간이 남아돌면 창고에 가서 물품정리나 좀 해.
냉장실을 치우든가. (돌아서려다 다시 보며) 거, 내일 상공회 조찬정식준빈 어떻게 됐어?
순간 모여있던 주방직원들, 일제히 제자리로 흩어져서 음식손질을 한다.
이주임도 들고 있던 신문 한쪽으로 치워두며 일을 시작한다.
노주방장, 쯧쯧쯔.. 조용히 혀를 차며 돌아서다가 한쪽에 놔둔 신문으로 시선을 준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신문을 들고 주방장사무실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본 이주임과 다른 직원들 서로 마주보며 빙긋 웃는다.
S#6. 사무실.
홱 신문을 한쪽으로 치워버리는 오형만. 그러더니 옆에 놓여있는 비디오테이을 심난하게 쳐다본다.
그 때 울리는 전화벨.
오형만 : 네. 오형만입니다. (듣다가) 아.. 김이사님.
S#7. 달리는 차 안.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는 김이사.
김이사 : 그래. (옆에 있던 신문을 들어보이며) 기사 봤네. 한태준이 그 사람 운이 좋은 친구구만. 자네 일은 어떻게 됐나.
S#8. 사무실.
오형만 : 그게.. 말입니다. (손에 있는 비디오테잎을 잠시 들고 갈등한다)
flash back> 태준이 내놓았던 또다른 테잎.
오형만 :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뜨고) 죄송합니다 이사님. 증거를 잡지 못했습니다.
S#9. 달리는 차 안.
김이사 :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자네만 믿구 다른 주주들한테 큰소리 쳐놨는데 이제와서 증거가 없다니.
이 사람 이거. 일처릴 어떻게 이런식으루 하나. 사람 우스운 꼴 만들어놓구 대체 뭐하자는게야. 어?
이런 변변치 못한 친구.. 시끄럽네! (핸드폰을 접어버린다) 에이.. (못마땅한 듯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면)
S#10. 사무실.
아랫입술을 깨물며 수화기를 내려놓는 오형만. 비디오를 냅다 쓰레기통을 향해 내팽개친다.
S#11. 회의실.
빙둘러 앉아 있는 주주이사들. 그 가운데 영 심기가 불편한 김이사의 모습도 보인다.
그 때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오는 윤동숙. 주주이사들,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윤동숙, 자기 의자에 앉으면 다시 일제히 자리에 앉는 이사들.
윤동숙 : 오늘 조간 신문들 보셨어요? 저희 호텔에 대한 좋은 기사가 났더군요. 김이사님 읽어보셨죠?
김이사 : (불편한듯 시선을 돌리면)
윤동숙 : (짐짓 웃고) 임시 주주회의를 시작하죠. 오늘 안건은 총지배인 임명에 관한겁니다.
김이사 : 이건 회의고 뭐고 다 필요가 없는 얘깁니다.
윤동숙 : (본다)
김이사 : 한태준일 다시 총지배인으로 앉히는 문제는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처사라 그 말이예요.
그런 천하에 불한당을 데려다 대체 뭘 어쩌자는겁니까?
이사들 : (김이사의 말에 동의하듯 웅성웅성하면)
윤동숙 : 그 질문엔 다른 설명 안드리겠습니다. 다만 지난 10년동안 여러분들에게 가장 많은 배당금을 돌려줬던 사람이
누구였느냐 하는것만 기억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우리 호텔은 벼랑끝에 몰려있어요.
이런 위기상황을, 여기계신 여러분보다 더 깊은 애정으로 극복해나갈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요.
이사들 : (이내 조용)
윤동숙 : 저는 그 두가지를 생각했을 때 한태준외에 다른 사람은 떠올릴수가 없었습니다.
혹시라두 달리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주저하지 마시구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해주세요.
이사들 : (다들 선뜻 말을 못한다)
김이사 : (끙.. 못마땅한 기색으로 고개를 돌리면)
윤동숙 : 그럼 투표에 들어가도 될까요? (좌중을 둘러보는데서)
S#12. 태준의 사무실.
두껍게 쌓인 서류와 온갖 장부들이 책상위에 쌓여있고.
들여다보던 태준, 그러나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한쪽에 있는 탁상시계를 본다.
S#13. 호텔 로비 일각.
콘시어지 데스크앞에서 왔다갔다하던 진영, 손님이 뜸하자 얼른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른다.
진영 : 사장님 비서실 부탁해요. (기다렸다가) 네, 당직지배인 서진영인데요. 회의 끝났어요? 아직두요?
(실망스럽게) 네 알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진영, 다시 왔다갔다하더니 안되겠는지 한쪽으로 바삐 걸어나간다.
S#14. 회의실 앞.
한쪽에 앉아있는 비서, 흘끔흘끔 쳐다보면 회의실앞에서 기웃기웃하며 왔다갔다하는 진영. 그러다 비서랑 눈이 마주치자
진영 : 저기.. 사장님한테 뭣좀 의논 드릴게 있어서요. 일 보세요.
비서 : (진영의 속을 알고 픽 웃으며 다시 업무를 본다)
진영, 흘끔 비서의 눈치를 보다가 회의실문 근처로 다가간다. 혹시 무슨 소리라도 들리지 않을까
그 때 벌컥 열리면서 안에서 나오는 주주들. 진영, 재빨리 한쪽으로 물러서서 보면
김이사를 중심으로 한 이사들, 거만한 표정으로 걸어나간다. 밀물 빠지듯 주주이사들,
모두 빠져나간뒤 진영 열려진 문틈으로 빠꼼히 들여다보면
윤동숙, 투표결과를 바라보며 힘들었던 듯 후우.. 길게 한숨을 돌린다. 진영, 어떻게 된거지? 보면.
S#15. 태준의 사무실.
벌컥!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뛰어들어오는 진영.
태준, 고개들어 보면 진영, 들뜬 기분을 감추며 얼른 옆으로 물러선다. 그 뒤로 들어서는 윤동숙.
태준, 얼른 자리에서 일어서며
태준 : 사장님..
윤동숙 : 많이 기다렸지? (잠시 본다. 그러더니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태준 : (얼떨결에 악수를 하면)
윤동숙 : 정식임명을 축하해요 총지배인.
태준 : (본다. 됐구나..)
윤동숙 : 이제부터가 진짜야. 앞으로 넘어야 할 첩첩산중에 가장 쉬운 고갤 이제 막 넘은거라 생각하라구.
태준 : (보면)
윤동숙 :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장이라 총지배인이 아마 많이 답답할거야.
그래두 사장실에 쳐박아두고 도장만 찍는 사람 만들지 말구 부려먹을데 있음 막 부려먹어주라. 열심히 할께.
태준 : 네. 사장님.
윤동숙 : (웃음으로 보면)
진영 : 축하드립니다. 총지배인님.
태준 : (진영을 본다. 겸연쩍게 웃는데서)
S#16. 직원복도.
쭉 걸어오면서 축하인사를 받고 있는 태준. 직원들과 악수도 하고 인사도 받아가면서 걸어온다.
따라오면서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그 때 맞은편에서 소식을 들었는지 주방장과 이주임이 나타난다.
노주방 : 총지배인. 축하해.
태준 : (악수를 나누며)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주임 : 오늘 영업끝나구요 주방에서 조촐한 환영식을 갖기루 했슴다. 여덟시시까지 꼭 와주십쇼. 총지배인님.
태준 : 알았어요 여덟시. 꼭 갈께요. (웃는데)
순정E : 총지배인니임!
소리에 사람들 일제히 돌아보면 한아름 꽃다발을 들고 뛰어오는 순정. 바로 태준앞에 멈춰서서 숨을 몰아쉬며
순정 : 소식 들었어요. 축하드려요 정말.
태준 : 고마워요 순정씨.
순정 : 전 처음부터 이렇게 될줄 알아다니깐요. 그래서 미리감치 꽃을 준비해뒀죠.
역시 축하받는 자리엔 장미가 제일 아니겠어요? 자 받으세요. (꽃다발을 내밀면)
태준 : (왠지 난처해하며) 이럴거까진 없는데..
주방장 : (재밌다는 듯 본다)
진영 : (같은 시선으로 보면)
순정 : 어서요 총지배인님. 팔떨어지겠어요.
태준 : 아, 네 그럼.. (그러면서 마지못해 받으려는데 갑자기 재채기! 하고 또 하고)
순정 : 감기 드셨어요?
진영 : 감기가 아니라 엘러지예요.
순정 : 엘러지?
진영 : 총지배인님한테 꽃가루 엘러지 있는거 몰랐어요?
순정 : !
태준 : 미안해요 순정씨. 이거 그냥 받은셈칠께요. (다시 재채기! 얼른 손수건으로 코를 막으며) 실례해요.
태준, 미안한듯 급히 자리를 뜨면 꽃을 쭉 내민채로 망부석이 된 순정..
노주방장 : (흘끔 보더니) 거.. 꽃은 좋구만. (간다)
순간 진영을 비롯해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 일제히 돌아서며 참던 웃음을 푹! 터뜨린다.
S#17. 동혁의 방.
엄실장 : (머리를 긁적이며)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이사들하구 충분히 접촉할만한 시간적여유가 없어서 말이죠.
그게.. 한두사람 가지고는 별로 효과가 없었나봅니다.
동혁 : 됐어.
엄실장 : (보면)
동혁 : (노트북에 뭔가를 툭툭 치면서) 끝난일은 빨리 잊어버리는게 좋아.
엄실장 : 한태준이 그 사람이 많이 방해가 될까요?
동혁 : 확실히 없는것보다야 성가시겠지.
엄실장 : (면목 없음..)
동혁 : 너무 자책할거 없어. 물론 그 사람이 없다면 일이 훨씬 더 쉬워지겠지만 그렇다고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돈 아니야.
(그러면서 툭! 키보드를 치면 프린트되어 나오는 종이)
엄실장 : (보면)
동혁 : (프린트된 종이들을 툭 던져주며) 현재 시중에 돌고 있는 서울호텔 채권들을 알아봐.
앞으로 한달동안 천천히, 시간을 두고 사들여. 절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엄실장 : (종이를 들며) 알겠습니다.
동혁 : 우리 움직임을 저쪽에서 눈치챌쯤엔 적어도 40%는 우리한테 넘어와있어야 해. 무슨뜻인지 알겠지?
엄실장 : 그러믄요. 어디 장사 한두번 합니까. 다녀오겠습니다. (나간다)
다시 혼자가 된 동혁, 커피를 들어 마시다가 문득 한쪽에 놓여있는 시내투어 팜플렛을 본다.
그 팜플렛을 들어서 본다. 보는 시선에서.
S#18. 로비. (콘시어지 데스크 앞)
여덟살 난 수진, 똘망똘망한 눈으로 올려다본다. 그 옆에서 수진의 손을 잡고 있는 수진부(40대 초반),
수진부 :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아이를 혼자 호텔에 놔두게 생겼습니다.
저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니까 그냥 가끔씩 방에 올라가 확인만 해주시면 될겁니다.
진영 : 네. 걱정말구 다녀오세요.
수진부 : 수진이 아빠 일하는 동안 혼자 잘 놀수 있지? 일 끝나구 오면서 쵸콜렛 사올께.
수진 : 응.
수진부 : (딸에게 뽀뽀해준뒤 진영에게)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돌아서서 나간다)
진영 : 자. 우리두 갈까?
수진 : 네. (그러더니 먼저 진영의 손을 잡는다)
진영, 웃으며 수진과 함께 엘리베이터앞으로 걸어온다.
진영 : 이름이 뭐니?
수진 : 수진이요. 황수진.
진영 : 아빠 출장다니는데 자주 따라다니니?
수진 : 네. 엄마랑 이혼하신 뒤로 계속 같이 다녀요. 이젠 나두 다 컸는데 아빤 아직두 내가 어린앤줄 안다니까요.
아까 하는말 들었죠? 초콜렛 사다준다는 말.
진영 : 초콜렛 싫어하니?
수진 : 네. 살찌잖아요.
진영 픽 웃는다. 그 때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그러자 안에서 중년의 남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그들과 스쳐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진영과 수진.
수진 : 방금 나간 아저씨랑 아줌마요. 불륜이예요.
진영 : 뭐?
수진 : 틀림없어요. (그러더니 층수를 누른다)
멍하니 쳐다보는 진영의 얼굴위로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S#19. 16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던 진영과 수진. 마침 그 앞에 서 있던 동혁과 마주친다.
진영 : 동혁씨.
동혁 : (진영을 본다. 수진을 보며) 투숙객입니까?
진영 : 네. (보며) 식사하고 나오시는길인가 봐요.
동혁 : 이 호텔 이태리 음식맛이 괜찮더군요.
진영 : 네에. (엘리베이터문이 닫히려고 하자 얼른 버튼을 누르고 길을 비켜주는데)
동혁 : 시내투어 팜플렛 잘 받아봤어요.
진영 : (웃음)
동혁 : 오늘 몇시에 끝납니까.
진영 : 네시에 교대예요.
동혁 : 잘됐군요. 시내투어는 진영씨가 가이드해주면 되겠네요.
진영 : (본다. 다시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다시 버튼을 누르며) 저, 오늘은 저녁에 다른 약속이 있는데요.
동혁 : (본다) 그게 몇신데요?
진영 : 여덟시요. 사실은 총지배인님 환영식이 있어요. 호텔직원들 하구 다같이.
동혁 : 시간 충분해요. 그 전에 돌아올 수 있어요. (보며) 같이 가는거죠?
진영 : (본다) 아.. 저.
하는데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이번엔 동혁이 버튼을 누르고 안에 올라타더니.
동혁 : 네시 십분에 로비에서 기다리죠.
진영, 뭐라 말하기도 전에 닫히는 엘리베이터문.
진영 : 안되는데... (멍청히 닫힌 엘리베이터문을 쳐다보면)
수진 : (올려다보며) 저 아저씨가 언니 좋아하나봐요.
진영 :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수진 : (새침하게) 여자의 직감이예요.
진영 : (순간 빤히 내려다본다. 아무래도 애가 아니지싶다)
S#20. 김복만의 집 전경.
S#21. 식당.
커다란 테이블에 단초로이 앉아서 식사를 하는 두 부녀지간.
김복만 : 너 요즘들어 출타가 부쩍 잦아졌다면서. 무슨 볼일이 그렇게 많아?
윤희 : (눈을 내리깐 채) 스터디만 세 개예요. 거기다 영어학원두 있구요.
김복만 : 애비가 묻는데 눈 내리깔구 그게 무슨 버르장머리야.
윤희 : (고개를 들어 본다) 잘못했어요.
김복만 : (다시 식사를 계속하며) 내일 신도물산 윤회장생일이다. 그 집 둘째가 유학갔다가 잠깐 나왔나보드라.
널 보구 싶다길래 그러마했다. 내일 저녁때 차 보낼테니까 그리 알구 준비해.
윤희 : (순간 스치는 싫음. 그러나 곧 내색없이 김복만을 보며) 저 내일은 안돼요 아버지. 선약이 있어요.
김복만 : 취소해.
윤희 : 교수님하구 약속한거라 곤란해요.
김복만 : (본다)
윤희 : 저 다음주부터 시험이예요. 공부할것두 많구, 레포트 써야할것두 많구요. 당분간 아버지 일정에서 전 빼주셨으면 좋겠어요.
김복만 : (본다. 잠시 간격을 두고 보더니) 할 수 없지. 알았다.
윤희 : (보면)
김복만 : (말없이 다시 식사를 계속한다)
윤희 : ...
S#22. 김회장 사무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김회장. 뒷짐을 진 채 잠시 생각하더니 돌아서서 책상위의 인터폰을 누른다.
김복만 : 김비서 좀 들어와.
잠시후 노크소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서는 수행원.
수행원 :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김복만 : 자네 우리 딸애 좀 살펴보게. 아무래도 요즘 하구다니는게 이상해. 어디서 누굴 만나고 뭘하구 다니는지 좀 알아봐.
애 눈치채지 못하다도록. 알았나?
수행원 : 네.
김복만 : (보면)
S#23. 락카페. (홍대근처에 언더락커들이 공연도 하고 술, 음료도 마실수 있는곳)
그 안으로 들어서는 수행원, 어둡고 요란한 조명이 어지럽게 왔다갔다하는 가운데 무대에선 언더락커들이
미친듯이 노랠 부르고 있고 그 무대를 둘러싼 수십명의 아이들이 락커와 똑같이 머리를 흔들며 열광하고 있다.
수행원, 사람들을 하나하나 돌아보다가 한곳에 시선을 멈추면
그들중에 같이 소리를 지르며 열광하는 윤희와 은주의 모습이 보인다. 손에 들고 있는 맥주를 쨘! 부딪히는 윤희와 은주.
윤희, 끝까지 술을 들이킨다. 은주, 흘끔 시계를 한번 보는데
윤희 : 왜 그래? 누구 오기루 했니?
은주 : (얼른 고개 가로저으며) 아니. 아니야. (술을 마시며 흘끗 윤희의 눈치를 본다)
S#24. 근처 오락실.
윤희와 은주, 기계위에 있는 버튼을 미친듯이 두드려댄다.
화면속에 우스꽝스럽게 생긴 캐릭터들이 때리는 속도대로 열심히 뛰어가고 있다.
윤희의 캐릭터가 먼저 골-인! 윤희가 이겼다! 두 손을 번쩍 들면 은주, 아쉬운 표정.. 그러나 둘 다 즐거운 표정이다.
은주, 또 시계를 한번 쳐다보더니
은주 : 윤희야 우리 포켓볼치러 갈까?
윤희 : 이거 한게임 더하자.
은주 : 에이 그러지 말구 포켓볼 치러가자. 빨리빨리. (그러더니 막무가내로 윤희를 잡아일으킨다)
윤희 : 얘가 왜 이래.. (그러면서 끌려나가면)
S#25. 거리.
은주, 두리번 거리며 뭔가 찾고 있는듯.
윤희 : 포켓볼 치는데가 어딨는데.
은주 : 글쎄. 이 근처에서 본 거 같은데.. (그러면서 주위를 휘 둘러보는데)
그 때 나타나는 영재의 지프. 은주, 씩 웃으면서 보면 바로 그 앞으로 다가와 멈춰선다.
윤희, 보면 차 안에서 내리는 영재. 순간 표정 굳어지는 윤희, 은주를 돌아보며
윤희 : 정은주.
은주 : (찔끔해서 보면)
영재 : 내가 부탁한거야. 너 한번만 만나게 해달라구 내가 부탁했어.
은주 : 그래. 계속 가게루 찾아와서 너 한번만 만나게 해달라구 사정사정 통사정을 하잖어. 그래서..
영재 : 그 날 일은 미안해. 그럴려구 너 데려갔던거 아니었어. 친구녀석들이 술이 취해서.. 그래서 실수한거야. 대신 사과할께.
윤희 : 실수로 약까지 타먹였단 말이지. 실수치군 치밀하구나.
영재 : 윤희야.
윤희 : 됐어. 그만해. 난 그 날일 다 잊었어. 일부러 찾아와서 이럴거까지 없었어. 가.
영재 : (본다. 보더니 그대로 그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은주 : 어머..!
윤희 : (멈칫. 역시 조금은 놀란듯 내려다 보면)
영재 : 니가 원한다면 맞을께. 주먹으루 때리든 발길질을 하든 속 풀릴때까지 실컷 패라. 그리구 용서해줘.
윤희 : (본다)
영재 : 너 용서한다 그럴때까지 나.. 안일어난다.
지나가는 사람들 흘낏흘낏 돌아본다. 윤희, 영재를 말없이 내려다본다.
일각. 차 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수행원의 시선. 조용히 핸드폰을 들어 번호를 누른다.
S#26. 김복만의 사무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를 말없이 듣고 있는 김복만. 점점 굳어지는 표정. 싸늘해지는 눈빛에서.
S#27. 호텔전경.
하늘이 잿빛으로 물들어있다. 그 앞으로 다가와 멈춰서는 택시 한대.
그 안에서 제니, 내려서서 호텔을 한번 올려다본 뒤 안으로 들어간다.
S#28. 로비.
안으로 들어서는 제니. 제법 큰 로비를 휘 둘러보더니 한쪽에 서 있는 벨멘1(이하 현철) 에게 다가선다.
제니 : 여기 뷔페레스토랑이 어디예요?
벨멘1 : 네. 이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제니 : 고마워요.
S#29.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는 제니. 입구에 서 있던 유팀장, 제니를 흘끗 보더니 옷차림이 영 그랬든지 다시 자기 볼일을 본다.
제니, 입구에서 잠시 머뭇거리면 한쪽에 서 있던 정식 얼른 다가선다.
정식 : 어서오십쇼 손님. 한분이십니까?
제니 : 네.
정식 : 이쪽으로 오십쇼.
제니, 정식을 따라 들어가면 두사람과 스쳐서 카운터쪽으로 나오는 미희.
유팀장 : 별 어중이 떠중이까지 들락거리구..
미희 : (보면)
유팀장 : 한땐 내노라하는 정재계 유명인사들이 우리 레스토랑에서 약속잡을려고 줄을 섰었는데.
그 땐 이삼일전에 예약안하면 들어오지두 못했는데. 그 좋은 시절 다 어디루 가구. 이젠 아무나 막 옵니다. 아무나.
거기다 날나리같은 총지배인까지 돌아왔으니.. (하는데)
태준 : (바로 그 앞으로 지나가면서) 수고하십니다.
순간 썰렁해서 보는 유팀장과 미희,
지나가던 태준, 아차.. 뭔가 잊은듯 다시 돌아오더니
태준 : 내일 오전에 팀장회의가 있습니다. 올해 사업계획서하구 지난달 매출장부랑 해서 열시까지 회의실로 오세요.
유팀장 : (떨떠름하게) 아.. 네. 접수하겠습니다.
태준 : 아, 그리구요. (보며) 옛날을 추억하는건 좋은데 되도록 손님들 안듣는데서 하세요. 날나리 총지배인 흉보는 얘기두요.
아셨죠? (사람좋게 웃더니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간다)
미희 : (썰렁해서 유팀장을 본다)
유팀장 : ...
S#30. 레스토랑 안.
벌써 접시에 이것저것 음식을 담고 있는 제니. 식탁으로 와 앉으면 제니를 발견한 태준, 곧장 테이블로 온다.
태준 : 왔니?
제니 : 총지배인님! (태준의 손을 잡고 크게 흔들어대며) 콩그레츄레이션!
태준 : 조용히 해.
손님들 쳐다본다.
제니 : 아.. (얼른 손을 놔준다)
태준 : 지내는건 어때? 괜찮니?
제니 : (입으론 먹고 손으론 ok싸인을 해보인다)
태준 : (웃음) 너 주방에서 일하구 싶다고 했다면서? 잘됐다. 그렇잖아두 오늘 직원들이 환영식해준다는데 같이 가.
주방장님한테 인사두 하구 겸사겸사.
제니 : 진영언니두 와요?
태준 : 오겠지. 어디 진영이가 호텔말구 다른 스케쥴 있는 사람이니? (그러면서 베식 웃으면)
S#31. 객실.
진영, 벨멘1(이하 현철)을 소개한다.
진영 : 이제부턴 여기있는 오빠가 수진이 보살펴줄거야.
수진 : 언니는요?
진영 : 어.. 퇴근.
수진 :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그 아저씨랑 데이트가는거죠?
진영 : 어? (얼른 현철의 눈치를 보며) 아니야. (그러더니 명함을 꺼내주며) 저기 여기에 언니 핸드폰 번호 있거든.
이 오빠가 알아서 다해주겠지만 그래두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여기루 전화해. 알았지?
수진 : 거기다 올려놓으세요.
진영 : (본다. 테이블위에 올려놓으면)
수진 : (만화영화가 나오는 TV로 시선을 고정시킨다)
진영 : (본다. 일어서서 현철에게) 한시간에 한번씩 와서 체크하세요.
현철 : 알겠습니다.
진영 : 수진이 잘 있어.
수진 : 네. (여전히 TV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진영, 현철, 밖으로 나가면 혼자 남은 수진, 고개를 돌려 닫혀진 문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러더니 진영이 준 명함을 집어들고 본다.
S#32. 여자 탈의실.
시계를 보며 급하게 뛰어들어오는 진영. 얼른 옷장문을 열고 옷을 갈아입는데
그 때 한쪽에 멍하니 앉아 있는 순정. 꽃다발 사건으로 인한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듯.
순정 : (땅이 꺼져라 한숨) 그냥 땅으루 팍 꺼져버렸으면 좋겠다. 앞으루 총지배인 어떻게 보니.
나 쳐다볼때마다 꽃가루 앨러지루 보일거 아냐. 속상해 증말.
진영 : (옷을 갈아입으며) 속상할 일이 그렇게 없어요?
순정 : (흘끗 보며) 그래. 무우껍질같은 여자가 배꽃같은 내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겠니. 원래 단순하구 일차원적인 사람일수록
어떤일에도 무디구 상처도 들받는 법이지. 서진영씬 좋겠어. 상처같은거 쉽게 안받아서.
진영 : (무시. 가방을 챙기고 머리를 만지면)
순정 : (무반응에 다시 흘끔 보더니) 어디 가는데 꽃단장이야? 데이트?
진영 : (가방을 들고 옷장문을 잠그며 돌아선다)
순정 : 좋겠다. 데이트두 가구. (다시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면)
진영 : (문을 열고 나가려다 멈칫.. 흘끗 돌아본다 보더니) 총지배인님 뭐 좋아하는지 정말루 알고 싶어요?
순정 : 뭔데?
진영 : 알사탕이요.
순정 : 알사탕?
진영 : 네. 땅콩 많이 들어간 땅콩알사탕 있잖아요. 그거 좋아해요. (그러더니 밖으로 나가 문을 닫는다)
순정 : 땅콩.. 알사탕? (순간 눈빛이 반짝하는데서)
S#33. 투어 몽타쥬.
도심안을 함께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는 동혁과 진영. 진영, 팜플렛을 보면서 지나는데마다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을 해준다.
동혁, 간간히 웃어가면서 진영의 설명을 귀담아 듣고 있다.
비원 안. 경내안을 둘러보다가 여기저기 봄꽃이 만발한 가운데 결혼 사진을 찍는 신랑신부들이 곳곳에 눈에 보인다.
진영과 동혁, 그들을 나란히 쳐다본다. 서로 어색한 웃음.. 진영, 그러면서 흘끗 시계를 들여다본다.
비원근처 종로거리. 시끄럽고 수많은 인파들. 진영 어느 포장마차앞에서 군것질거리들을 산다.
이것저것 집어들고 동혁에게 권하면 동혁, 웃음으로 거절. 진영, 무안해하면서 자기가 먹는다. 동혁, 그런 진영을 본다.
S#34. 여의도 일각. (저녁)
증권가 사이를 차로 드라이브 하는 동혁과 진영. 진영, 다시 시계를 한번 쳐다본다. 좀 빠듯한 듯.. 그 때 울리는 전화벨.
진영 : (동혁에게 양해를 구하고 얼른 전화를 받아든다) 여보세요.
S#35. 호텔.
수진 : 수진이예요. 언니 지금 어딨어요? 아까 그 아저씨랑 같이 있어요? (듣다가) 아뇨. 하나두 안심심해요.
그냥 이 전화번호 되나 안되나 걸어본거예요. 네. 끊을게요. (전화를 끊는다)
한숨. 사실은 무지 심심하다. 의자에 걸터앉아 발을 끄떡끄떡 흔들어본다.
S#36. 차 안.
동혁 : 아까 그 꼬만가보군요.
진영 : 네.
동혁 : 진영씬 아이들을 좋아해요?
진영 : 그럼요. 애들 싫어하는 사람두 있나요?
동혁 : 없는거 같아요?
진영 : 애들 보는게 귀찮은것뿐이지 정말루 아이들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죠.
동혁 : 왜요. 아이를 버리는 부모도 많잖아요.
진영 : 그건 좀 다르지 않아요? 어떤 경우에도 아이를 버리선 안되지만 그래두 자식을 버릴정도면 얼마나 절박한 사정이겠어요.
동혁 : 그 사정이란게 알고보면 가난하고 돈이 없거나, 아버지 없는 미혼모라거나 아니면
무능력한 가장이 더 이상 애들 키울능력이 없거나.. 대부분 그런 하찮은 이유들인거 알아요?
진영 : (보면)
동혁 :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난 내가 살기 위해서 애를 버리진 않아요.
처음부터 낳질 말든가.. 아니면 같이 죽었을거예요. 절대루. 내 자식을 버려진 아이로 만들진 않았을겁니다.
진영 : (짐짓 웃음) 어쩜.. 저희 아버지랑 똑같이 말하세요? 우리 아버지두 버려진 애들 얘기만 나오면
꼭 동혁씨처럼 성토를 하신다니까요.
동혁 : ...
진영 : 우리 아버진 굉장히 잔소리쟁이거든요. 한번 붙들고 얘기 시작하면 기본이 두시간이예요. 맨날 하는 얘기가
여자는 조신해야한다. 함부로 술먹구 다 니지 말구, 남자랑 히히덕거리지 말구, 귀가시간 지켜 일찍일찍 다니구..
동혁 : (표정없이 듣는위로 계속)
진영 : 어렸을땐 그게 얼마나 스트레스였는지 몰라요. 근데 막상 나일 들어 보니까 어느새 내가 아버지 잔소리대루
살고 있는거 있죠. 지금은 그런 아버지한테 가끔 감사할때가 있어요. (보며) 동혁씨 아버진 어떤분이세요?
동혁 : ...
진영 : 네?
동혁 : (앞만 쳐다본 채) 늦었군요. 그만 돌아가죠. (그러면서 핸들을 돌린다)
진영 : ...네. (무안해진 표정으로 본다)
S#37. 호텔전경. (밤)
S#38. 주방.
태준, 제니와 함께 안으로 들어서면 폭죽과 박수로 태준을 맞이하는 직원들.
(주방식구들과 룸메이드들, 정식과 미희, 그리고 노주방장과 순정까지)
태준, 안으로 들어서서 보면 준비된 여러가지 음식들, 그리고 소주들.
이주임 : 이거 전부 저희가 사다 만든겁니다 총지배인님. 주방에 있는 음식재룐 하나두 안건드렸슴다.
장내에 스치는 웃음.
노주방 : (소주잔에 따라주며) 자, 한마디 하지.
태준 : (잔을 든채 잠시 감회가 새로운 듯 보더니) 떠나 있는 동안 가장 그리웠던게 바로 이 소주맛이었습니다.
이 맛을 다시 볼 수 있다니 꿈만 같군요.
이주임 : 소주는 얼마든지 있슴다 총지배인님. 말씀만 하십쇼!
다들 : (하하 웃는다)
태준 : (같이 웃으며 본다) 이렇게 여러분들을 보니까 힘이 나는데요. 제가 혼자가 아니라는걸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십년후, 이십년후에도.. 이런 자리가 계속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보면)
직원들 :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노주방 : (보며) 자, 다시 돌아온 우리 한태준 총지배인을 위해 건배!
모두들 : 건배!
순정 : (유난히 높이 올리며) 건배!
태준 : (그들을 향해 잔을 올린다) 건배.
S#39. 도로. (밤)
극심한 교통체증. 진영 시계를 보면 거의 아홉시가 다 되가고 있다.
진영 : 앞에서 사고가 난 모양인데요.
동혁 : (조바심치는 진영을 한번 보며) 걱정되요? 난 오히려 고마운데요.
진영 : (? 본다)
동혁 : (분위기 있는 재즈음악을 튼다)
진영 :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