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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삼국지> 인가?
<삼국지>엔 모든 것이 들어 있다.넓은 중국 땅을 무대로 서기 2 세기 말엽부터 근 100년간 스케일 크게 벌어지는 장대한 드라마다.영웅 호걸들의 꿈이 있고 도모와 경영함이 있고 흥망성쇠가 있다.그 전란의 와중에서 살아간 무수한 사람들의 삶의 역정과 희로애락이 있다.그래서 <삼국지>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읽을 때마다 맛이 다르다.나이에 따라,시절에 따라,또 개인 형편에 따라 각기 다르게 와닿는다.재미뿐 아니라 많은 지혜와 교훈을 준다.어떤 땐 모범적 사례로서,어떤 땐 반면교사로서 우리를 일깨워 주는 것이다.
재미있는 무용담뿐만 아니라 세상 이치에 관한 것이 다 들어 있다.정치 · 군사 · 외교 · 행정 물론 재무 · 인사 · 홍보 · 과학기술까지 망라하고 있다.높은 차원의 국가 전략에서부터 개인적 처신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다.난세를 사는 뭇 인간들의 승부정신과 향상욕구,처절한생존의 몸부림이 실감나게 배어 있다. 대개 <삼국지>는 처음엔 싸움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들고 나이가 들수록 그 이면에서 벌어지는 인간 드라마에 더 흥미가 끌리게 된다. <삼국지>는 중국 소설이지만 이미 동양의 고전으로 자리 잡아 우리의 언어나 문화 속에 깊숙이 스며 있다.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삼국지>에서 유래한 것이 많다. 삼고초려(三顧草廬), 읍참마속(泣斬馬謖), 도원결의(枇園 結義), 수어지교(水魚之交), 출사표(出師表)를 비롯해 “죽는 것은 조조 군사다”, “조자룡이 헌창 쓰듯 한다”는 말들이 대표적이다.
<삼국지>는 서기 2세기부터 3세기까지의 중국을 무대로 한다. 한(漢)고조 유방(劉邦)이 세운 한나라가 그 수명을 다해 스스로 무너지는 대목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국 각지에서 야심가들이 일어나 천하대란이 벌이지고 그들 사이에 피나는 싸움이 거듭된다.이들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승자가 위(魏)와 오(吳), 촉한(蜀漢) 세 나라를 세우고,이들 삼국이 다시 천하의 주인이 되기 위한 삼파전을 벌이다가 마지막에 위나라를 거쳐 진(晋)나라로 통일된다.그 과정을 박친감 있게 그린 것이다.중국 역사를 보면 통일과 분열을 거듭하는데,한 왕조의 평균 수명이 약 200년 이다.첫 통일자가 진(秦)나라의 진시황(秦始皇)이고 가장 최근이 중화인민 공화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이다.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은 기업의 그것과 비슷하다.처음엔 참신한 기운이 충만하고 도전정신과 창조성이 넘치지만 차츰 오래될수록 지도층이 타락과 무사안일에 빠져 든다 군주의 역할이 핵심적이어서 그 그릇과 운에 다라 왕조의 부침이 결정된다. <삼국지>에 나오는 수많은 영웅호걸들도 스스로의 운과 역량에 따라 기반과 영역을 잡아 간다.때를 잘 만나 좋은 터를 잡고 좋은 사람을 모아 잘 쓴 사람은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멸망했다.소위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의 진리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때는 한 제국이 무너지고 신질서가 잡히기 전의 천하대란 시대였다.온 사회가 소용돌이치고 기존 질서나 윤리의식, 가치관도 달라졌다.문벌이나 계급 등 기득권보다 실력이 모든 것을 말했다.기회의 시대였다.질서가 단단히 잡힌 시대에는 벼락출세나 신분 상승이 어려우나 이럴 때는 밑바닥 신분에서 왕후장상(王侯將相)이나 심지어는 황제까지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내로라하는 사람들은 패업(覇業)을 이루기 위해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좋은 지리와 좋은 사람을 잡기 위하며 필사적인 노력을 했다.인재들도 좋은 주인을 만나 기회를 잡으려고 애썼다.
격변의 시대였기 때문에 영웅들의 흥망성쇠도심했다. 시대의 흐름에 안 맞으면 금방 무너지기도 하고 무명으로 있다 혜성같이 나타나기도 했다. 천하의 인심이란게 무서운 것이어서 한 번 인망을 잃고 나쁜 소문이 퍼지면 사람이 모이지 않았다.그래서 열심히 홍보를 하고 인재들을 잘 대접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격변기의 한국 체계를 생각해 보라.불과 4~5년 동안에 30대 그룹의 절반이 무너지고 10대 그룹의 서열도 새로 매겨졌다.지난 30여 년 동안 이룩된 재계의 영토가 순식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던 것이다.이때도 오너나 경영자의 그릇이나 역량에 따라 기업의 부침이 결정됐다. 삼국시대의 많은 영웅호걸 중에서도 위나라의 조조(曹操),오나라의 손권(孫權),촉한의 유비(劉備)가 가장 출중했는데 <삼국지>는 이 세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삼국지’란 말도 위, 오, 촉한 세 나라가 형성되고 싸우고 마지막에 하나로 통일되기 까지의 역사를 기록했다는 것이다.『삼국지』에는 정식 역사를 기록한 정사 (正史)와 이야기체로 쓴 연의(演義) 두 가지가 있다.흔히 말하는『삼국지』는 연의를 가리킨다.『삼국지』정사는 촉한 사람인 진수(陣壽)가 편찬한 것이다.진수는 글을 잘 써 촉한이 망한 후에는 진나라 궁궐에서 역사 기록원 노릇을 했다.이때 사실을 바탕으로『삼국지』를 저술했는데,촉나라 사람이지만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이 공정하게 기록했다.사실 위주로 기술하여 재미는 덜하다.삼국시대의 드라마는 워낙 흥미로웠기 때문에 민간에서 구전되어 내려오면서 그것이 흥미롭게 각색돼 길거리의 이야깃거리로 인기를 모았다.영웅호걸들의 이야기는 전해오는 과정에서 윤색되고 과장되어 사실과는 다르게 되어버린 것도 많다.사람들의 꿈과 이상,흥미에 맞게 변해가면서 사실과는 별 상관없이 가장 이상적인 방향으로 사건들이 전개 되고 종결된다.그렇게 전해오는 이야기들을 명나라 초에 나관중(羅貫中)이란 사람이 소설로 엮은 것이 <삼국지연의> 흔히 말하는 <삼국지>다.소설『삼국지』도 여러 판본(版本)이 있어 큰 줄거리는 같아도 내용은 조금씩다르다.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와 있는 여러『삼국지』가 각기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진수의 <삼국지>는 위나라를 정통으로 보고 위 중심으로 기록한 데 비해 소설 『삼국지』는 오히려 촉나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삼국지』를 보면 항상 옳은 쪽은 촉나라로 제갈공명이 귀신같은 재주를 부려 위나라의 조조 군사를 깨부수는데,사실과는 다르게 과장 된 것이 많다.나중에 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당시 위나라의 국력이 압도적으로 강했다.인구나 면적, 경제력, 국부 면에서 도저히 비교가 안 됐다. 그래서 항상 오나라와 촉한이 서로 연합을 해서 위나라에 대항하는 전략을 썼다.오늘날 압도적인 실력과 규모를 가진 대기업에 중견기업들이 연합해서 대항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오나라나 촉한이 그 정도나마 버틴 것은 선전한 것이다.당시 중국의 문명 중심지는 황하(黃河) 주변이었고 양자강 이남이나 서쪽 지방은 아직 변경이었다.위나라는 인구가 많고 비옥한 황하 유역 지방,즉 중원을 기반으로 했다.오나라는 양자강 하류와 강동 지방을 근거지로 했다.촉나라는 애초 장강(양자강)중류에 있는 형주에서 시작했다가 오늘날의 사천성인 익주지방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근거지를 정하고 옮기는 괴정에서 수많은 드라마가 펼쳐지고 영웅호걸들의 용호상박(龍虎相搏)이 벌어진다.주군을 중심으로 많은 참모와 책사가 활약하고 용장들이 전장을 누빈 끝에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다. 외교전과 첩보전이 벌어지고 허허실실의 책략들이 종횡무진으로 펼쳐진다.그야말로 지략과 투지,또 성심성의를 다하여 천하의 주인 자리를 다투는 것이다.
주인은 부하들을 잘 만나야 하고 부하는 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천하의 인재가 주인을 잘못 만나 아까운 재주를 써보지도 못하고 중도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삼국지』는 주인이 아랫사람을 어떻게 잘 써야 하는지 가르쳐 줄 뿐 아니라,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어떻게 잘 모셔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주군과 신하의 관계도 인간 관계이기 때문에 논리 이전의 그 무엇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괜히 싫은 사람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는 것이다.
<삼국지>는 운(運)의 중요함을 가르친다. 작은 부자는 스스로 만들고, 큰 부자는 하늘이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천하의 패업을 다투는 일에 있어선 하늘의 뜻이 중요함을느끼게 한다. 그 운을 어떻게 받이들이고 또 넘어서느냐에 따라 사람이나 나라의 명운이 결정되기도 하는 것이다.오늘날의 기업 경영과 다를 바가 없다.
삼국지 경영학
최 우 석
(주) 을유 문화사
2007년6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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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금요일 아침에 유익한 글이다.삼국지..읽을 때마다 다르다란 말이 실감난다. 동북동산 친구덜 나 부터 서로 진심으로 나아가자.. 이 생에서 삶이 다하는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