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26:26~35)
오늘 본문은 한 자리에서
전혀 다른 방향의 의도를 품는 두 가지 행동을 본다.
예수님께서 빵과 포도주를 제자에게 나누시며
그것이 예수님의 살과 피라고 하신다.
그것은 죄를 범하여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
그 비극적 수순을, 죄의 문제를 절대 스스로 해결할 수 없어
이를 긍휼히 여기신 하나님께서 독생자인 예수를 통해
인간이 짊어져야 할 죽음의 대가를 치르게 하신 것이다.
그 의미를 빵과 포도주에 담아 상기시키는 행위를 하신 것이다.
즉, 인간이 예수님의 살과 피를 통하지 않고서는
결코 생명을 얻을 수 없다는,
인간 스스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주 극명하게 전제하시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의 수제자 베드로가
자신이 예수님을 절대 배반하지 않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자신 있게 표현한다.
자신의 의지로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
일단 '절대'라는 단어를 쓴 자체부터 의심을 갖게 한다.
오늘 묵상에세이에서
믿음은 맹목적인 확신이나 감정의 뜨거움이 아니고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요, 욕망을 억제하는 의지의 굳건함이라고
정확히 규정한다.
믿음은 우리가 스스로 우리 힘으로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음을
아는 지식으로부터 시작된다.
모르거나 인식 없이 덤비는 것을 맹목이라 한다.
알면 겁도 나고 겸손을 견지할 수밖에 없다.
연약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진지하고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뇌 속에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 위해 분투의 과정을 지나는 것이다.
정확히 알고, 험난한 과정을 순종과 겸손, 분투와 진통으로 감당해가는 것.
좋은 의미에서 단순한 믿음은 필요하지만
이런 경우에 사용하는 '단순함'은 부정적 의미를 내포한다.
이런 경우에는 좀 더 복잡한 작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