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 교사 부부 한 달간 이스라엘 공짜여행하다
한 달간 이스라엘 여행에 항공비 빼고 60만원 사용
왕복 비행기표만 있으면 全세계를 공짜로 여행할 수 있다. 관광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 박물관·쇼핑·식당街를 누비는 판박이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 현지인의 삶 속에 들어가 문화체험을 누리는 여행이다. 특급 호텔의 스위트룸은 아닐지라도 현지인의 집에서 宿食을 제공받는 것은 기본이다.
필요한 것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영어실력뿐. 지구촌 친구들을 널리 만나고 내가 받은 것을 그들에게도 베풀고 싶다는 열의가 있다면 더욱 좋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서바스(Servas International)」이다.
서바스는 UN 산하 유네스코에 등록된 非영리 국제 민간 여행단체로, 「여행을 통해 국제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취지 아래 1949년에 결성되었다. 현재 全세계 130여 개국의 1만3000여 가구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서바스 회원들은 해외여행時 그 나라 회원의 집에 무료 民泊(민박) 형태로 머물 수 있으며, 宿食과 현지 안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는 품앗이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회원이 自國을 방문하면 역시 무료 민박과 편의를 제공한다.
부산에 사는 서바스 회원 부부교사 金宗洙(김종수·58·부산 자동차 고교)-禹榮玉(우영옥·51·부산 다선초등학교)씨는 작년 7월 중순, 여름방학을 이용해 한 달간 이스라엘 여행을 다녀왔다. 예루살렘·텔아비브·死海·마사다·골란고원 등을 둘러본 이 여행에서 이들 부부가 쓴 돈은 항공료를 포함해 240여만원. 왕복 항공료 180만원을 제외하면 체류 경비는 60만원 정도인데, 그 대부분은 박물관 및 유적지 입장료였다.
이스라엘 여행에서 金씨 부부는 서바스 회원인 점을 십분 활용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전역에 살고 있는 서바스 회원 중 열두 가구를 방문, 한 집에 2박3일 정도씩 머무르며 여행을 다녔다. 박물관 입장료 등 가벼운 경비는 지불했지만, 매끼 식사는 물론 잠자리까지 이스라엘 현지 서바스 회원들의 집에서 해결했다.
金씨 부부는 작년 4월부터 이스라엘 서바스 회원 명부에 등재된 380여 가구 중에서 자기들이 여행할 6개 지역에 살고 있는 15명의 회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한 회원의 집에서 숙박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 지역 별로 두 곳씩 골랐다.
다음은 金씨가 이스라엘로 떠나기에 앞서 현지의 서바스 회원에게 「호스트」를 요청하며 보낸 이메일의 하나다. 호스트란 他國의 서바스 회원이 自國을 방문할 때 2박3일의 숙박과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회원 개인의 일정과 사정에 따라 자발적으로 결정할 뿐 의무사항은 아니다.
고마운 助言
<서바스 친구인 예히엘 가족에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인사를 드립니다. 이번 여름에 저희 부부는 貴國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저희는 서바스 호스트이면서 여행자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나라 貴國을 방문하는 계획을 세우다 보니 몹시 기쁘군요. 저희 부부는 저희들을 호스트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저는 이스라엘 서바스 호스트 리스트에서 귀하의 주소를 보고 이 편지를 씁니다. 우리가 머물고자 하는 기간은 7월23일부터 8월20일까지입니다. 가능한 한 빠른 시간에 회신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간을 내 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히엘 가족은 金씨 부부의 호스트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金씨 부부는 이 가족이 살고 있는 예루살렘의 키부츠 라마트 라헬에서 머무를 수 있었다. 서바스 회원인 예히엘 요엘(58)씨뿐 아니라 그 아내와 아들, 손자들까지 金씨 부부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고 한다.
이스라엘 서바스 회원들은 아랍권과의 충돌로 테러가 잦은 현지 상황을 감안해 동양에서 自國을 찾은 金씨 부부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특히 시장이나 대형 쇼핑센터에는 절대로 가지 마세요. 버스도 가급적이면 이용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이스라엘 서바스 회원들은 金씨 부부를 위해 여행 계획을 잡아 주기도 했다. 한 회원은 「텔아비브-예루살렘-베들레헴-예리고-쿰란-死海-엔게디-마사다-에일랏-페트라(불가능할 땐 골란고원)-암만(요르단)-벳세안의 하마디아-나사렛-메기도-길보아-다보산-갈릴리-사페드-골란고원-헬몬산-악고-케사리아-하이파-텔아비브」로 이어지는 전체 여정을 잡아 줬다. 金씨 부부가 한국에서 미리 호스트 승락을 얻어 두었던 이스라엘 각 가정의 숙박 계획까지 고려한 여정이었다.
金씨는 "현지 서바스 회원의 도움이 없었다면 화약고 같은 중동 정세 속에서 불안한 여행을 했을 것"이라며 "공짜에 가까운 비용으로 최고의 이스라엘 여행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현지에서 金씨 부부가 만난 서바스 회원들은 형편이 넉넉하고 큰 집에 사는 사람들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어느 집은 방 하나와 거실 하나를 갖춘, 70代 할머니가 혼자 사는 곳이기도 했다. 金씨는 "거실에서 아내와 함께 하룻밤을 보냈지만 자신의 집을 찾은 이방인에게 스스럼없이 대하며 정성들여 식사를 대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현지인의 생활 체험
1980년대 말 서바스 회원이 된 金씨 부부 역시 한국을 찾은 외국의 서바스 회원들을 위해 15회에 걸쳐 부산의 자택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관광 안내도 해주었다. 金씨 집을 찾은 이들의 국적은 스웨덴·노르웨이·이탈리아·캐나다·일본·뉴질랜드 등 각양각색이었다.
출신지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외국인들이었지만 한국식 구들에 누워 이불을 덮고 잠자며 살아 있는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이들을 위해 金씨 부부는 특별히 서구식 식사를 준비하거나 잠자리를 새로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고 한다. 서바스 회원들은 그런 것을 기대하지 않으며 오히려 현지인의 생활 그대로 먹고 자며 문화를 체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金씨는 "서로 간의 신뢰로 이루어지는 만남이니만큼 사전에 숙박 계획을 잡으면 그것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별다른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방문을 취소하는 것은 대단한 결례"라고 말했다.
서바스 회원 가입은 간단하다. 한국 서바스(회장·嚴在良) 홈페이지(http:// www.servas.or.kr)에 접속해 회원가입 신청서를 작성한 뒤 지역 책임자에게 제출, 가입 절차를 밟으면 된다. 회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전반적인 활동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입비는 1인당 3만원
1976년 결성된 한국 서바스는 서울, 경기, 부산·경상, 전라·제주, 강원, 충청 등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마다 한 명의 책임자가 해당 지역 회원들을 담당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전국 70여 가정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서바스의 全세계적인 활동과 상세 정보에 대해 알고 싶다면 서바스 국제 홈페이지(http://www.servas.org)를 이용하면 된다.
서바스 가입비는 1인당 3만원으로 한 번 가입하면 평생회원이 된다. 경제적 능력과 가정을 꾸리지 못한 젊은이들도 서바스 회원이 될 수 있다. 생활이 안정될 때까지는 宿食을 제공하는 호스트 역할을 보류할 수 있으며, 대신 낮시간이나 주말에 여행 가이드役을 하며 서바스 활동을 할 수 있다.
金씨는 "서바스가 일반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해외여행과 국제교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이 제도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해외 여행을 다니고 견문을 넓혔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이스라엘 현지에서의 체험을 金씨는 「서바스를 이용한 성지 순례-부부교사의 이스라엘 공짜여행」이란 책으로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