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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독> 짐 자무쉬 감독, 느와르, 미국, 100분, 1999년
짐 자무쉬 감독의 개성이 잔득 묻어 나오는 영화다. 첫째는 허무가 차원 높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허무의 미학을 꽃피운 일본의 무사도와 소설에 몰입한 킬러 주인공을 통해 다시 상대화하고 있다. 사무라이와 갱단의 대조는 풍부한 성찰을 자극한다. 봉건영주인 주군에게 충성을 다하는 사무라이라는 직업무사와 갱의 두목에 충성을 다하는 조직원의 대비를 통해 우리는 사무라이에 대한 신화를 걷을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환상을 더 강화할 수도 있다. 이 영화에는 이렇게 고전과 현대의 대비가 자주 등장한다. 서부영화의 결투장면이나, 비둘기를 이용한 통신 장면, 그리고 곰을 밀렵한 백인들에게 고대에는 곰을 존경하였다고 말하는 장면 등 영화 곳곳에 고전과 현대의 대비를 통한 인식의 확장은 산재해 있다. 그러나 짐 자무쉬는 관객을 설득하거나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상대성과 어처구니 없는 현실의 불일치와 단절을 상기시키는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백인 갱단의 단원들을 보라. 뚱뚱하고 늙은 갱단을 보며 폭력을 상기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다. 더구나 영화의 중간중간 끊임없이 삽입되는 톰과 제리와 같은 만화를 통해 넌센스에 빠져 살아가는 현실을 희화하는 솜씨도 일품이다. 인디언과 흑인과 프랑스인 등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 그러나 소통이 되는 상황들은 감독이 중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한다. 침묵으로 가득한 고스트 독은 일말의 후회도 없이 자신의 길을 간다. 더불어 희화화된 소통과 단절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짐 자무쉬는 현실을 좀더 여유 있게 대하라고 권유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 마디로 이 영화는 텍스트의 텍스트이기도 할 정도로 풍부하다. 스타일리쉬 하고 지적인 영화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화다. 사실 장르를 느와르라고 분류해지만, 일반 느와르완 격이 완전이 다른 영화임에 틀림없다.
= 시놉시스 =
귀신처럼 해치우고 개처럼 충성하는 프로 킬러 고스트 독(포레스트 휘태커), 그는 빌딩 옥상에서 비둘기들을 키우고 사무라이의 강령을 적은 고서 <사무라이의 길>을 자신의 지침서로 삼고 있다. 그가 사무라이의 정신에 따라 주군으로 모시는 사람은 마피아의 중간 보스 루이(존 토메이), 예전에 목숨을 구해준 댓가로 그를 따르지만 사실 루이는 늙고 한심한 3류 마피아일 뿐이다. 루이의 지시대로 고스트 독은 보스의 딸 루이즈(트리시아 벳시)와 바람이 난 프랭크를 죽이지만 루이즈 때문에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조직의 내분을 염려한 보스는 고스트 독을 죽이려고 하고 복수를 결심한 고스트 독은 자신의 주군인 루이와 맞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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