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효능 재검토할 것"…
"보조제로 복용은 무방하나 관절염 치료효과는 의문" 연구기관마다 입장 달라
경기도 성남시 바른세상병원 정형외과 서동원(47) 원장은 요즘 "글루코사민을 복용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고 물어보는 환자들 질문에 대답하기 바쁘다. 주로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 고령층 환자들이다. 글루코사민 함유 건강식품을 추석 선물로 받은 환자들이 '글루코사민이 효과 없다'는 최근 언론 보도를 접하고 전문의에게 복용 여부를 문의하는 것이다.
서 원장은 "지난 10여년간 수많은 연구로 글루코사민이 관절염 증상을 개선한다고 입증됐고, 임상에서 그와 유사한 결과들을 많이 접한 만큼 환자들에게 복용을 권하고 있다"며 "몇 개의 상반된 연구 결과보다는 축적된 결과를 더 신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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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상무(내과 전문의) 단장은 글루코사민 복용에 회의적이다. 보건의료연구원은 지난 2월 글루코사민의 관절염 치료 효과에 대한 임상연구 37건을 통합 분석한 결과, 관절염 예방·치료 효과가 있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글루코사민이 통증 감소와 기능 향상, 관절부위 소실 예방에는 일부 의미 있는 결과를 보였지만, 일관성이 없어 치료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상무 단장은 "글루코사민을 굳이 사 먹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문가들 의견과 연구 결과가 엇갈리고 있어 글루코사민을 둘러싼 소비자 혼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4일 '건강기능식품' 글루코사민의 효용은 있다는 기존 판단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발표했고, 많은 전문가도 '관절 건강 보조제'로 활용하는 것은 괜찮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치료 목적의 '의약품'으로 나온 글루코사민에 대해선 식약청도 재검토해 연내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만큼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엇갈리는 효능 분석
지난 17일 스위스 베른대학 연구팀이 글루코사민을 먹은 환자들의 X-레이를 조사한 결과, 관절염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영국의 국제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발표했다. 이런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면서 관절염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중·장년층에게 인기 높은 글루코사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반면 글루코사민의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지난 2006년 1588명의 무릎 관절염 환자에게 글루코사민 함유 식품을 복용시키고 24주간 관찰한 결과, 중등도(中等度) 이상의 심한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 글루코사민은 2000년대 중반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관절염 증상 개선 효과를 인정받아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됐다. 한 해 글루코사민 건강식품 시장은 300억~400억원에 이르며, 의약품으로 약 140억원어치가 제조된다. 40세 이상 성인 10명 중 3명은 글루코사민을 복용하고 있거나 과거에 복용한 것으로 조사된다.
◆식약청, '기능식품' 자격은 유지
식약청은 24일 "건강기능식품으로서 글루코사민의 기능성에 대한 판단을 기존대로 유지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최동미 건강기능식품기준과장은 "연구기관마다 결과가 다르고, 글루코사민을 의약품으로 사용했을 때와 건강기능식품으로 이용했을 경우 등에서도 효능이 다양하게 조사되므로 현재로서는 뚜렷한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식약품 기준상 '의약품'은 질병치료를 기준으로 삼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증상 개선이나 질병 관리에 도움을 주는 수준이면 그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의약품'으로서 얼마나 효과를 내는지에 대해 식약청 김인범 의약품관리과장은 "국내외 연구 논문을 재검토해 올해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전문의들, '건강보조제'로는 OK
복수(複數)의 전문의 의견에 따르면, 이미 관절이 망가진 사람에게는 글루코사민이 효과가 없지만, 전반적으로 건강하고 관절에 가벼운 통증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대략적인 판단이다. 질병 관리를 위한 일종의 '건강보조제'로 복용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전적으로 이것에 의존해 관절염 치료효과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의견이다.
☞글루코사민(glucosamine)
천연 아미노당의 하나. 관절의 연골을 형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관절염으로 연골 세포가 손상됐을 때 회복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새우 등 갑각류에서 추출한다. 당(糖) 성분의 탄수화물이므로 당뇨병 환자가 복용할 경우는 혈당을 올릴 수 있으므로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