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3. 강원도 철원.
상서로운 새로 우리에게 널리 각인되어 있는 학, 그중에서도 정수리에 붉은무늬가 있어서 단정학이라고 불리는 두루미를 만나러 부산에서부터 먼길을 달려 하룻밤 민박까지 하고 아침 일찍 두루미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런데, 실수로 길을 잘못 들어갔다가 돌아나오는 길에 지역 주민이 던진 한 마디에 설렘이 하늘 저 멀리 날아가버렸답니다. 뭐 이상한 인간들이 워낙 많아서 그 사람들이 마음 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초면에 그것도 아무 피해도 안 준 사람들에게 대뜸 '얼른 가시고 다시는 오지 마세요.'라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려 한 달이나 지나며 곰곰 계속 곱씹어 봐도,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지네요. 두루미를 홍보하면서 쌀도 팔아먹고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리면서 제 살 깎아먹기밖에 안 되는 그런 말을 왜 한 걸까요? 철원 사람들 모두가 그런 건 아닐 텐데 그 사람 혼자가 좀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랬을 거라고 애써 마음을 추스려 봅니다.
에구, 한두 시간 더 지체하면서 생전 처음 만나는 두루미를 잘 찍어주고 싶었지만 기분이 상해서 얼른 찍고 다른 데로 이동. 그러다 보미 두루미 사진도 제대로 건진 게 없네요. 말 한 마디의 위력이라니... ㅠㅠ
위엔 두루미만 있고, 아래엔 재두루미 세 마리와 두루미 한 마리. 재두루미보다 두루미 덩치가 조금 더 큰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