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지역화’ 채택을 공식 요구했다.
지역화란 가축 질병과 식물 병해충 청정지역을 국가 전체가 아닌 지역 단위로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은 또 우리나라의 주요 농산물이 대거 포함된 양허요구안(개방요구안)을 제시하는 등 농업 분야에서 상당히 공세적인 자세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SPS 협상은=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중국 시안(西安)에서 FTA 9차 협상을 열고 동식물 위생·검역조치(SPS) 분야 협정문 초안을 교환했다. 중국은 초안에서 지역화를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우리 협상단은 “일단 세계무역기구(WTO)의 SPS 규정 수준까지만 논의하자”고 대응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국으로선 지역화를 포기할 수 없고, 우리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역화가 농산물 관세를 뛰어넘는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지역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주요 축산물과 과일류의 한국 수출이 질병·병해충 문제로 막혔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이 구제역 상시발생국이라는 이유로 쇠고기·돼지고기 수입을 막고 있다. 신선 과일류 역시 과실파리와 같은 병해충이 창궐한다는 근거로 일절 수입하지 않는다.
▲농산물 관세 협상은=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초민감품목 후보군이 포함된 상품 양허안(개방계획서)도 교환했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지난 8차 협상에선 (일반품목과 민감품목 중심으로) 전체 품목의 80%를 교환했고, 이번에 (초민감품목과 일부 민감품목 등) 나머지 20%를 주고받았다”며 “양허안 외에 상대방에 대한 시장개방 요구사항을 담은 양허요구안도 교환했다”고 밝혔다.
한·중 FTA 협상에서 농산물이 포함된 상품은 10년 내 개방하는 일반품목, 10~20년에 걸쳐 개방하는 민감품목, 개방에서 제외되거나 관세를 일부만 깎는 초민감품목 세 가지로 나뉜다. 초민감품목은 전체 상품의 10%만 지정할 수 있다.
한국은 FTA 체결로 큰 피해가 우려되는 농수산물을, 중국은 우리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조업 부문을 대거 초민감품목 후보군으로 제시했다.
우 실장은 “우리는 석유화학·기계·IT(정보통신) 제품을 일반품목에, 전기기기와 경쟁력 확보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품목은 민감품목에 넣었다”며 “주요 농수산물과 영세 중소기업 제품은 초민감품목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우리나라가 민감하게 여기는 농산물 대부분을 양허요구안에 담아 우리 협상단에 전달했다. 정혜련 농식품부 동아시아 FTA 과장은 “농산물이 포함된 상품 분야는 양측의 이견이 커 본격적인 논의는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양측은 10차 협상을 한국에서 열기로 하고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는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