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장이 기억하는 엽차곱뿌에 보리차를 담아 내 주던 시절(1970~1980년대)에는 중국집을 찾는 손님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들어오자 마자 다짜고짜로 주문을 하며 연신 '빨리빨리'를 외치는 손님과 일단 자리를 정하여 착석을 한 후에 뽀이가 따뜻한 엽차를 가져 오기를 기다렸다가 짜장면이나 짬뽕 등 면류의 주문을 넣으면서도 천천히 내주어도 괜찮으니 새로 뽑아낸 수타면으로 해 달라는 청을 붙이는 손님입니다.
당시의 중국집 주방에는 대개 주방장 외에도 윅 담당의 불판, 면을 뽑는 라면, 재료손질을 맡은칼판, 잔심부름을 하는 싸완 등 당담업무에 따라 제법 많은 인원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라면으로 불리는 이가 밀가루, 물, 소금으로만 반죽을 하여 마치 줄넘기를 하는 모양새로 반죽을 길게 늘이다 순식간에 큰판어 치대어 굉음을 내는 수타면을 뽑아내는 광경은 묘기에 가까왔습니다.
특별히 새로 뽑은 수타면을 주문한 손님은 귀를 쫑긋 세워 주방에서 리드미칼 한 굉음이 울리기를 기대합니다. 혹여 주방에서 미리 뽑아놓은 면이 많아 그 면을 내주며 손님을 기만을 하려해도 귀까지 속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입맛이 까다로운 손님은 왜 새로 뽑은 수타면을 원했은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리 뽑아놓은 면은 불어 있기가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짜장소스도 미리 조리해 놓아 건데기가 죽모양으로 흐물러진 일반 짜장보다 즉석에서 바로 조리하여 건데기의 형태와 식감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간짜장을 선호하는 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갑판장이 대면한 간짜장의 실태는 실로 개탄스러웠습다. 일반짜장과 간짜장의 구분이 모호할 지경으로 녹말물의 사용이 흔해졌기 때문입니다.
간짜장의 머릿글자는 사실 '간'이 아니라 한자로 '마를 건'자를 씁니다. 건데기와 춘장(혹은 첨면장 등)을 기름으로 볶다가 물과 녹말물을 부어 걸죽하면서도 다소 흥건하게 끓이는 일반 짜장소스와는 달리 간짜장은 뜨거운 기름에 장과 건데기를 넣고 후다닥 볶아내기에 일반 짜장소스에 비해 상당히 되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