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정재형, 전북 김제 태생이며 올해 32세 된 노총각이다.
내 유일한 취미는 동호회 모임에서 한달에 한번 일요일 다이빙스쿠버를 하는 것이다.
- SCUBA(스쿠버) -
스쿠버란 물 속에서 호흡이 가능토록 장비와 공기를 휴대하고
물 속에서 하고픈 유영, 투어, 탐험 등을 하는 고급 스포츠이며 레저다.
스쿠버라는 용어 자체를 해석하면 다이빙을 위한 장비를 칭하지만,
실제 스포츠 자체를 의미하는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SCUBA : Self-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
통상 스쿠버는 스킨 스쿠버(Skin Scuba) 와 다이빙 스쿠버(Diving Scuba)로 구분한다.
스킨 스쿠버란 별도의 장비를 착용치 않고 단지 수경과 숨 대롱이(Snorkel)만 착용한 채
다이버 자신의 호흡능력에 따라 수면 또는 저 수심에서 다이빙을 하는 것이며,
다이빙 스쿠버는 공기통, 잠수복 및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육상에서와는 달리 입으로 호흡하면서 잠수한다.
통상 SCUBA라고 말하면 후자의 다이빙 스쿠버를 의미한다.
나에게 누가 스쿠버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나는 바다 속에 들어서면 엄마 품속처럼 포근하고 편안하기 때문이라 말하고 싶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를 대라고 계속 우기신다면..... 음.. 해산물을 무지 무지 좋아한다는 거... 하하하
한 달 전만 하더라도 황사 때문에 바다 속의 시야가 좋지 않았다.
오늘은 모처럼 맑은 바다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바다 속은 나에게 매번 다른 느낌을 준다.
바다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오욕칠정(五慾七情)을 보여준다.
마치 일곱 색깔 무지개 같은 화려하고 다양한 느낌을 보여주는 것이다.
- 오욕칠정(五慾七情) -
칠정(七情) : 희(喜), 노(怒), 애(哀), 락(樂), 애(愛), 오(惡), 욕(慾)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심 같은 사람의 일곱 가지 심리 작용.
오욕(五慾) : 재물욕(財物慾), 색욕(色慾), 식욕(食慾), 명예욕(名譽慾), 수면욕(睡眠慾) 같은 본능적인 욕구.
과장된 표현이라 할지 모르겠으나 할 수 없다. 그게 사실이라고 계속 우길 것 이니까. 하하하
바다는 그렇게 같은 장소를 여러 번 들어가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준다.
여러분은 바다를 모른다.
특히 꿈결 같은 바다 속의 아름다움은 정말 모른다. tv 화면으로 보는 거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사랑의 달콤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사랑의 가슴 떨림을 절대 알 수가 없듯이
바다 속에 직접 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은 바다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아름다움이란 사람의 마음을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며 생각을 깊게 해준다.
준비 운동을 마친 나는 진영이 와 서로의 장비를 확인해주고 설레는 가슴을 안고 바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점점 깊은 바다로 들어갈수록 시야가 맑아지고 물고기, 패류 등이 보인다.
아무리 외우려고 해도 잘 외어지지 않는 해저 동. 식물들..
초등학교 때 생활기록부가 생각난다. "머리는 좋으나 쓸 줄을 모름... 헤헤..
오늘도 대부분의 회원들은 수중카메라를 가지고와 촬영에 정신이 없다.
하지만 나와 진영이는 항상 그렇듯이 작살을 가지고 물고기 꽁무니를 쫓기 바쁘다.
두 눈이 충혈 되고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이다...하하하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은 물고기를 잡으면 안 되는 날이다.
10만원의 벌금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지위와 낮짝(?)이 있기에...
우리 동호회의 규칙 중 한 가지는 스쿠버를 나갈 때 한번은 패류만 잡고
다음엔 물고기만 잡고 하는 내부 규칙이 있는데, 오늘이 바로 패류만 잡는 날 인 것이다.
잡는다는 표현을 하다보니 꼭 스쿠버의 목적이 해산물 포획 때문인 것 같은데, 그것은 아니다.
우리는 운동과 취미생활을 함과 동시에 바닷속 오물도 수거하고
바다 속 패류와 물고기의 개체수를 조사 기록, 촬영하여 바다 목장의 원대한 계획을 구상하는
해양수산부에 보다 정확한 자료를 보내주는 일을 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에헴!
바다 속은 평온하고 아름다웠다. 난 개인적으로 이리저리 물결치듯 헤엄치는 물고기 떼를 좋아한다.
눈앞에서 연출되는 그 모습을 볼 때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답고 황홀하다.
물론 형형색색을 뽐내는 산호초의 숲속에 누워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멍~ 하니 보다가 진영이에게 핀잔을 받기도 한다.
마침 제법 큰 감성돔 한마리가 지나간다.
난 얼른 작살을 쏘려했다. 잉? 작살이 손에 없다. 참! 바다에 들어올 때 두고 왔지?
오늘은 물고기 잡지 않는 날인 것을 깜빡 잊었다. 45센티 정도 되는 것 같다. 아..아깝다.
그놈도 이 사실을 알고 놀리는 듯 우리를 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유유히 헤엄쳐 지나간다.
진영이와 난 서로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ㅎㅎㅎ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났고 물 밖으로 나와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잠시 휴식을 한 후
이번엔 청소를 위해 바다로 들어갔다. 오늘은 해저 쓰레기의 양이 적었다.
연안의 바다는 우리가 가끔 이렇게 청소를 하는 탓에 예전에 비해 점점 깨끗해지고 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우리의 바다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모두 사명감을 갖고 해안바다 청소를 계속 하기로 합시다.
우리의 놀이터를 우리가 청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럼 오늘은 여기서 이만 철수하기로 하고 한 달 후에 다시 봅시다."
격포를 출발하여 부안을 지나 김제로 들어가기 직전에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잠시 들렸다.
나는 전라북도 김제시청 벽골제관리사업소에 근무한다.
- 벽골제[碧骨堤] -
벽골제비 및 제방 - 사적 제111호.
전라북도 김제시(金堤市) 부량면(扶梁面) 포교리(浦橋里)와 월승리(月昇里)에 걸쳐 있는
저수지의 중수비(重修碑) 및 그 제방. 이 저수지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것으로 벽골제라 불린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그 연혁이 수록되어 있는데
330년(신라 흘해왕 21)에 공사를 시작하여 790년(원성왕 6)에 증축하였다고 되어 있다.
또한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고려 현종 및 인종 때와
조선 태종 때 개축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제방에 부수된 시설로는 경장거(經藏渠)·장생거(長生渠)·석주(石柱) 등이 있다.
1975년에 실시된 조사에 의하면 제방의 높이는 북단이 4.3m, 남단이 3.3m이며,
수문의 구조는 길이 5.5m의 석주를 4.2m 간격으로 세우고 석주의 안쪽에 만든 홈에
목제 둑 판을 넣어 상하로 이동시킴으로써 방수량(防水量)을 조절한 것으로 여겨진다.
4세기 무렵 삼국사회의 토목·측량·석공 등의 발달 정도를 알려주는 유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
김제벽골제는 제천의림지 밀양수산제와 함께 고대 3대 저수지로 꼽힌다.
김제시에서는 그곳에 수리민속유물전시관을 건립, 지금은 잊혀져 가는 농경문화의 자료들을 전시하여
지역 주민의 휴식은 물론 아이들의 교육장으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바로 그곳에서 나는 냉. 난방 및 시설물관리담당자로 근무 하고 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일직 하는 근무자만 있다.
바다에서 잡은 해삼 멍게 꽃게 소라 등. 먹거리를 스치로폼 박스에 얼음과 함께 넣어
기계실 한쪽에 자~ 알 두고 나왔다.
집에 가며 내일 오전에 직원들과 함께 먹을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사무실 직원 모두들 싱싱한 해산물을 좋아하지만
특히 학예연구사인 강민혁 형님이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하하하
<2003년 5월 26일 월요일>
사무실에 출근을 하며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민혁이 형님이 나를 보더니 다짜고짜 쫓아와서 닦달 이다.
"재형아~ 어제 스쿠버 다녀왔어? 이번엔 뭐야? 뭐 가져 왔어? "
"알았어요. 11시를 기다려 주세요. 해산물 개봉박두~~~ 하하하"
직원회의를 마치고 업무를 시작했다. 평소처럼 단지 내 모든 시설물을 점검한다.
단지 내 모든 기계설비의 정상적 작동여부를 확인하고 수도 및 위생배관,
그리고 단지 내 수목과 시설물(물레방아. 무자위. 조형물... 등)을 점점 한다.
최종적으로 유물전시관에 전시된 유물을 확인하고 나니 11시가 되었다.
기계실 수돗가에서 해산물을 손질했다.
해삼 멍게 소라 게 쭈꾸미.. 등등...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포식을 했다.
비록 한달에 한번이지만 이 날 만큼은 나도 가장 뿌듯한 날이기도 했다.
남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작은 수고로움이 너무도 기분 좋은 날이다.
- 계속 -
- 예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