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영지를 버리고
동쪽의 미개척지인 에도 (도쿄) 부근으로 옮기는 것에 대한 가신들과의 대화 장면이 나옵니다.
한번 옮겨 보지요. 임진왜란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잘 나타나 있고, 전쟁으로부터 피할 수 있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빛나는 전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도자는 이렇게 멀리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좀 더 거시적으로 멀리 바라보고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게 이에야스의 교훈입니다.
결국 임진왜란의 후유증으로 히데요시가 죽고 세력이 약화되자, 드디어 이에야스가 본색을 드러내며
일본의 정권을 빼앗아 오게 됩니다.
가신들 : 주군, 에도성 (도쿄) 은 여간 황폐되지 않아 아무 쓸모도 없는 여우나 너구리의
소굴과도 같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 그 정도로 황폐되었단 말인가?
가신들 : 솔직이 말씀 드리면 미카와 (현재의 이에야스 영지) 부근의 낡은 촌장 집 정도라 생각하시면
상상이 가실 것입니다.
이에야스 : 으음, 간토 (관동) 8개 주를 다스릴 중심지는 될 수 없다는 말이군.
가신들 : 우선 산을 허물어 매립하지 않으면 시가지를 만들 땅이 없습니다.
지금 그대로는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 됩니다.
이에야스 : 으음...
가신들 : 주군, 한가지 여쭙고 싶은 일이 있스니다.
이에야스 : 무엇말인가?
가신들 : 우리가 갖은 노력 끝에 스루가, 도도우미, 미카와, 고슈, 시자노 등 5개 지역을 훌륭한 영지로
만들었습니다. 어째서 이 곳을 버리고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무지에 가시렵니까?
다른가신 : 그렇습니다. 도쿠가와 가문은 히데요시의 가신이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굴종할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이에야스 : 호조 부자와 오다 노부카스 (오다 노부나가의 아들) 의 경우를 보고도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것을 배우지 못했는가?
가신들 : 지는 것이 이긴다는 말씀입니까?
이에야스 : 나는 1백만석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땅만 있으면 언제라도 중요한 때에는 교토를 공격할
자신이 있네. 간토 (관동) 의 8개 주는 개간되지 않은 땅이지만 잘만 개척하면 2백5,60만석은
거둘 수 있어. 1만석이면 대략 300명을 양성할 수 있지. 따라서 2백50만석이면 8만의 직속 군사를
양성할 수 있네. 그 정도의 직속 군사에다 연고가 있는 다이묘를 합치면 그 세력은 천하를 평정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일세.
가신들 : 그럼 전하는 천하를?
이에야스 : 그것은 에도 (도쿄) 를 개척하고 나서 생각할 문제일세.
가신들 : 주군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면 저희는 앞장서서 산을 허물고 강을 메워 에도 (도쿄) 를
개척하겠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일할 보람이 있겠습니다.
이에야스 : 그리고 내가 동쪽으로의 영지 이전을 승낙한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네.
가신들 : 또 하나의 이유?
이에야스 : 히데요시는 영지를 상으로 내림으로써 다이묘 (무사) 들을 지배하고 있어. 그러나 일본 땅은 한정되어 있네.
목 하나에 5천 석씩 준다면 언젠가는 땅이 모자라게 될 것 아닌가. 그래서 히데요시는 조선을 공격할 생각일세.
가신들 : 조선을?
이에야스 : 외국과 전쟁을 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 아닌가? 동쪽의 미개척지에 가 있으면 그 출병과 비용 부담을
면하고 힘을 축적할 수 있는 것일세.
가신들 : 오, 주군이 거기까지 생각하시다니. 주군, 내일을 위한 원대한 계획이군요.
첫댓글 율리우스의 열정이 일본으로 가네요. 덕분에 흥미롭게 일본을 배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