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소설) 병영불고기
만덕이 아내와 함께 병영장에 왔다. 오랜만이었다. 현주 있을 때 같이 온 게 마지막이었으니 12년이 넘었다. 듣던 대로 많이 달라졌다.
마침 토요일 점심시간 무렵이어서 불고기 먹거리 거리가 사람들로 북적였다.
만덕이 사람들 틈을 비집고 뛰다시피 다가가 춘자의 손목을 붙잡았다.
"나랑 잠깐 얘기 좀 해!"
"왜?"
춘자가 자꾸 자신과 거리를 두고 걸었다. 다가가면 속도를 높여 멀어지고 다시 쫓아가도 그랬다.
"너 방구 실패 사건 때문에 이러냐?"
며칠 전 만덕이 아내를 골려주려고 침대 이불 속에서 방구를 끼었는데, 나오라는 방구는 안 나오고 딴 게 나온 일이 있었다.
"내가 뭘?"
"계속 나랑 10미터 이상 거리를 두고 걷잖아. 내가 다가가면 더 멀리 떨어지고..."
"아니야. 그 일은 다 잊었어."
"그럼 왜 그래?"
'......'
"혹시 목 없는 나랑 같이 다니는 게 창피해서 이러는 거야?"
춘자가 대답 대신 힘없이 고개를 끄떡었다.
만덕에게도 목은 있었지만 몸통 속에 들어가 있어서 겉으로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신체적 특징 때문에 만덕을 한 번 만났던 사람은 그를 오래 기억했다.
답답하고 화가 났다. 만덕이 소리를 질렀다.
"내 목이 없는 게 니 잘못도 아닌데 니가 챙피하긴 뭐가 챙피해? 그리고 다음부터 같이 안 다니면 되잖아! 이젠 됐지?"
불고기 먹거리 좁은 골목에 만덕의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끌벅적 소란스럽던 사방이 고요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제 자리에 서서 만덕을 쳐다봤다. 불고기 식당 안에서 돼지불고기 백반을 먹던 사람들도 식사를 멈추고 만덕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웃을 법도 한데 웃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니 옆에서 비켜줄께. 됐지?"
만덕이 뒤로 돌아 걸음을 뗐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불고기 거리였으나 유독 손님이 한 명도 없이 파리만 날리는 불고기집이 눈에 들어왔다. 만덕이 망설임없이 그 식당으로 들어갔다.
"사장님. 여기 불고기와 막걸리 주세요."
혼자 막걸리 네 병을 비웠다. 오후 세 시가 넘어가니 북적였던 사람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대부분 식당들도 브레이크 타임으로 영업을 멈췄다.
만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 위의 불고기도 거의 먹고 몇 점 남지 않았다. 농장에 사는 검정 강아지, 꿈이 생각났다. 꿈은 몸이 약해 고기 같은 음식은 다른 녀석에게 힘으로 밀려 제대로 먹지 못 했다.
"사장님. 저기 남은 고기를 싸 주세요. 사람 먹을 것 아니니까 대충 봉투에 담아주세요."
그러나 불고기집 사장 아짐은 포장 용기를 꺼내 포장하기 시작했다. 마늘과 된장, 쌈까지 함께 담아줬다.
순간 만덕의 눈에 들어왔다. 몇 점 되지 않은 고기 용기에 사장 아짐이 막 볶은 다른 고기를 푸짐하게 더 담고 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사장 아짐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거리로 나왔다. 비틀비틀 걸었다. 고기가 담긴 검정 비닐을 꼭 쥐었다. 알딸딸한 술기운에 굳었던 마음도 조금 풀렸다.
한참을 걸어 남포를 지날 무렵 하늘이 붉어졌다. 붉게 물든 하늘을 보며 만덕이 혼잣말처럼 노래를 흥얼거렸다.
"누워 쉬는 서해의 섬들 사이로 해가 질 때
눈앞이 아득해 오는 밤
해지는 풍경으론 상처받지 않으리
......"
다섯 시간을 걸어 도암 항촌 농장에 도착했다. 이미 세상이 깜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