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치크의 대명사 제인 버킨
뱅스타일의 긴 생머리, 조금씩 벌어진 앞니, 두꺼운 쌍꺼풀과 늘씬한 키는 그녀를 가장 그녀답게 하는 트레이드 마크와 다름 없었다. 화려했던 전성기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던 헤어스타일은, 커다란 이목구비를 강조하면서도 청순한 느낌을 잃지 않는다. 우리나라 여배우라면 진작에 앞니에 라미네이트를 해 넣었겠지만, 프랑스 셀러브리티들은 벌어진 치아조차 손대지 않는다. 거뭇한 기미나 주름도 모두 자연스럽게 그냥 내버려둔다.
혹시 제인 버킨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프랑스의 명품브랜드인 ‘에르메스(HERMES)’의 초고가 핸드백인 ‘버킨 백(Birkin Bag)’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가방의 뮤즈가 바로 제인 버킨이다. 엄선된 세계 최고의 가죽으로 에르메스 장인학교를 졸업한 사람만이 만들 수 있다는 버킨 백은, 천만 원을 웃도는 매우 비싼 가방임에도 불구하고 구매자들의 수요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웨이팅까지 걸어야 할 정도로 대기자가 많아 돈 주고도 사지 못하는 전세계 여자들의 로망이 되었다. 가방 제작을 일일이 손으로 하다 보니 대량 생산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여자들의 심리를 꿰뚫은 에르메스 측의 전략이기도 하다. ‘희소성 있는 고가의 가방’에 대한 여자들의 욕망을 자극함으로써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가치를 더욱 높이고자 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버킨 백’이 탄생했을까? 한창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제인 버킨은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에르메스’의 회장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녀가 수첩을 찾기 위해 어질러진 가방 속을 뒤적이며 짜증을 내고 있을 때, 그것을 눈 여겨 본 회장은 내부에 지퍼 포켓이 달린 실용적인 가방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에르메스의 또 다른 대표적인 핸드백 ‘켈리 백(Kelly Bag)’도 모나코의 여왕 ‘그레이스 켈리’의 임신한 배를 가리기 위해 처음 제작되었던 것처럼 ‘버킨 백’ 역시 제인 버킨을 모티프로 하여 탄생했다.
제인 버킨은 1946년 영국 런던 출생으로 프랑스에서 배우, 모델, 가수 활동을 했다. 22살 때 이미 작곡가인 존 배리(John Barry)와 이혼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슬하에 케이트 배리(Kate Barry, 현재 사진작가)라는 딸이 하나 있었다. 프랑스어도 잘 하지 못했던 버킨은 1968년에 프랑스 영화 <슬로건Slogan>에 출연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천재적인 작곡가이자 배우, 감독인 세르주 갱스부르(Serge Gainsbourg)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둘은 짧은 교제 후 곧 결혼을 한다.
1960-70년대에 세기의 커플로 불렸던 이들은 18살이라는 현격한 나이 차이를 실감할 수 없을 만큼 공통된 예술 세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만든 선정적이고 에로틱한 노래를 직접 불러 유럽의 음악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으나 결국 이 앨범은 큰 히트를 쳤다. 바로 <Je t’aime, moi non plus. 쥬 뗌므 무아 농 플뤼 (I love you, me neither와 같은 의미)>라는 곡이다. 흐느끼는 듯한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야릇한 상상을 하게 만들고 적나라한 가사가 파격적인 노래다. 이들은 십 년 정도를 함께 살다가 1981년 이혼한다. 약물과 여자에 빠져 사는 세르주의 방탕한 행동들을 더 이상 참지 못한 그녀가 십여 년의 결혼생활을 정리한 것이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현재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로 불리는, ‘샤를로뜨 갱스부르’이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아버지 세르주의 느낌이 많이 묻어난다. 제인은 세르주와 이혼 후 영화감독 자크 두아용(Jacques Doillon)과 결혼해 세 번째 딸 루 두아용(Lou Doillon)을 낳는다. 엄마의 모습을 많이 닮은 루는 현재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제인 버킨은 전남편인 세르주가 1991년 사망하자 그를 위한 추모공연을 열어주기도 했다.
제인 버킨은 젊은 시절 패션 아이콘으로 불릴 만큼 당시의 젊은 여성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버킨의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에 매료되어 그녀의 모습을 따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그녀가 즐겨 입던 옷의 종류는 의외로 다양하지 않았다. 다리의 각선미를 드러내는 의상을 매우 좋아해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초미니 원피스를 즐겨 입었고 때로는 청순하게 때로는 섹시하게 스타일을 연출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시스루 원피스는 작은 팬티 한 장만 걸친 그녀의 몸매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또 미끈한 다리를 돋보이게 하는 스트레이트 팬츠를 입어 캐주얼함을 살렸다. 가족끼리 소풍을 갈 때면 화이트 블라우스에 롱스커트를 입어 여성스러운 매력을 물씬 풍겼다. 제인 버킨은 큰 키와 날씬한 몸매 덕에 대부분의 스타일을 잘 소화했지만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옷차림을 선호했다. 긴 생머리는 자연스럽게 연출하고, 평상시에는 화장기가 느껴지지 않는 옅은 메이크업을 했다.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된 그녀의 얼굴에는 주름이 빼곡하지만 여전히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그녀의 열정과 미소가 우리에게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지금도 순회콘서트를 열고 영화에 출연하는 등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힘들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적극적인 사회 운동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제인 버킨은 우리에게 늘 신화 같은 대중예술인으로 기억될 것이다.
Je T'aime Moi Non Plus - Jane Birkin& Serge Gainsbourg
첫댓글 어제밤..저를 사로잡은 여자..제인 버킨..
두시간 내내
같은 여자가 봐도
그 나이에 정말 멋지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근사하고
노래 중간 중간 활짝 웃는 그 소녀같은 미소에 나도 모르게 하트 백만개..ㅎㅎ
그녀가 무대에 올라 검정 쟈켓을 벗는 순간 ..
온 몸에 전율이..
눈물이 쏟아졌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