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y Elisabeth Simon
칼리 사이먼(Carly Simon)은 다분히 1970년대 감성을 소유한 성인 취향의
소프트 팝 싱어 송라이터다. 그녀의 개인적이면서 진솔한 노랫말과 매력적인 선율은
석유 가격 인상으로 야기된 경제 불황과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스타일을 구긴 1970년대 초반
미국인들의 마음고생을 어루만져 주었고 진실에 대한 갈증을 해갈시켜 주었다. 이렇게 그녀는 1970
년대의 빗장 풀린 상황을 치유하는 순기능을 담당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1945년 6월 25일,
뉴욕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칼리 사이먼은 1971년에 솔로 활동을 시작하기 훨씬 이전인 1964년에
동생 루시 사이먼(Lucy Simon)과 함께 사이먼 시스터스(Simon Sisters)란 듀엣으로 'Winkin'
Blinkin' and Nod'를 빌보드 싱글 차트 73위에 올리면서 신고식을 치렀지만
대중들은 그녀의 이름을 가슴과 머리에 입력시키지 못했다.
늘씬한 몸매의 그녀가 세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1971년에 공개된
셀프 타이틀의 처녀작 부터이다. 신인으로서 대담하게도 결혼 제도에 반대하는
'That's the way I've always heard it should be(10위)'를 데뷔 싱글로 선택해 당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던 독신주의와 여권 운동에 힘을 실어주었으며 두 번째 작품 에서 터진 앨범
타이틀 'Anticipation(13위)'과 'Legend in your own time(50위)'의 뒷심으로 칼리 사이먼은 그래미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1972년의 3집 에는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에게 혐의(?)를 둔 가사로 유명해진 'You're
so vain'이 3주 동안 싱글 차트 정상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고, 두 번째 싱글 'The right thing to do'도17위를
마크하면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혼인에 회의적인 시각을 표현한 'That's the way I've always
heard it should be'를 만들었으면서도 1972년에 같은 계열의 남성 싱어 송라이터 제임스 테일러
(James Taylor)와 화촉을 밝혀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칼리 사이먼은 1974년에 'Mockingbird
(5위)'를 함께 불러 잉꼬부부의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그들은 1983년에 이혼했다).
그러나 불안정하고 혼란스런 사회를 반영하지 못한 그녀의 사랑 타령에
팝 팬들이 식상하면서 칼리 사이먼은 197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침체의 늪으로
침잠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화려하게 회생(回生)시킨 노래는 1977년에 개봉된 영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주제가 'Nobody does it better(2위)'였다. 이 여세를 몰아 1978
년에 발표한 를 통해 배출된 히트 싱글 'You belong to me(6위)'와 남편 제임스 테일러와 다시 함께 부른
'Devoted to you(36위)'는 '부활의 노래'였다. 1980년 음반 의 4번째 트랙 'Jesse'가 비록 11위에 등록되어
인기 차트와의 친밀감을 과시하긴 했지만 1980년대 팝계의 판도는 전자 음악의 등장이라는 커다란 지각
변동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 뉴요커가 아날로그 방법으로 창조하는 노래들은 디지털 방식으로 찍어
내는 당시의 혁신적인 음악 스타일에 자리를 내주면서 다시 한번 사정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그녀의 1980년대 부진도 영화 음악으로 극복되었다.
칼리 사이먼은 명배우 메릴 스트립과 잭 니콜슨 주연의 영화 <하트번>의
사랑의 테마 'Coming around again(1986년 18위)'와 멜라니 그리피스와 해리슨 포드가
타이틀 롤을 맡은 <워킹 걸>의 주제가 'Let the river run(1989년 49위)'으로 예전의 명성을 회복했다.
특히 최고의 가창력을 과시한 'Let the river run'으로 그래미와 아카데미를 석권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어렵사리 탈환한 영광의 자리는 1980년대 후반에 번성한 팝메탈과 그것에 반(反)한
1990년대 얼터너티브 그런지의 함성에 급속히 빛이 바랬다. 칼리 사이먼은 현재까지도 샘솟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