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노동자 최저임금 완전제외, 헌법부정 차별행위
노동부가 장애인 차별하는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기준’ 만들어
취업 시 수당 박탈조치가 기초생활보장 저해 차별행위라는 공론장 어서 마련되어야
6월 27일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 최종태)는 새벽 2시경 노․사․공익 3자 합의로 2008년 최저임금을 현행 시간급 3,480원에서 8.3% 인상된 3,770원(시간급 290원 인상)으로 결정했다.
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는 “노․사․공익 3자가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살려 기업의 생존과 저소득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로 풀어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한마음으로 합의에 이르렀다”라고 합의배경을 설명했다.
장애인 노동자는 최저임금 적용에서 완전 제외
이로서 2008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국내 전 산업의 2백12만4천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게 된다. 여기엔 단서조항이 있다.
장애인 노동자는 최저 임금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그것. 노동부는 적용대상 노동자의 수 합계에 장애인 노동자는 처음부터 제외됐다.
장애인을 노동자로 판단하지 않는 시각은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기준’에서 뚜렷히 드러난다.
노동법상 장애인이란 “근로자의 정신 또는 신체의 장애가 당해 근로자를 종사시키고자 하는 업무의 수행에 직접적으로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자”이기 때문.
노동자란 자신의 노동력을 매매해 생계를 잇는 사람이란 뜻이고, 노동력 시장에서 노동가치 및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인데, 장애를 겪는 노동자는 오히려 일에 지장을 주는 사람이라고 법적으로 명시되고 있는 게 현실.
이에 대해 최저임금위원회에 노동자를 대표하는 위원으로 참석한 민주노동‧한국노총 관계자의 인식도 사용자 인식과 다른 점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이 ‘생활임금보장과 노동자 양극화 해소 및 동일임금 동일노동 쟁취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장애인 노동자의 최저임금 제외에 대해선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이들 양대 노총에겐 미조직 상태인 90%의 노동자 중에서 480만 장애인은 염두에도 없었던 것.
전경련 등 사용자 위원이나 노동자 위원이나 공익위원이나 ‘국민에게 희망을 준다’는 거창한 말은 할 줄 알았지, 국민의 10%가 장애인이란 건 철저히 무시되고 말았다.
장애인 노동자 제외는 장애인 차별행위이자, 위헌
취업박람회에 온 수많은 장애인 실업자들
단, 노동계 제안으로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대상인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사업을 추진한다는 알듯 모를 듯한 문구를 하나 넣었다.
더 정확한 뜻을 묻고자 위드뉴스 기자는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하였고, “연구용역사업은 검토해보고 난 뒤 올해 중 추진될 수 있다”는 더욱 애매한 설명만 들었다.
노동부가 장애인 노동자를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전락시키는 데 앞장서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장애인 노동자가 노동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적 의견을 제시하는데 머물렀다. 현재 장애인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서조차 부분적 보호를 받고 있을 뿐이다.
노동부의 장애인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제외는 명백히 장애인 차별행위이자, 위헌의 소지를 안고 있다.
헌법 제 3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며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
하위 법인 노동법에서 헌법에서 정한 ‘적정임금의 보장’ 및 전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제 시행’을 거부한다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으로서 헌법이 성문법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
단순히 사업주의 편의를 위해 장애인 노동자는 일에 지장을 주는 사람으로 다시 한 번 차별하면, 노동법은 헌법에 반하는 법인 동시에 사업주를 위한 법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보장받지 못해 장애인 취업률 바닥 기어
이어 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으며, 노동시장에서 차별받는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비장애인 여성노동자는 그래도 최저임금이라도 적용받는다. 단순 비교하자면, 장애를 겪는 남성, 여성 노동자는 '특별한 보호‘도 받지 못한 채 2중의, 3중의 차별을 받고 있는 셈.
근로기준법 등 여러 노동법은 모두 헌법 제32조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상위법을 부정하는 장애인 노동자를 차별하는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기준’은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장애인 노동자 차별의 파트너가 되어선 더욱 안 된다. 현 기준에 보면 장애인 노동자의 작업능력 판단은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의견을 들어 판단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장애인 노동자가 최저임금에서 제외가 되다보니, 장애인의 취업률이 오히려 더 떨어졌다는 사실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아무리 일 해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니 취업을 포기한 것이고, 취업을 포기하니 장애인 수당에 의존하며 살아야 하는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걸 장애인들은 다 알고 있다.
여기에 취업을 하면 수당을 포기하라는 정부의 억압으로 인해 취업 장애인 노동자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쥐꼬리만한 수당마저 받지 못하는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왔다.
장애인 노동권이 국민 기본권이란 재인식 필요
장애인이 세금을 내는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선 최저임금의 적용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최저임금 제외가 장애인 차별 행위란 사실이 널리 알려져야 할 것 같다.
최저임금 보장 및 취업 시 수당 박탈 조치 또한 기초생활보장을 저해하는 차별행위라는 공론의 장이 어서 마련되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권리를 찾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행동이 있을 때 장애인 노동권은 국민의 기본권으로 재인식될 수 있다.
노동부와 사용자, 정부는 장애인 실업자와 노동자를 실업자와 노동자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게 분명한 만큼 어서, 하루라도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