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사람
당신의 '가면'은 어떤 것입니까?
최근에 몇몇 지인들과 한담을 나누던 중에 성숙한 사람이란 주제로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요즘 TV에 보면 정치인들과 정치 평론가들이 자주 등장하여 설전도 벌이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프로그램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다보면, 거의 대부분이 사실(fact)에 근거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내편 네편으로 갈라서 듣기에 식상한 억지 주장들을 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정치인과 정치평론가들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 진영을 보호하려는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성숙한 인격을 찾아보기 어렵다.
중세기에는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가 인간의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었다. 그런데 그가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 하는 것은 그가 '기독교인이냐, 아니냐'로 결정되었다.
이 이론대로 하면 기독교가 전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중세 유럽 사회는 지상 낙원이어야 했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 중세 유럽 사회도 여전히 폭력과 무지와 어리석음이 삶의 현장에서 지배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근세에는 르네상스와 합리적인 과학정신에 영향을 받아 인간의 가치 척도가 '배운 사람이냐, 아니냐'로 바뀌었다. 만일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모두 다 배운 사람들이라면 폭력이나 무지, 그리고 어리석음 따위는 사라질 걸로 생각했다.
그러나 배운 사람이 많아진 근대에도 폭력이나 무지, 어리석음 따위는 사라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 강력하고 교묘해졌다. 지식 강대국인 선진국들이 다른 나라들을 침공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제국주의적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 정책,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잡아 사고 파는 노예산업, 일본의 군국주의, 광기라고 볼 수밖에 없는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등등…….
이들은 모두 근, 현대식 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이었다. 사람들은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을 더 이상 좋은 사람, 혹은 바람직한 사람으로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21세기에 들어와서는 가치 있는 인간의 척도는 '성숙한 사람이냐, 아니냐'로 판단해야 한다고 많은 학자들이 말하고 있다. 성숙한 사람은 내면과 인간관계와 영적인 면이 다 건강한 사람을 의미한다.
내면이 건강한 사람은 거짓이 없고 진실하다. 융의 심리학 용어에 페르소나(persona)라는 말이 있다. 페르소나라는 말은 '가면'이라는 뜻이다. 융은 모든 사람은 어느 정도는 모두 다 가면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라는 가면, 선생이라는 가면, 목사라는 가면, 교양 있는 여자라는 가면 등등, 우리 인간은 수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이 사실이다. 페르소나는 부정적인 면과 함께 긍정적인 면으로도 인간의 생활에 관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과도하게 경직된 가면, 위선적인 가면, 지성을 외면한 진영논리의 가면, 소위 팬덤이라고 부르는 맹목적인 지지자의 가면, 특히 선동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가면 등은 이제 그만 벗어야 한다.
이런 가면들을 벗어야 진실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따라 살 수 있고, 공동체가 건강해질 수 있다.
미래 사회는 갈수록 AI와 IT 등 디지털 문명의 위기가 심각해질텐데, 우리가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정치, 산업, 종교, 교육 등 각 분야의 지도자급 엘리트들이 성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질 때일 것이다.
성숙이란 무엇이며 또 성숙한 사람이란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인가?
다음 주부터 2-3회에 걸쳐서 매슬로우(Abraham Maslow)라는 심리학자의 자아실현을 한 사람의 성격의 특징 15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나는 성숙한 성격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있어서 매슬로우의 성격 분류가 매우 좋은 거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 | 윤종모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