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詩魔)'라는 제목의 한시로 가장 유명한 작품은 고려시대의 문인 이규보(李奎報, 1168~1241)가 지은 칠언율시 〈견시마(遣詩魔 - 시마를 보내며)〉입니다. 시를 짓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과 창작의 고통을 '마귀(詩魔)'에 비유하여 해학적으로 풀어낸 명작입니다.
원문 및 음독
遣詩魔 (견시마)
降爾何能爾最靈 (강이하능이최령)
攻吾心腹暫無停 (공오심복잠무정)
窮來未覺因詩窮 (궁래미각인시궁)
瘦去方知爲詩瘦 (수거방지위시수)
設藥難醫此病痛 (설약난의차병통)
勸酒莫驅此魔魅 (권주막구차마매)
雖知爾是害吾生 (수지이시해오생)
終歲相隨如結好 (종세상수여결호)
현대어 풀이
너를 항복시키려 한들 어찌 가능하겠는가, 네가 가장 신령한 것을.
내 마음과 창자를 공격하길 잠시도 쉬지 않는구나.
신세가 궁핍해져도 시 때문에 궁해진 줄 몰랐는데,
몸이 파리하게 마르고 나서야 시 때문에 마른 줄을 겨우 알았네.
약을 써도 이 병통은 고치기 어렵고,
술을 권해보아도 이 마귀는 쫓아낼 수가 없네.
비록 네가 내 삶을 해치는 줄은 알지만,
한평생 사이좋게 서로를 따르며 살아가노라.
핵심 구절 해석 및 특징
시마(詩魔): 시를 쓰게 만드는 창작의 욕망이나 집착을 의인화한 표현입니다.
窮來未覺因詩窮, 瘦去方知爲詩瘦: "궁해진 것이 시 때문인 줄 모르고, 쇠약해진 것이 시 때문인 줄 이제야 알았다"라는 구절로, 시인으로서 고단한 삶과 창작의 열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주제: 시를 쓰고자 하는 끊임없는 열망과 그로 인한 창작의 고통, 그리고 이를 수용하며 평생 시인으로 살아가겠다는 해학적 다짐을 담고 있습니다.
(참고: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白居易) 역시 동일한 뜻을 담은 〈잠침시마(雜沈詩魔)〉 등의 작품을 남긴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