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살아가는
가정의 달 특집 ① 새로운 가족, 반려동물
너와 함께 있으면 집안에 언제나 생기가 돈다. 천진무구한 새카맣고 동그란 눈을 바라보노라면 가슴이 말랑말랑해진다. 쿠션을 물어뜯어 솜이 터져 나와도, 아무 데나 볼일을 봐도 예쁘기만 하다. 슬플 땐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는 너.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반려동물은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집안의 귀여운 막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행복한 반려동물 가족을 찾아갔다.
▲ 반려견 겨울이와 진미정 씨, 서로에게 가장 큰 위로이고 선물이다.
하늘나라에서 보내준 선물, 유기견 겨울이
지난 겨울 진미정(51) 씨 가족과 16년을 동고동락한 ‘미루’는 하늘의 별이 됐다. 그날 밤, 부평구 동물보호센터 짱구네동물병원에는 새끼 진돗개가 길에서 떨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며칠을 울기만하다 원장님 전화를 받고 동물병원에 겨울이를 보러 갔는데 미루랑 꼭 닮았더라고요. 보자마자 ‘아, 내 아이구나’ 느낌이 왔어요.”
진 씨 가족과 겨울이는 서로에게 새로운 가족이 돼 가족을 잃은 슬픔을 어루만져줬다. 재롱도 곧잘 부리고 말귀도 척척 알아듣는 겨울이 덕분에 적막하던 집에 예전처럼 생기가 돌았다. 2개월 아기 때부터 진 씨 부부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자란 겨울이는 동물판매업소(펫샵)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건강하고 사회성이 좋다. 외모도 제법 늠름하다. “겨울이가 우리집 보물 1호예요. 평생 꽃길만 걷게 해줄 거예요. 길 위의 더 많은 생명이 소중한 가족을 만나 사랑받고 자랐으면 좋겠어요.”
■ 짱구네동물병원(부평구 동물보호센터)
○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356
○ 전화번호 : 032-511-5515
추억의 페이지마다, 아기 돼지 뚱이
‘뚱이’는 손바닥만 할 때 인천서흥초등학교에 온 귀여운 미니 돼지다. 4년 전 심준희(45) 교사와 반 아이들이 데려왔다. 짧은 다리로 실룩거리며 계단을 곧잘 올라 두 살 때까지는 온 학교를 누비며 수업도 듣고 체육대회도 함께했다. 졸업 앨범에도 올라 있을 정도다. 아이들은 뚱이 그리기 대회, 시 쓰기 대회를 열고 돌봄 동아리 ‘뚱아리’도 만들었다. 뚱아리는 아침에 일찍 등교해 뚱이에게 밥을 주고 방학 때도 순번을 정해 뚱이를 보살핀다. 이 과정에서 의견을 내고 조율하는 법, 생명 존중의 의미와 책임감을 자연스레 배운다.
▲ ‘뚱아리’ 친구들에겐 언제 꺼내봐도 좋을 뚱이와의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김하은, 추서율, 박선영, 오서진 어린이(왼쪽부터)
아이들은 뚱이와 정이 깊이 들었다. “뚱이와의 추억이 많아요. 뚱이 보고 싶어서 졸업하고도 학교에 올 것 같아요.” 박선영(12) 어린이의 말에 추서율(12) 어린이가 싱글거리며 화답한다. “그럼 선생님 돼서 매일 만나면 되겠네.” 그 순간, “꿀꿀, 꿀꿀꿀꿀.” 뚱아리 친구들에게 맞장구 치듯 뚱이가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 뚱이의 ‘해피 하우스’
▲ 인천서흥초등학교 졸업 앨범. 아기 돼지 뚱이가 아이들 품에 안겨 있다.
우리의 장밋빛 보금자리, 남촌동 장미빌라
반려견 ‘까루’, 반려묘 ‘소금이’, 크레스티드 게코 ‘시크·다크·밀크’, 레오퍼드 게코 ‘순이·정이·난이’, 납테일 게코 ‘알망·똘망·꼬망’. 강영민(27) 씨 집엔 반려동물 대가족이 모여 산다. 6년 전 만난 까루가 맏이고, 몇 달 전 입양한 소금이가 막내다. 호기심 많은 소금이는 까루를 물고 뜯고 하지만 무던한 까루가 잘 받아줘 평화롭기만 하다. 침실 한편엔 서른 마리가 넘는 파충류 가족이 살고 있다.
▲ 강영민 씨가 까루, 소금이, 순이와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오후 8시쯤 귀가하는 강 씨의 고단한 하루를 어루만져 주는 건 가족들이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품으로 달려들어 반겨주는 까루와 저만치서 지켜보다 슬쩍 다가와 다리 사이에 살을 부비는 소금이의 시간 차 애교에 강 씨는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사업에 실패하고 힘들 때,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인생의 고비마다 반려동물을 보며 견뎠어요.” 그의 꿈은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해 반려동물과 마음껏 뛰어노는 것. 강 씨네 대가족은 오늘도 작은 빌라에서 살을 맞대고 오순도순 꿈을 키운다.
▲ 맏이 반려견 까루, 의젓하고 무던해 집안이 평화롭다.
▲ 거리 두기 하다가도 잠은 꼭 같이 자는 반려견 까루와 반려묘 소금이
▲ 레오퍼드 게코 순이는 침착하고 순하다.
작은 동산 속 우주, 나비의 세계
부평구 청천동 장수산 일대 50만㎡에 푸르게 펼쳐진 생태숲, 인천나비공원. 그 안에서 곤충과 동고동락하는 이형범(37) 씨는 나비 전문 사육사다. “나비가 알을 낳는 식물, 흡밀 식물 등을 심어 가꾸고 번식장·전시실·나비생태관 등을 관리해요. 큰줄흰나비, 호랑나비, 긴꼬리제비나비 등 연간 3만 마리 정도를 번식시켜 방생하고 있어요.”
▲ 나비는 그에게 둘도 없는 친구, 신비로운 우주, 평생 함께할 동반자다.
어릴 적부터 곤충이 좋았다. 금색, 녹색으로 치장한 자태가 아른거려 눈만 뜨면 풀밭으로 달려갔다. 처음 채집한 방아깨비, 애지중지 키워 번식시킨 넓적사슴벌레에 대한 기억도 생생하다. “곤충은 자세히 관찰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존재예요. 아름다운 나비의 날개엔 생존 전략이 숨어 있어요. 온도에 민감한 편이라 기후변화에 따라 터를 옮기며 천적인 새의 눈에 띄지 않는 문양과 움직임으로 진화했죠.” 나비는 그에게 둘도 없는 친구, 신비로운 우주, 평생 함께할 동반자다. 그 덕분에 인천나비공원에 가면 언제라도 신비로운 나비를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 전갈 디오라마 전시물. 이형범 씨의 작품이다.(좌), 꽃에 앉은 양끝검은표범나비(우)
▲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곤충과 생활하는 그
■ 인천나비공원
○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356
○ 전화번호 : 032-511-5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