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비행 앞둔 ‘보라매’, 北·中 떨게할 ‘한국형 독침’ 장착한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입력 2022.07.10 10:23
첫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이 이달말 첫 시험비행을 앞두고 지상활주를 하는 모습이 최근 처음으로 공개됐다. 오는 2026년까지 개발될 KF-21은 단계적으로 5세대 스텔스기로 개량되고 국산 초음속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 북·중·러 위협에 대응할 첨단 ‘한국형 독침무기’들을 장착할 예정이다.
◇ ‘절반의 스텔스기’ 로 개발중인 4.5세대 전투기 KF-21
지난 6일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 계류장에서 KF-21 시제 1호기가 랜딩기어를 내린 채 지상에서 주행하는 지상 활주 장면을 연출했다. 계류장을 한 바퀴 돌아 격납고 앞으로 향한 KF-21의 수직 꼬리날개에는 1호기를 뜻하는 숫자 ‘001′과 태극기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동체에 공군과 KAI 마크는 물론 KF-21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인도네시아 국기까지 그려져 있었다.
KF-21은 지난해 4월 시제 1호기 출고식 이후 자체 추진력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이날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KF-21 시제기는 총 6대다. 오는 2026년까지 공군과 KAI 소속 4명의 조종사가 6대의 시제기를 몰고 4년간 2000여 소티(출격 횟수)의 시험비행을 할 예정이다. KF-21은 KF-16 이상의 성능을 갖는 중간급 전투기로, 4세대 전투기지만 일부 5세대 스텔스기 성능과 최신 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을 갖고 있어 4.5세대 전투기로 불린다.
지난 7월6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지상테스트를 시작한 첫 한국형 전투기 KF-21 1호기가 활주로와 이어진 램프 구간을 지상활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외형은 레이더 반사를 작게 하는 스텔스 형상으로 만들어져 세계 최강 스텔스기인 미 F-22 ‘랩터’와 비슷해 ‘베이비 랩터’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군 당국은 2030년대 말~2040년대 초쯤을 목표로 스텔스 도료(페인드)는 물론 내부 무장창까지 갖춘 KF-21 개량형 5세대 스텔스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 유럽제 고성능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 등으로 무장
KF-21은 길이 16.9m, 높이 4.7m, 폭 11.2m 크기다. 미 F-16은 물론 F-35 스텔스기보다 크고 F-15 및 F-22보다는 작다. 최대 탑재량은 7700㎏, 최대 속도는 마하 1.81(시속 2200㎞), 항속거리는 2900㎞다. 전투기 안에 들어가는 전선 총길이만 32㎞에 달한다. 오는 2026년까지 공대공 전투 능력 위주인 ‘블록1′ 개발에 8조1000억원, 2026〜2028년 공대지 능력을 주로 개발하는 ‘블록2′에 7000억원 등 개발비만 8조8000억원에 달한다. 총 120대 양산비용까지 포함하면 총사업비는 18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사업으로 불린다.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 된다.
KF-21은 다양한 국산 및 외국제 미사일·폭탄으로 무장하게 된다. 공대공 미사일은 유럽제인 미티어 중거리 미사일과 AIM-2000/IRIS-T단거리 미사일을 장착한다. 유럽 MBDA가 개발한 미티어 공대공 미사일은 음속의 4배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 최대 200㎞ 떨어진 곳에 있는 적기를 격추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미국의 AIM-120 암람 미사일보다 우수하다.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 도입하는 것이다.
공대지 무기로는 GBU-31 JDAM(합동직격탄)을 비롯한 GBU 계열 폭탄과 국산 한국형정밀유도폭탄(KGGB),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중인 장거리 공대지미사일(ALCM) 등이 있다. 최대 500여㎞ 떨어진 목표물을 족집게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일종의 ‘전략무기’다. 일각에서 공대지 무장 개발이 완료돼야 하는 오는 2028년까지 개발이 가능할 것이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중 항모 킬러’ 초음속 공대함 순항미사일도 장착
전문가들은 KF-21의 진정한 가치는 ‘한국형 독침무기’들을 장착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KF-21의 한국형 독침무기로는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미사일 상승단계 요격미사일 등이 꼽힌다. 국산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은 유사시 KF-21에서 발사돼 중·러 등 주변 강국의 항공모함과 수상함정 등을 격침할 수 있는 무기다.
마하2.5(음속의 2.5배) 이상의 초고속으로 비행하고 수면 위로 낮게 날아갈 수 있어 요격이 어렵다. 2020년대 말쯤까지 개발될 국산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30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은 국력 차이 때문에 중·러·일 등 주변 강국과 똑같은 군사력을 가질 수 없는 우리나라가 주변 강국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독침’ ‘고슴도치 가시’ 무기 중 하나로 꼽힌다.
미·러·중·일 강대국들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게임 체인저’ 극초음속 미사일은 지난 2020년8월 정경두 국방장관이 국방과학연구소 창립 50주년 기념식장에서 개발 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해 공식화됐다. 마하5 이상의 초고속으로 비행해 서울에서 평양 상공까지 1분15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현재로선 군사 초강대국들도 요격 수단이 없는 상태다.
◇ KF-21 개발로 ‘한국형 독침무기’ 개발, 장착 가능
국방과학연구소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발사 직후 상승 단계에서 KF-21에서 발사한 고속 미사일(요격탄)로 요격하는 무기도 개발 중이다. 현재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망은 패트리엇 PAC-3 미사일과 천궁2 개량형 미사일 등이다. 이들은 북 미사일이 우리 땅에 떨어지기 전 마지막 단계에서 요격도록 돼 있어 요격에 성공해도 파편이 우리 땅에 떨어질 수 있고 요격 시간이 매우 짧아 실패 가능성도 있다.
북 미사일을 상승 단계에서 요격하면 미사일 파편이 우리 땅에 떨어져 생기는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그동안 미사일 상승 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거론돼왔지만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실현되지 않았다. 국방과학연구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요격 개념도에 따르면, 한국형 중고도 무인기 등이 발사된 북 탄도미사일을 탐지, 요격탄(요격미사일)을 탑재한 KF-21에 표적정보를 보내면 요격탄을 발사,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한국형 독침무기 개발이 가능해진 결정적 요소 중 하나가 바로 KF-21개발이라고 말한다. 국산 전투기이기 때문에 우리가 개발한 각종 미사일을 마음대로 장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가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을 개발하더라도 공군 주력기인 미국제 F-35 스텔스기나 F-15K 전투기에 장착하려면 소프트웨어 개발 등과 관련해 수백억원대 이상의 돈을 미 정부와 업체에 지불해야 한다. 아무리 우방국이라도 줘선 안 될 KF-21의 ‘소스 코드’를 미측에 제공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