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하남색경전은 중국의 술이다 해지람이란 상표가 시원하기 그지없다 술을 보고 경전이라니, 아니, 맞다! 세상을 바로 보고 바로 살게 해 주는 게 술보다 나은 게 없지 48%짜리 차갑고 뜨거운 바다를 임보 시인과 둘이서 다 퍼냈다 바닥이 난 바다는 허무했다 예수는 맨발로 바다를 건넜는데 우리는 신발을 신은 채 쪽빛 바다를 흔들리며 건넜다 몸속에서 불이 타올라 가는 길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주酒는 주主의 길을 그냥 가게 했다 어쩌자고 바람은 온몸으로 불어오는지 바다는 쪽빛으로 푸르고 빈 바다가 술병에서 잠녀처럼 휘익! 휘익! 울고 있었다. *량허란써징디엔 : ‘량허’는 술 이름, ‘란써‘는 남색이니, 양주의 블르컬러, ’징디엔’은 經典. 즉 클래식, 양주 이름 처럼 폼을 잡아 ‘량허‘, 즉 술 중에 상급 블루 브랜드라는 뜻. ’하이즈란’은 부제, - 출처 :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 홍해리 시집 / 도서출판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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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람天之藍
임보
양하남색경전洋河藍色經典은 술의 천국 중국 양하洋河에서 양질의 수수에 보리 밀 그리고 완두를 첨가해 잘 발효시켜 빚어낸 명주란다 난정蘭丁*이 「량허란써징디엔洋河藍色經典- 하이즈란海之藍」이란 시에서 48° 짜리 ‘해지람海之藍’ 한 병을 임보林步와 둘이 시수헌詩壽軒*에서 다 비우고 신발을 신은 채 쪽빛 바다를 흔들리며 건넜다고 자랑했다 이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동백 시인이 중국에 다녀오면서 ‘천지람天之藍’을 들고 왔다 천지람은 해지람보다 배나 더 비싼 명주라고 하니 이놈을 마시면 쪽빛 하늘을 헤엄치는 기분일지 모르겠다 어느 길일을 잡아 이 천지람을 메고 시수헌에 가서 난정과 한나절 수작酬酌을 부리며 노닥거릴 작정이다 그런데 천지람 위에 또 몽지람夢之藍이 있다고 하니 어느 세월에 그놈들 다 만나 본다? 참 바쁘기도 하겠다! *난정: 홍해리 *시수헌: 《우리 詩》 사랑방. - 출처 : 「 사람이 없다 」 / 임보 시집 / 시학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