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마치고 여행을 가시겠다는 아저씨의 말씀에 따라 출근을 했다.
문경남 사장님께서 흰 봉투를 내미신다.
“서사호 씨, 여행 가서 선생님들 맛있는 거 사 주세요.”
그리고 우리 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들려주셨다.
부산 서부 터미널에 도착해 늦은 점심을 하고 양산으로 출발했다.
지하철도 타고 버스도 탔다.
가는 길이 멀고 험했지만, 기쁜 소식을 들고 가기에 힘든 줄 몰랐다.
아저씨께서는 이동하는 내내 개인소식지가 들어있는 봉투를 한쪽 손에 꾹 쥐고 계셨다.
버스에서 내려 ‘가온들찬빛’으로 올라가기 전,
아저씨께서는 근처 과일 가게에서 복숭아를 고르셨다.
나누어 먹을 입을 생각해서 3박스나 사신다.
과일 가게의 무서운 강아지들이 아저씨가 좋은 지 계속 달려들었다.
“웅!!!”
처음에는 강아지들을 보고 좋아라하시다가 그 정도가 심해지자 역정을 내셨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소연이와 나는 배를 잡고 웃었다.
마지막 관문인 오르막 언덕을 올라 양산 '가온들찬빛'에 도착했다.
원장님께서 한 걸음에 달려 나오신다.
"사호야!"
“웅!”
더운 날씨에 땀범벅이 된 아저씨의 손을 꼭 잡고 시원한 사무실로 안내해 주셨다.
오랜만에 방문한 친척집처럼 친근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사호 머리가 많이 시원해졌네.“
"…….“
"와, 다른 건 달라지신 게 하나도 없는데 얼굴이 1.5배가 되셨네요.“
"…….“
"사호도 나이를 먹으니 중년의 배가 나오는 갑지?"
"……."
애정 어린 반가운 말들이 오가고
아저씨께서 원장님, 선생님들 한 분 한 분께 개인 소식지를 드리셨다.
찬찬히 읽어보시곤,
“사호 멋있어. 취직한 거 축하해.”
진심을 다해 말씀해주신다.
“잘 살고 있구나. 좋다.”
“웅.”
아저씨께서 당당하게 말씀하신다.
잘 살고 있다, 자기 삶을 잘 꾸리고 있구나 하는 말을 듣는데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는 길은 계신 선생님들께서 모두 나와 배웅해주셨다.
걸어 내려가는 길이 덥다고 차까지 태워주셨다.
운전을 해주신 선생님은 예전에 아저씨를 1년 동안 담당하셨던 선생님이셨다.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1년 동안이나 아저씨를 담당했었는데 오늘 뵈니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서운해 하신다.
그 순간, 뒤에 앉아 계시던 아저씨께서 나를 바라보시며 엄지손가락으로 당신을 툭툭 치고 앞에 운전하시는 선생님을 가리키셨다.
“아저씨, 예전 담당해주시던 선생님 기억나세요?”
“웅.”
다시 앞에 계신 선생님을 가리키신다.
“서사호 아저씨 저 기억나세요?”
기억난다는 아저씨의 말씀에 선생님께서는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그리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때까지 아저씨와의 여러 추억을 말씀해주셨다.
“예전에 아저씨께서 교회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산에서 길을 잃으셨어요. 이틀 만에 발견이 되셨죠. 그때 엄청 놀래셔서 그 이후로 교회를 안 가셨어요.”
아저씨 표정을 보니 시무룩해 계신다. 그때 생각이 나시는가보다.
아저씨의 예전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거웠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고 “다음에 또 뵈어요.” 하는 선생님의 말에 아저씨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인사를 하신다. 선생님 차가 언덕으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드셨다.
2015. 08. 05, 최유민 일지
첫댓글 "잘 살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