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말에는 “머리”라는 단어를 넣어서 다양한 형태와 의미로 활용한다. 채신머리, 소갈머리, 인정머리, 주변머리, 버르장머리, 골머리, 일머리 등이다. 여기에서 “머리”는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서 세 국어사전에 ‘소갈머리’를 ‘마음, 마음속, 마음보, 속생각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 풀이해 놓았다. 소갈은 마음속, 속생각을 지칭하는 말일 것이고 머리는 낮잡아 부르는 말에 해당한다. 따라서 채신머리, 버르장머리와 같이 소갈머리에서 머리는 낮잡아 부르는 말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그래서 국어사전에서는 “머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 사람의 됨됨이나 능력 따위를 가리키는 일부 이름씨 뿌리에 붙어서 낮은말이 되게 함. 2) 일정한 명사 말 뿌리에 붙어 그 뜻을 속되게 나타낸다. 3) (일부 명사 뒤에 붙어) ‘비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따라서 골머리라는 뜻도 머릿골을 속되게 비하해서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골머리를 썩이다, 골머리를 앓다”고 할 때 일이 힘들고 풀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하지만 위의 단어들 가운데서 머리의 뜻이 다르게 사용되는 한 단어가 있는데 바로 일머리다. 일머리에서 일은 일을 낮잡아 부르는 말로 사용된 어미가 아니다. 일머리의 “머리”는 방법, 노하우, 기술, 요령 등을 의미하는 일+머리의 합성어다.
나는 아내에게 일머리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 일이라는 게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인지 아니면 단순 작업과 같은 일머리인지 잘 알 수 없으나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오늘은 교회 마당에 주자 스토퍼가 깨져서 교체한다고 낑낑거리고 있자니 아내가 새로 하나 사지 왜 그러고 있냐고 핀잔을 준다. 두 시간을 꼬박 나사 하나 풀려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나를 보더니 참았던 말을 하고 만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해 봐야 만 원 남짓 하는 주차 스토퍼인데 두시간을 도구를 찾아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그것 하나를 해결하지 못하는 걸 보니 얼마나 속이 답답했을까?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라고 하면 남들이 온종일 잡고 있을 것을 한 시간이면 뚝딱해 낼 텐데 여하튼 손발을 이용해서 만들거나 고치는 것은, 나에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전형적인 문과생인 나는 이과 쪽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국어나 사회 역사 과목은 눈 감고도 풀어도 만점을 받았는데 화학, 지리, 기술 이런 과목은 봐도 봐도 어렵고 힘들었다. 오늘도 아내는 웃으면서 “저런 일머리를 가지고 가족들을 부양하는 것도 정말 기적이야!”라고 한다. 그래서 속으로 “그게 바로 하나님의 은혜야, 그것도 몰라?”고 속삭였다.
손을 멈추고 철물점에 가서 주차 스토퍼를 하나 달라고 했더니 튼튼하고 멋있는 새것을 만 원에 준다. 그리고 아까부터 나사를 못 풀어서 낑낑거리던 낡은 스토퍼를 치우고 갈아 끼우니 금방 새것이 되었다. 멋쩍어하는 나에게 아내는 “그래 만족해? 그렇게 보면 당신과 나는 천생연분이야!” 하면서 웃어 보인다. 그래 우린 천생연분이지! 나도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