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기장군 일광신도시 아파트 중 처음으로 분양된 '일광 자이푸르지오'와 'e편한세상 일광'의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렸지만 거래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림은 '일광 자이푸르지오' 조감도. 부산일보DB
부산 기장군 일광신도시에 들어서는 아파트 중 가장 먼저 분양했던 '일광 자이푸르지오'와 'e편한세상 일광'이 최근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렸지만, 거래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두 아파트의 분양권 거래량이 향후 일광신도시의 아파트 시장을 전망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며 주목하고 있다.
자이푸르지오·e편한세상
지난달 14일 전매 허용
총 2460세대 물량에도
분양권 거래 총 54건 불과
"시장 냉각" vs "이제 시작"
전문가들 엇갈리는 분석
■후끈했던 청약 열기
'일광 자이푸르지오'와 'e편한세상 일광'은 일광신도시 공공택지 공급자(시행자)인 부산도시공사가 GS건설·대우건설 컨소시엄, 대림산업과 함께 각각 민간참여 공공분양으로 분양했다. 두 아파트는 지난해 5월 24일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고 같은 날 1순위 청약, 당첨자 발표, 정당 계약을 했다.
청약 경쟁률은 높았다. '일광 자이푸르지오' 2단지(11개 동 1059세대)가 평균 19.99 대 1, '일광 자이푸르지오' 1단지(5개 동 488세대)가 평균 5.53 대 1, 'e편한세상 일광'(10개 동 913세대)이 4.36 대 1로 모두 1순위 마감됐다.
당첨자 발표일이 같았기 때문에 두 아파트에 동시에 청약할 수 없어 청약이 분산됐다는 점과 공공분양의 경우 무주택자 등으로 청약 자격이 까다롭다는 점에서 예상외의 높은 경쟁률이었다. 공공분양의 강점인 저렴한 분양가와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이 많은 청약통장을 끌어모았고, 당시 뜨거웠던 청약 열기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분양권 전매 제한 1년
두 아파트는 지난달 14일 전매가 허용됐다. 공공택지 내 아파트 분양권은 최초 계약일(정당계약 첫날)로부터 1년간 전매가 제한된다. 두 아파트는 지난해 6월 13~15일 정당계약이 진행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13일 전매 제한이 풀렸지만, 그날 지방선거가 치러져 14일부터 지자체 등에 거래 신고를 할 수 있었다.
부산도시공사에 지난달 28일까지 신고된 전매 건수는 '일광 자이푸르지오' 1단지 19건, 2단지 19건, 'e편한세상 일광' 16건 등 모두 54건이었다.
부산도시공사 측은 "지자체와 함께 일광신도시 시행자인 부산도시공사에도 전매를 신고해야 한다"며 "프리미엄은 최소 2000만 원에서 최대 7000만 원인데, 평균 3000만~4000만 원 수준에서 전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6·19 대책 전 분양됐던 일광신도시 이 두 아파트는 분양권 전매 제한이 1년이지만, 이후 분양된 아파트는 소유권 이전 등기(최대 3년) 이후에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부산 조정대상지역인 7개 구·군 중 기장군을 뺀 나머지 6개 구에서는 지난해 11월 10일 이후 분양한 아파트는 분양권을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 전매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기장군 공공택지인 일광신도시의 경우 높은 청약 수요로 과열 우려가 있다고 판단, 지난해 6·19 대책 때 이미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로 전매를 제한했다.
일광신도시에서는 6·19 대책 이후 '일광택지지구 EG the1 1차'(653세대·2017년 8월), '일광신도시 비스타동원 1차'(701세대·2017년 10월), '일광신도시 한신더휴'(1298세대·2017년 10월), '부산 일광지구 B11블록 대성베르힐'(550세대·2018년 5월), '일광신도시 비스타동원 2차'(917세대·2018년 5월)가 잇따라 분양했다.
■"시장 침체" vs "더 지켜봐야"
'일광 자이푸르지오'와 'e편한세상 일광'의 분양권 거래 건수에 대해 시장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부산도시공사 이일성 전문위원은 "거래가 적어 시장이 침체된 것으로 보인다"며 "분양권 소지자는 브랜드 가치가 높은 두 아파트의 경우 프리미엄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매물을 내놓지 않고, 매수 희망자는 시장 냉각으로 프리미엄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관망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 1월부터 부산의 조정대상지역에서는 분양권 양도세가 50%로 중과된 데다 대출 규제도 강화되면서 잠재 매도·매수자들이 거래를 꺼린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광 자이푸르지오'와 'e편한세상 일광'은 일광신도시에서 이후에 분양한 아파트들의 분양가(전용면적 84㎡ 기준)보다 6000만~7000만 원가량 싸다. 두 아파트의 프리미엄이 평균 3000만~4000만 원 수준에 형성된 만큼,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린 두 아파트를 사는 것이 다른 일광신도시의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지만 전매는 활발하지 않은 상태다. 다운계약이 없다는 가정하에서다.
하지만 두 아파트의 분양권(입주) 물량이 2460세대나 되는 데다, 입주(2020년 1월)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전매가 갓 풀린 현시점에 나타난 현상을 '거래 가뭄'으로 예단하기엔 섣부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일광신도시의 다른 아파트들보다 가격과 브랜드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데도 전매가 활발하지 않다는 건 그만큼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이라며 "이들 전매 중에 일부는 청약 당첨자가 매수자와 미리 매매계약서를 쓰고 전매 제한이 풀리자 이제 명의 변경을 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거래가 일부 되긴 하지만 앞으로 추이를 보면 시장 상황이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