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한국아동문학 2019.제 36호
저-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독정:2020.1.19. 월
책명-한국아동문학 2019.제 36호.hwp
장날(서석규)
- 제비가 어쩌다 한 마리씩 머언 하늘에서 주욱 금을 긋는 이른 봄. 버드나무를 피리 만들 듯이 틀어서 껍질만 갖다 아버지 앞에 놓자 허허허 웃고 마셨다. 잡화점 거리고, 생선전 앞으로, 포목전께로 한 바퀴 돌아봤으나 할머니는 아무 데도 계시지 않았다. 쇠전 있은 곳까지 다시 가보았으나 그것도 헛수고였다. 발에 신은 고무신도 너무 무거웠다. 할머니를 못찾고 혼자 집으로 오다 산허리에 핀 꽃을 꺽는데 정신이 팔릴 때 할머니는 잃어버린 손주 찾느라 오다가 손주를 보고 주저앉아 버린다. 벌 한 마리가 윙하고 할머니 귓가를 스쳐 철이 머리 위를 지나 저쪽 산 너머로 날아갔다.<한국일보>
귤 한 개(박경용). 귤 한 개가 방보다 크다
눈 오는 날(박경용)
아아아 소리치고 싶다.
날 뛰며 까불고 싶다
나에게 꼬리가 있다면
강ㄹ아지 꼬리보다
더 바쁠 것이다.
더 설렐 것이다
더 나부낄 것이다.
꼬리가 있대도
마침내는
불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 생일 같은 날
<달을 먹는 아이>최인학
“오빠, 나 배고파,”
“울지 마. 먹을 것 줄게.”
두 손을 조용히 두멍(물독. 큰 가마니 독)의 물에 담았다. 조용히 떠올렸다. 아무것도 잡히지 ㄹ않았다. 미자 입에 넣어 주었다. 미자는 꿀꺽 몇 모금 마셨다.
“맛있니?”
“응, 맛있어.”
범식이는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두멍에는 둥르건 달님이 떠 있었다. <크리스찬 신문>1968.
<김종상 편>
그 뜨겁던 불씨- 김종상
목숨이 산다는 것이
불꽃 같은 것이라면
활활활 날며 타는
횃불일 수도 있을 텐데
어머니 지나온 일생은
잿불 같은 것이었네
그 불이 사그라져
마지막 꺼지던 날
하늘과 땅 사이는
다 빈 듯 허허롭고
이 세상 모든 빛들이
함께 따라 떠났네.
· 산위에서 보면 학교가 나뭇가지에 달렸어요.
<걱정>
밧줄에 매달려
빌딩 벽을 닦는
미화원이 걱정돼서
거미가 그 아래
나뭇가지 사이에[
그물망을 치고 있다.
<아파트 가로등>아파트로 들어오는 길만
혼자 잠들지 못하고
가로등을 켜들고 있다.
돌아오지 않은 살마이
아직도 있는가 보다
세상 떠난 할아버지처럼
<최춘해> 흙-‘입춘 무렵
잠이 깨어도
자ᅟᅳᆫㄴ 척 누워 있다.
품속 어린 것들
선잠 깰까 봐
몸책-류병숙
누워놀기 쪽 넘기고
뒤집기쪽 연습한다
몸ㄴ 반쯤 기울여 울고
끄응, 뒤집고 울고
끼인 팔이 아파
고개 들고 발갛게 운다
몸 책이 어려운가 보다
혼자 익히느라
끄응 끙
단풍나무 씨앗(박규미)
이제 엄마 품을 떠나요 작별인사도 했지만
다시 보고
돌고
또 한 번 보고
돌고
바로 날아가지 못하고
헬리콥터처럼
빙글빙글
안녕, 안녕
버드나무 질문<신난희>
나무는 다 위로만 가야 하나요? 아래로 내려가 흙냄새 맡고 싶고
혼자 노는 아이 간질머도 태우고 싶은데
나무는 늘 꼿꼿해야 하나요?
흔들흔들 바람 그네 탈 때가 좋은데
나무는 꼭 회초리가 돼야 하나요?
버들피리가 돌 수 있는데
종소리처럼 멀리 날아갈 수도 있는데
나는 나이고 싶은데
주차(신복순)
집이 없어
갈을 헤매는 자동차를 위해ㅔ
도로가에 줄줄이 임대주택이 들어섰다.
자동차 한 대만 입주할 수 있는
네모난 작은 집
인기가 좋아
눈 깜짝할 사이에 세가 다 나갔다.
암탉 깜빡이(방은)
얘들아, 모이를 먹을 때는 꼬꼬댁, 다리를 쭉 펴고 꼬꼬댁, 고개만 숙여 쪼아 먹는 거란다. 꼬꼬댁!“
욕조에 몸을 담갔습니다. 엄마는 이 물처럼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본 적은 없지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를 위해 노력해주고 이야기해 주었지요.
붉은 여우(임성규)
신비의 숲에는 사라져가는 많은 동물이 살고 있어. 숲의 요정들이 만든 동물의 피난처야. 홍비라는 꼬마 붉은 여우가 있지. 홍비가 사는 곳은 은빛달빛이 떨어지는 소나무 숲 입구에 작은 동굴이야. 오늘은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야. 봄밤에는 밖을 나갔던 붉은 여우들이 돌아와 홍비믄 봄바람을 맛보며 꾸벅꾸벅 졸았어. 홍비는 아지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없어, 여우학교를 다 마치지 못했어,. 바람 타고 울타리 뛰어넘기, 동물로 변하는 변신술 배워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으로 변하느 것. 사람으로 변신한 뒤로 돌아오지 않는 여우도 있어.
여우들이 세상의 숲을 버리고 온건 사람들이 여우를 버렸기 때문이지. 붉은 여우들이 쥐약을 먹은 먹이를 먹고 뒹글던 못브이 눈앞에 떠올랐어.
“형이 오나? 바람이 문을 두드렸나?” 형은 사람들이 여우 털로 목도리를 하면서 자기들끼리 자랑하는 것을 보고 가무러친 적도 있었데.
“사람들 마음속에 붉은 여우에 대한 좋은 생각의 씨를 부리는 일이 가장 중요해.” 형은 깥세상으로 갈 때 장터에 가면 할머니로 변신해서 버섯을 팔아 홍비가 좋아하는 고기와 과일을 주로 사와. 이 마을에서 은빛으로 꼬리털이 반짝이는 것은 아빠와 홍비 둘 뿐이야. 홍비의 은빛 꼬리털이 아빠처럼 바람ㄴ을 가르며 달릴 때 세상 모든 바람의 요정이 따라오는 것 같았어 홍비는 돌아오지 않는 아빠가 어딘가에서 이곳으로 돌아올 궁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붉은 날개는 바람을 타고 가서 세상의 숲과 마을을 다녀온다고 해. 여우에 따라서 사람으로 변하기도 하고 개가 되ㅐ기도 한다고 해, 형은 벌써 변 번이나 바깥을 다녀왔어.
“세상은 말이야. 밤이 되면 어느 곳에서나 불꽃이 반짝여.” 요정들은 세상에서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자 형이 말했어. “요정은 그런 곳에서 살 수 없어. 불꽃은 요정들의 날개를 다 태워버리거든.” 요정들은 날개를 감추어야만 바깥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다고 했어.“
엄마가 이런 걸 못 먹게 하는 이유는 자꾸 사람 마을에서 나오는 것에 입맛 들이면 점점 여우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고 했어. 다시는 동생에게 새상 과자를 주면 안 된다고 했어. 매운 연기보다 더 나쁜 것이 과자라고 했어.
“엄마, 옆지 아저씨가 술을 먹으면 변신술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고 해요. 아빠도 술을 마신 거라면 어떻게 해요?” 홍비는 온 힘을 다해 바람 타는 법을 배웠어. 그때마다 은빛 털을 뽑아야 했어 털이 너무 많이 빠져서 꼬리가 나무 막대기처럼 변했어. 이미 오래전부터 더는 변신하면 안 된다고 형에게 말했다고 했어. 셋이 궁금해서 그 문으로 나갔던 여우들이 점점 돌아오지 못했어. 세상의 먹을 것이 너무 달고 오염되어서 그럴 거야. 변신술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세상 음식에 맛 들인 여우도 있고. 네 형도 뭔가 잘못 먹은 게 분명해. “아, 바람 요정이 온 건가”
바람에서 나는 냄새가 느껴졌거든. 꼬리를 말고 누워있어.
“서둘러. 바람요정에게 여우 구슬을 건네주면 도와줄 거야.”
신비의 숲에 은빛별이 떨어지고 있었어. 홍비는 은빛별에 소원을 빌었어.
“우리 돌아오게 해 주세요. 내 꼬리털을 다 가져가셔도 좋아요.”
꼬마 암 여우가 ㅁ라한 붉은 돌이 있는 곳에서 바람요정이 나타났어요. 여우 구슬은 정성썩 홍비의 털을 뽑아서 맏는 털 구슬이야. 홍비는 형이 있는 곳으로 데려달라고 했어 요정은 홍비 실력으로는 강아지 변신을 가능하다고 했어. 털복숭이 개가 되었어.
“여우바람 콧바람 열려라, 킁킁짝!”
여우의 말은 한마디만 할 수 있어, 더하게 되면 돌아갈 수 없다고 해. 비릿한 형의 털 냄새를 따라가다가 형을 만났어. 숲 ㄹ언저리에서 늙은 할머니의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어. 돌아오는 길에 여우로 변하려다가 힘이 빠져서 실패한 모양이야. 홍비는 형의 귀에 대고 여우의 주문을 들려줬어. 형의 입에 눈물을 흘려 넣어주고 여우구슬을 물려주었어. 형이 눈을 번쩍 떳어. 벌떡 일어나 비틀거리며 숲 바깥쪽으로 달려갔어. 홍비는 밤요정이 뒷덜미를 잡는 바람에 따라갈 수 없었지 바람요정은 가다려야 한다고 했어. 흥비 두 눈이 커졌어. 숲 귀퉁이에서 다리를 절룩거리며 흙투성이가 된 형이 붉은 여우의 모습으로 걸어왔어 변신의 흔적이 곳곳에 있었어. “우린 씨앗이야. 많은 붉은 여우 중에 씨앗으로 이곳에 남겨두었어. 세상에서 여우들이 다시 살 수 있을 때까지 이 숲을 지켜야 해. 우린 씨앗ㄹ이니까. 하지만 항상 밖에 나가고 싶어. 그곳이 우리 고향이니까. 우리는 널리 널리 퍼져나갈 씨앗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