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신충獅子身蟲 -토착왜구는 사자신충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2019.07.31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는 속담이 있다. 일본의 갑작스런 경제보복으로 인해 국민들은 속담이 주는 함의를 더욱 치떨리게 체감하고 있다. 징용으로 끌려간 피해자들의 배상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자 일본은 사과와 배상 대신 경제보복이라는 경제침공을 가했다.
특히 우리의 근간산업인 반도체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품목들만 골라 공격했다. 정부는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는 한편 세계무역질서를 어지럽힌 일본의 무도한 경제침공에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참다못한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일본상품 불매운동이라는 21세기 ‘의병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런 시점에 보수를 표방하는 언론과 정당이 정부의 책임을 운운하며 일본의 편을 드는 것을 넘어 불매운동까지 폄훼하는 일들이 일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과거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업보라지만 대가치고는 폐해가 너무 크다. 국민들은 ‘토착왜구(土着倭寇)’라며 분노하고 있다.
불교에 사자신충(獅子身蟲)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백수의 왕 사자를 무너뜨리는 것은 사자 몸에 기생하는 벌레라는 뜻이다. 이번 일본의 경제침공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일본보다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고 매도하는 토착왜구와 같은 사자신충들일 것이다.
불교계도 사자신충은 차고 넘친다. 목사 아들에게 재가불자상을 주고도 불자라고 강변하는 윤리학과 교수와 명진 스님의 징계를 계기로 함세웅 신부, 이해동 목사 같은 이교도를 끌어들여 ‘불교를 유신잔당’이라고 비난했던 인물들이 불자들의 시주로 운영되는 특정 잡지를 중심으로 뭉쳐 지금도 불교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험한 전과들을 훈장처럼 달고 종단개혁을 외치는 촌극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토착왜구 준동이라는 역사적 비극이 불교계에 사자신충에 대한 의미를 더욱 명료하게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