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회원들에게 드리는 글 -이황우 이사장(어린이도서연구회 나눔방에서 펌)

[지부장 우윤희]

회원들에게 드리는 글


지금 이 순간도 다 이해하기 어려운 급박하고 놀라운 일이 우리 회에 일어났습니다. 그 충격은 이사, 중앙운영위원, 대의원, 그리고 모든 회원이 똑같이 느꼈을 것이고 저도 그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사장으로서 회원들의 짐을 덜어 드리지 못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여 부끄럽고 죄송스럽습니다.

2월 15일 새벽 사실을 보고받고 저는 정부기관의 관리 감독을 받는 사단법인과 관련된, 그리고 횡령 사건에 관련된 법적인 문제들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는 횡령 규모를 가늠하지 못한 상태였고, 사실이 사회에 알려질 경우 어떤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한 채 함부로 이야기해선 안 된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사정을 속 시원히 털어놓지는 못했지만 여기저기 문의하여 알게 된 사실은 사태를 빠르게 해결하려면 변제가 중요하다는 것, 주무관청이 형사 범죄가 있음을 알게 되면 사법 처리를 지시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걸 알아보는 며칠 사이 감사 분들이 밤샘작업을 하며 2006년 감사를 마쳤습니다. 횡령 방법과 규모가 드러날수록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설 연휴에 저는 시급히 부모님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변제 필요성과 중요성을 부모님께 알리고 법적인 처벌을 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부모님께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이가 잘못했고, 에미가 잘못 가르쳤다는 말씀 앞에 저도 그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권한으로 법적 처벌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줄 잘 알고, 그런 사실은 부모님도 알고 있습니다만 부모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부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또한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 저 개인의 양심과 신념을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저는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으로서 생각했고, 우리 회원이라면 그런 마음일 거라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이 아니고 이사장이며 회원 여러분이 제 행동을 직권남용이고, 우리 회에 해를 주었다고 질책하신다면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

2006년 결산을 일차로 바로잡은 설 연휴 끝에 곧바로 이사회를 소집하였습니다. 15일 새벽 이후로 이사회 소집은 계속 제 숙제였습니다. 하지만 총회 안건에 대한 대비도 없이, 총회 안건과 관련된 횡령 사건이 어떤 것인지 설명드릴 자료도 없는 채로 이사회를 소집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2006년 결산 자료를 확보하고 어느 정도 횡령 규모를 파악한 시점에야 연락을 하였습니다. 연휴 다음날인 20일 화요일에 연락하면서 수요일로 잡을 순 없어 목요일로 했고 다시 전체가 모일 수 있는 금요일로 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사회가 열리기 전 사흘간 감사는 2005년과 2004년에 관한 조사를 계속했고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변제를 받았으며, 사무국은 2006년 결산 자료를 새로 작성하고 예산안을 바로잡았습니다. 계속해서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사이 제가 알아본 바로는 지난 총회에 승인한 결산 보고를 수정하면 사유를 주무관청에 보고해야 한다고 했고, 저는 그렇게 해서 주무관청이 사법 처리를 지시하는 상황이 된다면 우리 회에 미칠 사회적 파급이 적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06년 결산 내용 가운데 이미 총회를 거친 1-10월 기간의 결산은 손쓸 수 없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고, 그렇다면 2005년, 2004년, 그리고 그전의 잘못들은 앞으로 회의 회계에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 한꺼번에 큰 액수의 변제액을 수입으로 잡는 건 회계상 별문제가 없는 건지 고민스러웠습니다. 모두 이사회에서 상의해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었습니다.

예산 총회의 시한이 2월 말이 아니었다면 일차 조사를 이렇게 서둘러 했을까, 며칠 사이에 몇 천만 원에 달하는 돈을 변제받으려 했을까, 못했을 것 같습니다. 이사회를 열고 조사위원회부터 꾸렸을 테고 처음부터 정밀하게 감사하고 공식으로 회계 자문을 요청하여 더욱 공정한 감사 과정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모든 일이 시간에 쫓겼던 이 과정에 대해 회원 여러분이 일차 감사 결과가 미덥지 못하니 제대로 감사해야 한다고 지적하신 것은 당연합니다. 이사회도 그렇게 판단했고 총회는 조사위원회 구성을 결정하였습니다. 앞으로 회원들이 보는 앞에서 조사가 진행될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진행한 이 과정에 대해 무엇을 덮기 위해 그렇게 서둘렀느냐, 왜 변제액이 이사장 통장에 입금되었느냐 하고 의심하는 회원들께는 비통한 눈물밖에는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결국 이사회는 공교롭게 총회 전날 열렸습니다. 이사회는 다음날 새벽까지 13시간에 걸쳐 논의를 했습니다. 일차 조사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조사는 어느 정도 믿을 만한지, 총회를 열 수 있는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 많은 논의를 했지만 어느 것 하나 시원한 해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몇 년에 걸쳐 엄청난 횡령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믿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연했습니다. 시원한 해답이 없었지만 다른 길도 찾을 수 없었기에 총회로 갔고, 총회 당일 중앙운영위원들과 논의하는 확대임원회의와 총회로 이어졌습니다. 해답을 찾는 논의는 당연히 사실에 대한 정확한 조사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일차 조사가 거기에 충분한 해답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이사들, 중앙운영위원들, 대의원들 모두 확실한 해답이 없는 상태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회원 여러분, 저는 한 치의 거짓 없이 제가 아는 모든 사실을 이사들, 중앙운영위원들, 대의원들에게 말씀드렸고, 아직껏 충격과 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임을 잘 압니다. 그런 와중에 힘든 결정들을 내리시게 했던 것을 이사장으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 과정이 힘들었기에 미숙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였습니다. 책임을 묻는 의결 과정에서 제가 좀더 현명하게 총회를 이끌었다면 회원 여러분의 의혹에 조금이나마 책임 있는 답변을 드리고, 관련 당사자에게도 좀더 떳떳한 길을 열어 주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저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했으나 회원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음을 압니다. 깊이 사죄드립니다.

회원 여러분, 대의원들은 충격 속에서도 회 앞날을 위해 어렵게 결정들을 내렸습니다. 지난 시기의 잘못을 낱낱이 밝히고, 앞으로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모아 주셨습니다. 앞으로 조사위원회를 통해 일차 조사보다 더 나아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습니다. 모두의 바람대로 우리 회는 부실한 회계체계와 관리감독체계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회원의 자리에서 지회장과 대의원에게, 지회의 자리에서 지부장과 중앙운영위원에게, 그리고 이사와 감사들에게 지금까지 보여준 바와 같이 애정을 담아서 날카로운 비판과 조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매서운 질타 속에도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회원들의 힘으로 세워나가고 있는 우리 회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 문제를 안고 있는 몇 사람의 잘못이 있지만, 나를 여기에 서 있게 해준 회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절박한 마음으로 해결점을 찾기 위해 두 번 세 번 올라온 이사, 중앙운영위원, 대의원들에게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이사회가 이 엄중한 상황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설명과 책임 있는 해결의지를 보여드리지 못해 회원 여러분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지역에서 묵묵히 우리 회를 생각하며 아무 말도 못한 채 기다려준 우리 회원 한 분 한 분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2007년 3월 10일
사단법인 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장 이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