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영원한 동지(同志)도 영원한 적(適)도 없다고 했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것이 정치인들이다. 우리는 여야 총선 공천 과정과 당대표 선출 과정을 보면서 정치인들을 학습하고 있다. 이탈리아 사상가이며 대 정치가인 마키아벨리는 '정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라고 했다. 정치는 경쟁자를 죽여야 자기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쟁자의 개인 비리나 의혹은 물론 조상 때 일까지 죽기 살기로 까발리는 것이 정치인들이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자폭전대'양상으로 치닫는가운데 한동훈후보는 17일 마지막 방송토론회에서 "나경원후보가 내게 본인의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라고 공개했다. 야당은 즉각 "공소권 거래이자 국정농단"이라고 총공세에 나섰다.
이날 합동방송연설회에서 나후보는 한 후보에게 "법무장관 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구속하겠다고 했는데 체포영장이 기각됐다. "책임을 느끼느냐 안 느끼느냐"라고 물었다. 한후보가 궁지에 몰리자 이에 한후보는 법무장관시절 나후보가 패스트트랙 충돌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사실을 공개하며 "나는 그럴 수 없다"라고 거절했다. 고 폭로했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전말을 알아야 이를 폭로한 한동훈의 실체를 알 수 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다수 의석으로 문재인 퇴임 후를 대비한 검찰개혁 명분으로 공수처설립법과 소수당에 유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등을 야당의 반대에도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 처리하기로 밀어붙였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대표였던 나경원의원은 국회에서 이에 맞서 강경 저지 투쟁을 벌였으나 역부족이었다. 국회 물리적 충돌 사건으로 나경원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27명을 국회 선진화법 위반으로 민주당이 형사고소를 한 사건이다. 사법부로서는 입법부인 국회의 내의 사건이라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자체해결을 바라고 4년째 보류 중이다.
대선을 앞둔 국민의 힘은 대선후보 인물난으로 헤매던 중 문정권과 맞서온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선후보로 지명했다. 윤대통령은 최 측근인 한동훈을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보수정권이 집권했으니 나의원으로서는 한동훈 법무장관에게 범죄 사건도 아니고 범죄자 특별사 면도하는데 국회 패스트트랙 물리적 충돌 사건이니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한 모양인데 한후보는 이를 거부한 사실을 폭로해 나의원과 국민의 힘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이러고도 국민의힘 대표를 하겠다는 것인가.
'입은 화를 부르고 혀는 몸을 벤다'는 말이 있다. 해도 될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을 잘 판단해서 말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공직자로서 공무상 취득한 비밀은 더더욱 그렇다. 이것은 나후보의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소된 국민힘 27 명의 전 현직 국회의원 정치생명이 걸린 국힘당 운명의 문제다. 한 후보는 국힘당을 민주당의 먹잇감으로 던져줬다. 한후보는 보수 우파가 아니라는 실체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이재명을 구속하지 않고 문재인의 수사를 미적거린 것도 짐작할만한 일이다.
한동훈후보는 김중권, 김경율, 함운경 같은 좌파들이 최 측근으로 비대위원장 때부 정치적 조언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정체성 의심을 받고 있다. 총선 참패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김건희 여사 특검을하자는 등 정치적 상황 판단 조차 못하는 사람이 대권을 노리고 당 대표가 된다면 가짜 보수였던 제2의 이준석 시대로 돌아가 국민의 힘 앞날이 암울한 시대를 맞이하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