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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날 낳으시고, 원장님 날 만드시고 쌍꺼풀 수술법 유행 따라 정하고 눈도 앞·옆·밑 트임에 다른 느낌 實物 닮은 코히시브젤로 가슴을… 임플란트로 엉덩이 만드는 세상 급격한 개발이 안겨준 공허함을 성형·소비 대신 微笑로 메웠으면 스마트폰을 내리보는 젊은 그녀의 눈매가 자연스레 곱다면 매몰법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쌍꺼풀 수술법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 여성 10명 중 7명은 외꺼풀로 태어난다. 그러다 성인이 되면 거의 모두 쌍꺼풀을 갖는다. 그 이유는 다 알 터이다. 그녀는 쌍꺼풀 수술을 앞두고 절개법과 매몰법을 놓고 고민했을 것이다. 눈꺼풀을 안으로 밀어 넣어 실로 집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럽다는 이유로 나중에 풀릴 위험을 감수하고 매몰법을 선택했을 게다. 성형외과 원장님의 의학적 충고보다 최신 트렌드를 선택했을지 싶다. 뒤늦게 눈 성형에 눈을 뜬 중년 여성이라면 눈꺼풀 처짐도 겸해서 올릴 수 있는 절개법을 골랐을 것이다. 그녀의 눈동자가 크고 짙다면 컬러 서클렌즈가 확실하다. 테두리가 검은색으로 된 콘택트렌즈로 까만 눈동자의 지름을 0.3㎜ 키운 것이다. 누군가가 눈망울이 그윽하다는 소리를 해주면 잠잘 때도 컬러 렌즈를 끼고 잘 정도로 중독성이 크단다. 1년에 500만개가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눈빛 연기가 필요한 사극(史劇) 여배우에게도 필수란다. 얼굴에 수염이 많은 남자가 저녁에도 코 밑과 구레나룻이 깔끔하다면 레이저 제모술을 받는 게 분명하다. 그는 덥수룩한 인상이 영업 활동에 지장을 주기에, 하루 두 번 면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불편하기에 제모(除毛) 클리닉을 찾았을 것이다. 좁은 이마로 속 좁게 보이는 게 싫어서 레이저로 이마 윗선 머리카락도 없애는 남성도 꽤 된다. '터질 듯한 가슴 연예인' 인터넷 기사를 나도 모르게 클릭하고는 코히시브젤을 먼저 떠올린다. 정상은 아니지만 들은 게 많아서 그렇다. 코히시브젤은 실물과 유사하다는 유방 보형물의 이름이다. 그녀는 200㏄짜리로 할지, 275㏄짜리로 지를지 고심했을 것이다. 물방울 가슴 성형을 놓고도 사진 그래픽 작업을 해봤을 게다. 예전에는 가슴 성형수술 한 게 드러나 구설에 올랐지만 요즘은 풍만하지 않으면 "왜 안 했지?" 하며 의아해한다. '환상 뒤태'라고 하면 엉덩이 임플란트를 심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고, 이마가 유난히 동그라면 이마용 넓적한 실리콘을 이식한 것으로 추측한다. 눈이 미간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시원한 인상이면 앞트임, 밖으로 길게 뻗으면 옆트임, 눈망울이 아래로 확장되면 밑트임 수술일지 모른다. "뭬야!"를 외쳤는데 미간 주름이 전혀 잡히지 않는 표정 없는 아우성이면 보톡스 덕이다. 볼살이 통통하면 줄기세포나 지방 이식이고, 목 주름은 많은데 유난히 팔자 주름만 적으면 레스틸렌·이브아르·주비덤 등의 필러(filler) 얼굴일 확률이 높다. 코끝이 쫑긋하고 인중 상단이 봉곳하여 동양인치고 옆선이 타원이어도 필러 얼굴이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최강 동안(童顔)이면 레이저 리프팅(lifting)이거나 실이 얼굴 피부 밑에 얼기설기 들어가 녹는 실 리프팅일 가능성이 크다. 요즘에는 구강 안쪽 점막 볼살을 고주파로 지져 그 안을 도톰하게 부풀어 오르게 해서 팔자 주름을 펴기도 한다. 국내에서 쓰이는 각종 성형 기술이 940가지라는 국가보건기관의 조사가 있다. 성형 분야에서는 상상력이 실제보다 뒤처지는 느낌이다. 드러난 성형수술 통계(연간 64만건)만 쳐도 국민병인 치질 수술 건수보다 2.5배가량 많다. 보톡스와 필러 원료 판매액만 한 해 1500억원이다. 서울 강남역 지하철역에 '비포 애프터' 성형외과 광고가 170개다. 미간·눈가·팔자 등 3가지 주름 시술 중 2개만 하면 나머지 하나를 공짜로 해주는 2+1 행사도 한다. 성형이 화장품인 셈이다.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리듯 효도 성형도 인기다. 이미 군(郡) 단위까지 미용 의원이 들어서 있다. "어머님 나를 낳으시고, 원장님 나를 만드시고"라는 한 성형외과 광고 카피가 실감 나는 세상이다. 미용 의사들은 말한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옆 건물의 피부과나 성형외과가 아니라 여행사이고 백화점이라고. 요즘은 사람들이 여윳돈이 생기면 얼굴을 어리게 할지, 예쁜 옷을 살지, 크로아티아를 갈지를 놓고 선택한다는 얘기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아니면 바꿔라!'인 것이다. 그러니 김연아도 통신사 광고에서 뜬금없이 "잘생겼다"를 반복한다. 여자는 성형을 채집하고, 남자는 성형을 사냥한다. 어차피 우리는 그 무언가를 선택하고 투자하며 소비하는 자본주의적 삶을 산다. 인생이 쇼핑인 시대다. 아쉬운 것은 너무 빨리 변하며 달려온 우리 사회의 허전함을 성형 구매와 소비로 메우고 있다는 점이다. 그 갈망이 좋은 인상 만들기로 이어졌으면 한다. 근사한 인상은 반쯤 미소 띤 따뜻한 얼굴이다. 양쪽 입가에서 시작해 광대뼈에 걸린 '미소 근육'은 웃음으로만 탄력을 유지한다. 그런 인상이 많아지면 인간사의 갈등도 줄어들지 싶다. 삼천포 죽방렴 전경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