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곳에서 그렇게 불렀다 외 1편
김나영
명태, 금태, 동태, 북어, 건태, 춘태, 생태, 선태, 황태, 노랑태, 백태, 흑태, 먹태, 깽태, 그물태, 망태, 낚시태, 막물태, 왜태, 바람태, 코다리, 애기태이, 노가리, 앵치, 파태, 골태, 무두태, 진태, 꺾태, 낙태, 각시, 노태, 누기, 각어, 노서, 각서, 누더기
부추, 부초, 부채, 푸초, 푸추, 분추, 부운추, 분초, 부운초 정구지, 정고지, 정구치, 솔, 졸, 소불, 세우리, 염지, 난총, 오신채, 기양초(起陽草), 장양초(壯陽草), 니라, 차이브, 아이페이온
이 사람아, 이 군, 젊은 이, 미스터리, 자네, 이 씨, 비정규직, 이 대리, 이 선생, 삽사리, 찰거머리, 빨대, 브로커, 독사, 이 부장, 왕소금, 펜트하우스, 여보, 아빠, 준이 애비, 그 인간, 용의자, 오리무중, 유령, 꽁지머리, 그 인간, 깔세, 307호, 늙은 이, 세입자, 개털, 그놈, 독버섯, 각다귀, 끝방, 나가리, 피의자, 씹새끼, 아버지~ 아버지, 58413
숲이 있던 자리
도시의 허파라고 하던, 그
숲의 아름드리 수만 그루가 픽픽
잘려 나갔다. 그 곁에 살던 수천 포기의 야생화와 그 여리고 향긋한 잎사귀 위에 흘러넘치던 햇살과 달큼하던 바람과 벌과 나비와 풍뎅이와, 그
숲에서 산책을 하던 병자와 노인과 어느 소년과 소녀의 여물지 않은 눈빛까지 싹
잘려 나갔다. 휑뎅그렁한, 그
자리에 몇 년 뒤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그때 잘려나간 수만 그루의 나무들이 도서관의 기둥이 되거나, 책장이 되거나, 책상이 되거나, 도서관 입구의 건축물이 되거나, 하다못해 서진이 되거나
그중에서 가장 많은 분량은
지문으로 넘기는 나무
숲을 무척 사랑하는 예술담당 장관과 도서관장과 작가들과 인쇄업자의 은밀한 공조로 이루어진 거래였다.
노련한 벌목공과 제본업자의 손을 통과한 재목(材木)들은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題目)으로 복원되었다.
그 숲에서 산책하던 그때 그 소년 소녀의 말랑말랑하던 눈빛은 잘 여문 활자가 되어 나무의 행간을 채웠다.
형질이 바뀐 숲으로 사람들이 다시금 모여든다.
더 큰 폐활량을 장착하고 돌아온 숲
그때 그 숲을 지키고 있던 수천 종의 나무들이
온몸에 활자로 무장하고 새 산책로를 펼치고 있다.
얇게 저며진 나무가 한 겹 두 겹 넘어갈 때
사람들 유전자 속으로 활자의 씨앗이 파종되고 있다.
김나영
1961년 경북 영천 출생. 한양대학교 대학원 졸.
1998년《예술세계》등단. 시집 왼손의 쓸모,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외.
편저 홍난파 수필선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