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집 제11권 / 축문(祝文)
자천서원(紫川書院) 삼현사(三賢祠)의 봉안문
군자의 도는 반드시 / 君子之道
근본 먼저 세우나니 / 必先本根
온갖 행실 온갖 선이 / 百行萬善
한 근원서 비롯되네 / 皆自一原
효성이며 충성에다 / 維孝維忠
절개며 의리로써 / 維節維義
삼강오륜 부식하고 / 扶綱植紀
천하 국가 다스림은 / 經天緯地
천성 고이 순응하는 / 順性立命
그런 이만 이루는데 / 斯其爲至
사는 세상 말세라서 / 生也不數
흔히 볼 수 없는 일이 / 世不多逢
한 가정에 여럿이라 / 萃于一家
드문 정기 모이었네 / 間氣所鍾
조부에다 손자 있고 / 有祖有孫
숙부에다 조카 사이 / 爲叔爲姪
산천 정기 고루 받아 / 均稟河嶽
거룩한 덕 짝을 이뤄 / 懿德相匹
내리닫는 강물마냥 / 如川混混
흐를수록 넘실넘실 / 流益沕潏
거룩할손 절효 선생 / 噫嘻先生
지극한 정성 타고나 / 至誠天出
자식 도리 다하시니 / 子道造極
귀신 또한 인정하고 / 神明可質
맹수까지 감동시켜 / 猛獸誠感
구중궁궐 소문났네 / 九重名徹
오늘에만 드물쏘냐 / 豈曰今稀
옛적에도 흔치 않아 / 古莫多埒
부귀영화 마음 없이 / 泊乎無營
한방 안에 꿇어앉아 / 危坐一室
안팎일을 다스리되 / 刑家接物
《소학》으로 기준했네 / 小學是律
뒤를 이어 나온 자손 / 嗣有子姓
재능 지혜 뛰어나니 / 天挺俊逸
기개 의기 드높아서 / 氣岸卓犖
매섭기가 추상이요 / 凜若霜日
태산 북두 높은 문장 / 文章山斗
반고(班固) 같은 솜씨였네 / 節拍東都
엄한 형벌 무시하고 / 斧鉞不睹
오직 의리 향하시니 / 惟義之趨
정정당당 바른 기운 / 正氣堂堂
강상 윤리 부지했네 / 名敎是扶
높은 기풍 감격할 제 / 高風所激
나약한 이 일으킬 만 / 足立懦夫
이분에게 조카 있어 / 厥有令姪
천품 매우 높았는데 / 天分甚高
가정 행실 특별하고 / 家庭殊行
바다 삼킬 호기로서 / 湖海眞豪
지닌 도량 넓고 크며 / 偉量宏度
식견 또한 원대한데 / 超識遠見
험난할사 세상길에 / 世路威夷
절조 지켜 변치 않고 / 所守不變
스스로를 깊이 숨겨 / 沈冥韜晦
그 한계를 모르지만 / 莫窺其際
내면 한번 헤아릴 제 / 測其所存
나라 경영 재주였네 / 綽乎經濟
거룩할손 우리 삼현 / 維我三賢
번갈아서 이름 울려 / 迭出名世
태산처럼 드높으니 / 高山仰止
원근 사류 모두 흠앙 / 靡遠不欽
더더구나 여기 이곳 / 矧玆舊邦
삼현 고향 아니런가 / 桑梓森森
언급하며 사모하니 / 興言起慕
영혼 마치 강림한 듯 / 精爽如臨
서원 세워 향사할 제 / 設院揭虔
사림들이 고무했네 / 聳觀士林
허나 오직 한 분이라 / 惜其不咸
섭섭함이 있었으니 / 有憾於心
인정 또한 이렇거든 / 人情尙然
혼령 어찌 편할 건고 / 豈寧神歆
불완전한 예였기에 / 誠爲闕典
후학들의 수치였네 / 後學之羞
전쟁으로 소실된 뒤 / 兵燹之餘
다행히도 중수하여 / 幸此重修
고금 예법 참작하고 / 沿今泝古
깊은 도리 천명하여 / 因顯闡幽
함께 높여 향사하니 / 幷尊同祀
좌우에 넋 강림한 듯 / 昭穆如在
인심 이제 만족하니 / 物議始愜
지금 이때 기다렸나 / 蓋若有待
대청 마루 엄숙하고 / 肅肅堂筵
사류 많이 모인 자리 / 濟濟衿佩
제기 매우 아름답고 / 籩豆孔嘉
정성 또한 정갈하니 / 潔誠不昧
하늘 계신 영혼이여 / 陟降不孤
전후좌우 강림하여 / 洋洋來格
천년만년 이곳에서 / 世世于玆
길이 편히 머무소서 / 永奠無斁
[주-D001] 자천서원(紫川書院) 삼현사(三賢祠)의 봉안문 : 자천서원은 경상북도 청도군(淸道郡) 이서면(伊西面) 서원리(書院里)에 있는 자계서원(紫溪書院)의 다른 이름으로, 절효 선생(節孝先生) 김극일(金克一),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 삼족당(三足堂) 김대유(金大有) 등 세 김해 김씨(金海金氏)의 위판을 모신 곳이다. 1518년(중종13) 지방 유림의 공의로 자계사(紫溪祠)를 창건하여 김일손의 위판을 모시던 중 1576년(선조9) 서원으로 승격되었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던 것을 작자의 나이 73세 때인 1615년(광해군7)에 중건하고 김극일과 김대유를 추가로 배향하였는데, 이 글은 이때 지은 것으로 보인다. 김극일은 김일손의 조부이고 김대유는 김일손의 형 김준손(金駿孫)의 아들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송기채 (역) |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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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집 제11권 / 축문(祝文) / 자천서원의 삼현을 향사할 때 고한 축문
절효 선생(節孝先生)은, 지극한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키니 맹수가 와서 도와주었고 가정의 가르침 원만하여 손자와 증손에게 복을 끼쳤습니다.
탁영 선생(濯纓先生)은, 행실이며 말씀이 준엄하시고 몸이 화를 무릅쓰니 도가 높아졌습니다. 고향 사류들이 천년만년 높은 기풍을 흠모할 것입니다.
삼족당 선생(三足堂先生)은, 나라를 다스릴 재주를 지녔으나 드러내지 않고 숨기셨으니 고향 사류들이 영원토록 그 법도를 우러를 것입니다.
지금 중춘 - 또는 중추 - 을 만나 삼가 소, 양, 돼지와 곡물 등 제물로 정례로 행하는 제사를 지냅니다.
ⓒ 한국고전번역원 | 송기채 (역) | 2001
紫川書院三賢享祀祝文
節孝先生。至諴動天。異類來徵。敎洽家庭。永錫孫曾。
濯纓先生。行峻言厲。身危道隆。鄕邦百代。永傃高風。
三足堂先生。內蘊經濟。外事沈冥。桑梓千秋。仰止儀刑。
玆値仲 春秋。 謹以潔牲剛鬛。粢盛庶品。用申常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