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외환거래 거의 중단 '환란' 수준
원/달러 환율이 6년여만에 최고치로 폭등한 6일 외환시장은 달러를 팔려는 세력은 매매를 늦추고 사려는 세력은 다급하게 달러를 구하려는 양상이 연출되면서 1997년 '환란'을 방불케 했다.
시중은행의 환전 창구도 외환거래가 거의 끊긴 가운데 자녀를 외국에 유학보낸 '기러기 아빠'를 중심으로 서민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출기업 역시 환율이 안정돼야 원자재 수입과 가공품 수출을 통해 예측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는데 환율이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6년여만에 최고치= 환율은 이날 지난 주말보다 70원 가까이 폭등한 1290원까지 올라갔다가 당국의 개입성 물량으로 상승 폭을 줄여 1269.0원으로 마감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환율폭등의 원인으로 달러 공급물량이 극도로 적은 점을 꼽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이 오르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급등했다"며 "탄탄한 매수세 때문에 빠졌다가도 다시 올랐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오전에 환율이 오르는데도 매물은 나오지 않아 결제 수요가 있는 수입업체를 중심으로 쫓기듯 달러를 사들이면서 환율이 급등했다"며 "오후엔 수출업체들이 보유 달러를 풀면서 횡보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구제금융 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로의 전염 우려나 각종 경제지표의 부진으로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폭등할 줄은 몰랐다"고 허탈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환율이 장중 1290원의 고점을 찍었을 때와 장 막판 종가관리 차원에서 외환 당국이 두 차례 개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져 있어 단기 환율전망을 거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단기 과열(오버 슈팅) 현상으로 1300원도 훌쩍 넘어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러기 아빠, 송금부담 눈덩이= 환율급등은 금융권이나 산업계 뿐만 아니라 외국으로 달러를 송금하는 일반시민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자녀를 외국에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들의 경우 학비와 생활비를 보내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등 자녀 둘을 미국에 유학 보낸 김모(44·울산시 남구 무거동)씨는 "환율이 10∼20원 올라갈 때는 피부에 잘 와닿지 않았는데 최근 한달 새 200원 이상 오르자 유학비용이 보통 부담스런게 아니다"며 "월급은 그대로 인데 생활비와 학비부담이 커져 하루하루가 지옥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남매를 미국에 유학시키고 있는 회사원 이모(44)씨도 "지난해 환율이 내려갈 때 사 둔 달러를 보내는 바람에 아직은 부담이 덜한데 조만간 모아둔 달러가 바닥나면 유학비용이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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