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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악이엄(不惡而嚴)
미워하지 않고 위엄이 있게 한다는 뜻으로, 엄격한 얼굴을 하지 않아도 위엄이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경외하게 한다는 말이다.
不 : 아닐 불(一/3)
惡 : 미워할 악(心/8)
而 : 어조사 이(而/0)
嚴 : 엄할 엄(口/16)
출전 : 주역(周易) 第33 돈괘(遯卦)
周易 第三十三卦 遯
象曰 : 天下有山, 遯; 君子以遠小人, 不惡而嚴.
상에 이르길, "하늘 아래에 산이 있는 것이 둔이니, 군자가 보고서 소인을 멀리하되 미워하지 않고 위엄이 있게 한다."
천산돈(天山遯)
천산돈 괘의 정치상황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한다. 다음의 물음을 살펴보자.
초효, 국민이 정책을 내고 있는가?
천산돈 괘는 초효가 음이다. 그러므로 정책을 내고 있지 않다.
이효, 국민이 그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가?
이효는 음이다. 그러므로 그 정책을 실행하고 있지 않다.
삼효, 국민이 그 정책 평가에 만족하고 있는가?
삼효는 양이다. 그러므로 그 정책 평가에 만족하고 있다.
사효, 정부가 정책을 내고 있는가?
사효는 양이다. 그러므로 정책을 내고 있다.
오효, 정부가 그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가?
오효는 양이다. 그러므로 실행하고 있다.
상효, 정부가 그 정책 평가에 만족하고 있는가?
상효는 양이다. 그러므로 평가에 만족하고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천산돈 괘의 정치상황은, 정부는 정책을 내고 실행하고 평가한다. 국민은 정책을 평가만 한다. 이러한 천산돈 괘에 해당하는 정치상황의 경우를 실제로 예를 든다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정부의 개혁실천 정치가 있다.
메이지 시대는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의 메이지 천황의 통치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1868년 1월 3일 왕정복고의 대호령에 의해 메이지 정부가 수립된 후 1912년 7월 30일 메이지 천황이 죽을 때까지 44년간이다. 일본제국의 전반기에 해당되는 시기이며, 메이지 유신부터 신해혁명 종결까지의 시기하고 일치한다. 이 시기에 일본의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33. 천산둔(天山遯) 上
遯亨(둔형) 小利貞(소리정)
역경의 서른세 번째 괘는 천산둔(天山遯)이다. '둔(遯)'은 '달아나서 물러나 피하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천산둔 괘는 건위천(乾爲天) 괘에 소인인 일음(一陰)인 뛰어들어 천풍구(天風姤)가 되고 음(陰)이 자라 천산둔이 돼 소장생괘(消長生卦) 순으로 계속 음이 자란다.
천산둔괘는 상괘인 현인 군자가 하괘 간산의 산으로 숨는다는 화상( 象)을 보여준다. 그래서 둔괘는 산 속으로 은둔해 도망가는 상이고 고향으로 멀리 피해 가는 모습이다. 왜 은둔하고 숨는가? 음(陰)의 사악한 세력들이 초효에서부터 자라나 양의 현인군자를 박탈하기 때문에 소인의 세력을 피해서 들어가 숨는 것이다.
'둔(遯)' 자(字)는 돼지(豚)가 달려가는 상인데 돼지는 도망가는 것이 가장 빠른 동물이기 때문에 '둔'이라는 글자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양인 군자는 음의 세력에 맞서 싸워 극복해야 하는 것이 군자의 도(道)인데 지금은 음의 세력이 너무나 강하고 적극적인 시운(時運)이기 때문에 일단 물러서 피하고 회천(回天)의 기회를 기다리기 위해서 잠시 피해 은둔하는 것이다. 물러서서 멈추면 퇴(退)라고 해야 하나 이 경우는 물러서서 피해 숨어 은둔하는 것이기 때문에 둔(遯)이라고 한 것이다.
서괘전에서는 '항이라는 것은 오래하는 것이나 만물은 가히 오래 있지 못한다. 그러므로 둔으로 이어 받는다. 둔은 물러가는 것'이라고 해 '항자구야 물불가이구거기소 고 수지이둔 둔퇴야(恒者久也 物不可而久居其所 故 受之而遯 遯退也)'라 말하고 있어 은둔한다는 의미 보다는 물러선다는 뜻을 취하고 있다.
둔괘(遯卦)의 상하괘 간의 관계를 보면 상층부 건괘(乾卦)는 똑똑한 삼양이 모여 있어 외적인 힘과 실력을 갖추고 있으나 내부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치밀성과 섬세함이 결여돼 하층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하층부 간괘(艮卦)는 초육과 육이가 강력한 양(陽)인 구삼에게 막혀 나아가지 못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이 정체돼 있다. 이 경우 하층부를 관리하는 4효가 강력할 경우에는 즉 진괘나 손괘일 때는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상층부는 견실해 문제는 없지만 하층부의 문제를 해결할 치밀한 능력이 없어 계속 달아나고 물러서 피할 수밖에 없다고 해서 '둔괘(遯卦)'라 한다.
상하괘 간의 상을 보면 귀인이 산으로 은둔하는 귀인은산지과(貴人隱山之課)의 모습이고 표범이 남산으로 숨는 표은남산지상(豹隱南山之象)이며 샘을 파도 물이 나오지 않는 굴정무천지상(掘井無泉之象)이고 짙게 끼어있는 구름이 하늘의 태양을 가리는 뜻을 품고 있는 농운폐일지의(濃雲蔽日之意)이다.
둔괘(遯卦)의 괘사는 '둔형 소리정(遯亨 小利貞)'이다. 즉 '둔은 형통하다. 작은 이로움이 있고 정도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단사(彖辭)에 '둔형(遯亨)'이라고 해 '은둔하면 형통하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러하는가.
'둔'의 시기는 소인이 늘어나고 자라나는 증장(增長)의 때로 군자가 소멸된 상황이니 군자가 도망가지 않았다면 군자는 해를 입고 망하지 않으면 결국 소인과 타협해 함께 일을 따라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러면 군자의 도(道)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군자가 은둔하면 군자 그 자체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소인의 세상에 대하여 엄숙히 항의를 표시하는 것이 되고 군자 그 자체는 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모든 것이 정도(正道)로 형통하는 기운이 돌아온다.
다음과 같이 괘의 소장(消長)으로 보면 둔의 세상은 더욱 혼란해져서 비(否)가 되고 관(觀)이 되고 박(剝)이 돼 일양박진(一陽剝盡)의 석과(碩果)는 먹지 않고 다음에 곤중(坤中)에 씨를 내리고 천운(天運)이 전환해 복(復)이 돼 군자의 도가 다시 와서 형통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둔형(遯亨)이다.
그러나 이는 군자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고 천하에는 군자만 사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소인배들이 더 많다. 따라서 산중으로 은둔하지는 않더라도 분에 넘치는 일을 하지 않고 소인배들과 일을 함께 도모하지 않는 것이 좋다해 '작은 일(小事)은 둔의 때에 해를 크게 입을 일은 없다'는 의미에서 '소리정(小利貞)'이라 했다.
단전에서는 성괘주효인 5효가 강건중정(剛健中正)으로 군자를 소멸시키는 대표적인 2효 음과 상응하고 있는 것은 5효가 강건중정의 효이기 때문에 음의 소인에 압도당하거나 굴복 당하는 일이 없으며 음의 세력의 기운을 미리 알고 은둔해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했다. 둔의 때에 은둔해 피하는 것도 시운(時運)에 즉응(則應)하는 것이라고 해 이를 '둔이형야 강당위이응 여시행야(遯而亨也 剛當位而應 與時行也)'라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음의 세력이 침입해 자라나고 있으나 전체가 음의 세상은 아니니 아직은 작은 일을 행할 여지는 남아있다고 해서 '소리정 침이장야(小利貞 浸而長也)'라 했고 그러나 둔피(遁避)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를 강조하기 위해 '둔지시의대의재(遯之時義大矣哉)'라고 했다.
상전에서는 하늘 아래 산이 있는 것이 둔이니 군자는 소인을 멀리하고 싫어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간격을 둬 스스로를 엄격히 하라고 해 '천하유산둔 군자이원소인 불악이엄(天下有山遯 君子以遠小人 不惡而嚴)'이라고 한다.
즉, 외괘 건(乾)은 하늘 높은 곳에 있고 내괘 간(艮)은 하늘 아래 있어 산은 아무리 높아도 하늘에는 미치지 못한다. 양자 사이에는 엄격히 간격이 있는 것이니 군자라는 사람은 소인을 멀리하고 미워하지 않으면서도 엄격히 하라는 것을 괘상(卦象)은 가르쳐 주고 있다. 다시 말해 둔의 때에는 소인배들의 세력이 너무 강해 소인을 처벌하려고 해도 불가한 일이니 소인을 멀리 피하는 것이 좋다.
군자가 소인과의 사이에 간격을 두는 것은 미워해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자기를 지키는 일을 엄격히 하기 위해서이다. 지킨다는 것을 엄격히 하면 소인은 스스로 이것을 멀리하고 멀리 떨어지기 때문에 해를 입을 일도 없지만 혹시 미워해서 무리하게 소인을 거절하면 반드시 소인으로부터 원망을 받고 위해(危害)을 초래한다는 것을 언중(言中)에 말하고 있다.
서죽을 들어 둔괘를 얻으면 소인이 지배하는 세상이니 올바른 의견이니 바라는 희망 등이 통하기 어렵고 사업이나 가정도 쇠해져 가는 때다. 따라서 사업, 거래, 교섭 등 모든 일은 멈추거나 물러서야 하고 확장이나 신축 등은 불가하다.
예컨대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사람이 둔괘를 얻고 뭔가 돌발적인 사고가 발생해 사업이 쇠운(衰運)에 놓여 있다면 이 사업가는 소장생괘로 봐 현재의 운기는 둔괘(遯卦)에서 비괘(否卦)로 행하고 있다고 판단해 재산상의 손해가 있거나 인연있는 사람이 떠나는 등 쇠운의 시기에 있다.
둔괘를 만나면 현재의 상황에서는 겉치레나 외문(外聞)에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고 야반도주(夜半逃走)라도 해서 자신의 몸을 피하는 것이 좋고 은퇴, 퇴직하거나 앞길에서 뒷동네로 물러서거나 도회지에서 시골로 귀향하는 것이 안태(安泰)를 얻는 방법이다.
둔괘는 대축(大畜)괘가 역위(易位)한 경우이고 둔괘의 대괘(大卦)의 상은 대손(大巽)으로 소동, 진퇴양난, 시끌거리기만 할 뿐 해결이 되지 않고 겉잡을 수 없는 변동이 있으며 항상 주소, 거소가 불안해 들떠있는 때다. 또한 대손(大巽)을 시리삼배(市利三倍), 이욕(利慾)의 뜻이 있어 이득에 눈이 멀어 오히려 큰 손해의 화(禍)를 부를 수 있으니 단념하는 것이 득책이다.
물가는 대손의 변동, 건간(乾艮)의 고가, 음으로써 양을 없애가는 하강(下降) 등을 종합 판단해 보면 고가에서 대변동해 하락하고 있다. 혼담도 음으로써 양을 없애가니 남편을 이겨서 화합하기 어려우므로 성사되기 힘들고 보류하는 것이 좋다. 잉태는 간(艮)의 체내에 건(乾)의 양을 품고 있는 상이니 남아(男兒)이고 양이 박멸돼 가니 산부가 쇠약해져 유산하거나 조산(早産)의 기미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기다리는 것과 가출인은 소식이 없고 분실물은 대손(大巽)으로 행방을 몰라 찾기 힘들다. 병은 음의 사기가 양의 생기를 소멸시켜 가므로 중병이나 긴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생명이 위험하다. 날씨는 구름이 끼고 흐린 우울한 날씨다.
33. 천산둔(天山遯) 下
好遯(호둔) 九四
嘉遯(가둔) 九五
肥遯 无不利(비둔 무불리) 上九
둔괘(遯卦) 구사의 효사는 '호둔 군자길 소인비(好遯 君子吉 小人否)'다. 즉 '좋아해도 물러난다. 군자는 길하고 소인은 막힌다'는 뜻이다.
구삼은 내괘에 있고 이음(二陰)에 접해 친비(親比)하고 있어 마치 묶어 동여맨 계누(係累)와 같아 소인으로부터 끊기 어려운 관계지만, 구사는 외괘에 진입해 구삼보다 한걸음 빨리 소인으로부터 도망가고 있다. 그러나 내외괘의 경계에 있어 완전히 탈출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초육과 상응(相應)해 좋아하고 끌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은둔하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이 있어 완전히 은둔하지 못하니 이를 '호둔(好遯)'이라 했다.
이러한 호둔의 때에 진정한 군자라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은둔하니 '군자길(君子吉)'이요 소인은 좋아하는 것에 빠져서 탈출할 수가 없어 흉을 당하니 '소인비(小人否)'라 한 것이다. 즉 군자는 초효 여자를 좋아해도 둔피하는 시기니 둔하지만 소인은 초효에 빠져서 둔할 수 없다.
득괘해 구사를 얻으면 구삼의 경우와 상의(象意)는 유사하지만 구삼 때보다는 속박이 가벼운 시기다. 즉 구삼은 음의 소인으로부터 방해를 피하기 어려우나 구사는 그 속박의 방해를 스스로가 만든 것으로 자신의 취미에 빠져 있거나 오랜 습관과 고집 등으로 인해 물러나지 못하고 재앙을 당하는 때다.
사업, 거래, 교섭 등 운기점에서 스스로 손실이나 고민을 만드는 때로 적극적으로 나가기 보다는 물러나야 하고 구삼의 경우처럼 색난(色難)을 경계해야 한다. 바라는 바 등도 통달하지 못하고 이욕(利慾)에 끌려 혹은 틀린 견해를 포기하지 못하며 재액(災厄)을 불러올 수 있다. 물건의 가격은 하향한다.
혼담은 길하기 어렵고 상대 남자를 점한 경우라면 숨겨진 여성이 있다. 잉태는 부절제로 인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기다리는 것은 오기 힘들고 가출인은 과거에 사랑한 자에 빠져 나갔으며 분실물은 찾기 힘들다. 병은 점차 기력이 쇠(衰)하는 기미가 있고 병은 좋아졌어도 몸이 견디기 어려울 수 있으며 절제를 잃어 다시 악화될 수 있다. 날씨는 흐리고 바람이 분다.
실점예에서 '모인이 사귀고 있는 여자와의 관계 여하'를 묻는 점에서 구사를 얻고 점고하기를 '둔괘의 구사는 초육과 상응하니 좋아하는 여자를 두고 있는데 둔괘니 남모르게 숨겨놓은 여자로서 드러내지 못한 관계다. 군자라면 정리할 것이고 소인이라면 부정한 관계가 계속될 것이나 좋을 일은 없다'고 말했다.
둔괘 구오의 효사는 '가둔 정길(嘉遯 貞吉)'이다. 즉, '아름답게 물러남이니 바르면 길하다'는 뜻이다. '가(嘉)'는 기쁘고 즐겁다는 것이다. 구오는 구사보다 이음(二陰)에서 더 멀리 물러나 있으니 도망가는 것을 근심하지 않고 번거롭지 않아 마음에 즐거움을 가지고 은둔할 수 있다.
상전에서도 아름답게 물러나는 것이 바르고 길한 것은 뜻이 바르기 때문이라고 해 '가둔정길 이정지야(嘉遯貞吉 以正志也)'라 했고 단전에서는 구오를 '강위응당야(剛位應當也)'라 하면서 둔의 형통한 도를 행해 공을 세운다고 말했다.
득괘해 구오를 얻으면 임금에게 총애를 받아도 물러나는 때다. 물러나 퇴직을 해도 후임이 생기고 퇴직금 등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사업, 거래, 교섭 등에서 적극책은 불가하고 지금 은인퇴수(隱忍退守)하는 것이 후일에 좋은 상황을 만든다. 2년, 또는 2개월 후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바라는 바 등은 통하지 않고 안 통하는 것이 오히려 무사(無事)하다. 물건의 가격은 대세 하락 속에서 소폭 상승이 있다.
혼담은 성사되기 어렵고 인물은 좋아도 성분(性分)이 맞지 않으니 보류하는 것이 좋다. 잉태는 유산이나 조산 등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기다리는 사람은 일에서 벗어나고 싶으니 오지 않고 가출인 역시 돌아오지 않으며 분실물은 분실의 경로는 판명돼도 파손돼 분실되기 전의 상태로 찾기는 힘들다. 병은 음(陰)이 치고 올라오니 체력은 점차로 쇠약해져 가나 약효를 보는 때이니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날씨는 흐리면서도 태양을 볼 수 있다.
홍몽선 선생의 '실점예'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 날 밤 고가(高價)의 의류를 도난당한 '모부부의 신수점'에서 구오가 동(動)한 '둔지려(遯之旅)'를 얻고 점고하기를 '둔괘는 소인이 득세하고 군자는 둔피(遁避)하는 상으로 구오가 동해 야반도주(夜半逃走)라도 해 멀리 객지 타향으로 떠나는 길손(之卦 旅)이 돼야 궁즉통(窮則通)으로 살길이 열린다' 하자 그날 밤으로 밤 봇짐을 싸서 도주했다.
둔괘 상구의 효사는 '비둔 무불리(肥遯 无不利)'다. 즉 '살쪄서 은둔하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는 뜻이다. 상구는 소인의 세력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고 응비효(應比爻)가 없어 계루(係累)하지 않으니 거칠 것이 없어 은둔하는데 가장 적당한 때다. 둔의 시기에 가장 좋은 때이니 효사에서 '비둔(肥遯)'이라 한 것이고 살찌고 풍요롭고 여유롭다는 의미다.
상전에서도 '살쪄 은둔하니 이롭지 않음이 없는 것은 의심할 바가 없다.' 즉 은둔을 어렵게 하는 응비효가 없기 때문에 '비둔무불리 무소의야(肥遯无不利 无所疑也)'라 했다. 또한 하늘이 산 위에 있는 상으로 산 위에서 하늘로 날아간다는 의미에서 '살찔 비(肥)'를 '날을 비(飛)'로 해석해 '하늘나라로 가서 은둔한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서죽을 들어 상구를 얻으면 지금은 느긋이 여유롭게 은둔할 수 있고 세속과 완전히 마음을 끊어 유유자적한 은둔을 할 수 있는 시기다. 그러나 다음 괘가 뇌천대장(雷天大壯)이니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시기가 온다. 따라서 모든 일은 다음 시기,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구오의 경우는 은둔하고자 할 때는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고 인내가 필요한 반면 상구의 경우는 자연스럽게 국외자(局外者)로서의 자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바라는 바는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편이 현명하고 사업, 거래, 교섭 등에서도 성사(成事)될 기회는 지났고 물가는 급락한다. 혼인은 포기하고 거절하는 편이 좋다. 잉태는 임산(臨産)은 무사안산(無事安産)하고 임신 초기에는 유산(流産)을 주의해야 한다. 기다리는 사람은 내일 또는 한달 후에 올 수 있고 가출인은 돌아오기 힘들며 분실물도 찾기 힘들다. 병은 살찐 돼지로 건강하나 혈압을 주의하고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날씨는 흐리고 비가 올 듯 하다.
'실점예'로 '모인의 교수임용 여하'을 점해 상구를 얻고 다음과 같이 점고했다. '둔괘는 건 노부(乾 老夫)가 은퇴하고 간 소남(艮 小男)이 집안을 승계하는 상이며 육효는 은둔의 끝에 와 있고 효사에 비둔(肥遯)은 비둔(飛遯)이니 교수로 임용돼 다음 괘가 대장괘이니 왕성한 활동을 한다'고 해 그러했다.
다음은 홍선생의 '실점예'에서 '모인의 금광 발견 여하'를 육변서로 점해 무동(無動)의 둔괘를 얻고 다음과 같이 점고했다.
둔괘의 상을 보면 산 위에 건금(乾金)이 있으니 노천광산임을 알 수 있다. 불변괘이니 납갑(納甲)을 붙여보면 상괘 건괘에 오(午) 신(申) 술(戌)이니 광구의 광맥이 세 갈래인데 신금(申金)의 미곤신(未坤申) 서남방이 가장 유력시되고 다음은 오화(午火)방으로 오방이 동(動)하면 이화(離火)괘가 돼 건변이(乾變離)하니 금(金)을 볼 수 있으며 술토(戌土)방은 토이므로 채산성이 맞지 않다.
또한 둔(遯)은 돼지 돈으로 현찰을 의미하기도 하니 돈이나 금을 만져볼 수 있으나 둔괘는 도망 은둔의 상이기 때문에 동업자 중에 흑심을 먹은 사람이 훔쳐 도망, 은둔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일러 줬다. 예측한 바와 같이 이 광산에서는 상당량의 순도 높은 금광석이 채굴돼 소위 '금노다지'를 깼으나 흑심을 품은 동업자가 상당량의 금을 무단 착복해 종적을 감춰 버렸다.
역괘의 신비함을 또 한번 느끼게 하는 실전 사례가 아닐 수 없고 이러한 사항을 명리 사주학적으로는 대세운으로 판단해 운의 길흉 정도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으나 일의 전말(顚末)까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33. 천산돈(天山遯)
박수칠 때 떠나는 용기
遯은 달아날 둔, 피할 둔, 물러날 둔(돈)으로, '돈'이라고 읽기도 한다. 둔(屯)괘와 구분하기 위해서 주역에서는 '돈'이라고 많이 읽는다.
서괘전
遯者, 退也. 物不可以終遯. 故, 受之以大壯.
둔은 물러나는 것이고, 사물은 달아남으로 끝낼 수 없으니 대장괘로 받는다.
괘설명
두 음효가 자라나 양효가 물러나는 상이니, 소인이 점차 성대해져 군자가 물러나므로 '둔(遯)'이다. 하늘 아래 산이 있다. 둘다 양의 성향으로 강건하다. 산이 솟아 오르려고 하지만 하늘이 버티고 물러나지 않는 상이다. 답답하고 막혀있는 상(象)이다. 사물이 오래되면 떠나는 것이 이치이다. 두 음효가 자라나 양효가 물러나는 상이니, 소인이 점차 성대해져 군자가 물러나므로 '둔(遯)'이다.
遯, 亨, 小利貞.
돈은 형통하니 조금이라도 올바름을 지키는 것이 이롭다.
(解說)
未월 괘이다. 양이 점점 줄어들고 음이 자라나는 형국이다. 기운이 쇠지로 들어선다. 소인이 성할 때이므로 군자는 물러나는 것이 지혜롭다.
彖曰; 遯, 亨. 遯而亨也.
剛當位而應, 與時行也.
小利貞, 浸而長也.
遯之時義大矣哉.
단에 이르기를, "돈은 형통하다 함은 은둔하여 형통한 것이다. 강이 마땅한 자리에 있어 응하고 때와 더불어 행한다. '조금이라도 올바름을 지키는 것이 이롭다' 함은 (음이) 점차 침범하여 자라는 것이다. 은둔의 때와 뜻이 크도다."
(解說)
음이 점차 자라나는 象이지만 육이 군자와 구오 임금이 정위하고 있어 음의 기세가 아직은 완전히 침범한 것은 아니므로 Timing을 잘 맞춰서 일을 행한다면 조금은 이롭다는 것이다. 큰 일을 새롭게 추진하는 것보다 기존의 하던일을 잘 마무리는 할 수 있을 것이다.
象曰; 天下有山遯, 君子以遠小人, 不惡而嚴.
상에 이르기를, "하늘 아래 산이 있는 것이 돈이니 군자는 이로써 소인을 멀리하되 미워하지 않고 엄하게 하느니라."
(解說)
육이와 구오가 득중 득위하였으니 소인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중심을 잘 잡고 잘 다스려야 될 것이다.
初六, 遯尾, 厲. 勿用有攸往.
초육, 은둔함의 꼬리니 위태롭다. 나아갈 바가 있어도 쓰지 말라.
象曰; 遯尾之厲, 不往, 何災也.
상에 이르기를, "은둔함의 꼬리의 위태로움이나 나아가지 않으면 무슨 재앙이 있으리요?"
(解說)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동물이 숨을 때 꼬리가 가장 늦게 숨겨진다. 소인이 득세할 때에는 군자는 일을 도모하기 보다는 잠시 보류하는게 낫겠다. 밍기적 거리지 말고 언능 손떼고 뒤로 물러나라
六二, 執之用黃牛之革, 莫之勝說.
육이는, "황소의 가죽으로 묶는 것이니 그것을 벗길 수 없다."
象曰; 執用黃牛, 固志也.
상에 이르기를, "황소를 사용하여 묶는다는 것은 뜻이 견고하고 진실함이다."
(解說)
소는 丑이고 중정의 도를 갖추었고 끈기의 상징이다. 득중하여 구오와 응하고 있다. 소인이 득세하는 때이지만 꿋꿋하게 버틸 수 있는 저력이 있다.
九三, 係遯, 有疾厲, 畜臣妾吉.
구삼은, "은둔함이 매인 것이니 질병이 있어 위태로우나 신하와 첩을 기르는데는 길하다."
象曰; 係遯之厲, 有疾憊也. 畜臣妾吉, 不可大事也.
상에 이르기를, "달아나고 싶으나 매여있다 보니 위태롭다. 고달파서 병이 생긴다. 신하와 첩을 기르는데 길하다는 것은 큰 일을 할 수 없음이다."
(解說)
은둔하고 싶으나 육이와 친비하다 보니 달아나기도 쉽지 않다.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정리하고 달아나고 싶어도 쉽지 않다. 소인지도가 점차 성행지니 큰일은 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 전망은 점 점 어두워질꺼 같으나 매여있는 직원들 때문에 바로 회사를 정리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큰 이익은 없어도 직원들 월급이나 챙겨준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운영해 나갈 수는 있을 것이다.
공자는 인간사이에 거리두기에 관하여 언급하였다. (논어 17장 25)
九四, 好遯, 君子吉, 小人否.
구사는, "좋아하면서도 은둔하니 군자는 길하고 소인은 막힌다."
象曰; 君子好遯, 小人否也.
상에 이르기를, "군자는 은둔하기 좋아하나 소인은 그렇지 않다."
(解說)
물러날 때 기꺼이 물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소인은 미련이 남아 끝까지 남아서 일을 도모하고자 하니 좋지 않다.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정리하라
九五, 嘉遯, 貞吉.
구오는, "아름다운 은둔함이니 바름을 굳게 지켜 길하다."
象曰; 嘉遯貞吉, 以正志也.
상에 이르기를, "아름다게 물러나니 바르고 길하다 함은 뜻을 바르게 했기 때문이다."
(解說)
물러날 때를 알고 물러나니 아름다운 것이다. 임금의 자리이다. 물러날때 과감히 결단하여 물러난다.
上九, 肥遯, 无不利.
상구는, "여유로운 은둔이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象曰; 肥遯无不利, 无所疑也.
상에 이르기를, "여유로운 은둔이이 이롭지 않음이 없다함은 의심하는 바가 없는 것이다."
(解說)
이미 물러나서 한가함을 즐기는 상이다. 정년퇴직하여 여유롭다. 소인이 득세하는 시기에 사건사고 다 이기고 끝까지 맡은바 본분을 다하고 물러나니 주위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의심할 것도 없다.
■ 불악이엄(不惡而嚴)
악하게는 하지 말고 엄하게는 해야 한다
사람을 본질적으로 군자와 소인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런 의문이 들지만 살다보면 때로 구분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천산돈(天山遯) 괘는 음의 흉악한 기운과 세력이 하나 생기고 그것이 또 자라나 하나가 생겨서 건전한 양의 기운과 세력을 핍박하는 상이다.
음의 기운은 차갑고 어두운 것이 특징이다. 차갑고 어두운 기운이 하나가 생겼을 때 천풍구괘가 되고 그 기운이 크지 못하도록 쇠말뚝으로 꽁꽁 묶어 놓으라고 하였다. 이 쇠말뚝이 풀려 한 단계 자란 것이 천산돈(天山遯) 괘의 상이다. 조선조의 퇴계 선생은 맑고 깨끗한 시내로 물러난다는 퇴계(退溪)라 호를 짓고 천산돈(天山遯)의 생활을 하였다.
그런데 이런 음의 차갑고 어두운 기운을 어찌 대처하는 게 좋을까? 이에 대해 불악이엄(不惡而嚴)의 방법을 제안하였다. 악하게 대한다는 것은 똑같이 차갑고 어두운 기운으로 대응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런 방법은 지양하라는 것이다. 그 대신 엄한 방법으로 대응하라고 하였다.
악하게 대한다는 것은 처절한 복수와 같은 잔인한 대응을 말하고 엄하게 대한다는 것은 거리두기를 의미한다. 태어나면서 부터 군자와 소인이 갈라질까마는 불악이엄은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음악한 기운에 대한 처세법으로 볼 수 있다.
33. 천산돈(天山遯)
괘의
소인이 득세하여 군자의 뜻이 행해지지 않을 때에, 군자는 몸의 사사로움을 이겨 예에 회복하고(克己復禮), 소인을 대하기를 악하게 하지 말고 엄하게 하여 소인이 망동함을 경계하라(不惡而嚴).
괘명과 괘상
외괘가 건천(乾天; ☰), 내괘가 간산(艮山; ☶)으로 이루어진 괘를 '돈(遯)'괘라 한다. '은둔한다', '도망한다'는 뜻이다. 순양(純陽)으로 되어 있던 중천건(重天乾)에서 음이 자라나 천풍구(天風姤)가 되고 다시 음이 내괘 가운데 효까지 이르니, 양(陽)의 군자들이 음(陰) 소인의 세력을 막지 못하고 피하게 된다. 중효(中爻)가 이래서 중요하다.
음효가 초효에 이어 내괘 중을 차지하니,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기운도 어찌할 수 없이 물러나게 된다. 돈(遯)괘와 상반된 양상, 즉 양의 군자가 초효에서 내괘의 중인 이효까지 임하니, 음 소인이 양 군자에게 감화되는 지택림(地澤臨)괘를 이미 살펴본 바 있다. '돈'괘는 12월괘로 음력 6월괘에 해당한다.
서괘
'서괘전'은 뇌풍항괘 다음에 천산돈괘를 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恒者는 久也니 物不可以久居其所라 故로 受之以遯하고
항(恒)이라는 것은 오래하는 것이니, 물건이 가히 그 곳에만 오래 거할 수 없다. 그러므로 돈으로써 받고
항(恒)이라는 것은 오래하는 것이다. 그런데 물건이나 상황은 항상 변하는 것이기에 한 곳에만 오래 거할 수 없고 또한 한 상황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오래하면 물러나게 되니, 항괘 다음에 물러나고 도망한다는 돈괘를 두었다.
괘사
遯은 亨하니 小利貞하니라.
돈(遯)은 형통하니 바르게 하면 조금 이롭다.
돈(遯)은 형통하니 소인은 바르게 하면 이롭다. 아래에 두 음 기운이 내괘의 중효까지 올라와 실세(實勢)를 형성하니, 양(陽)의 군자로서도 어찌할 수 없이 물러나지만, 군자의 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형통하다. 나아갈 때면 나아가고 물러날 때면 물러나는 것이 군자의 도(道)이고, 아무 거리낌 없이 때도 없이 나아가기만 하는 것이 소인의 도이다. '중용' 제2장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仲尼曰 君子는 中庸이요 小人은 反中庸이니라. 君子之中庸也는 君子而時中이요 小人之(反)中庸也는 小人而無忌憚也니라.
중니(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중용을 하고, 소인은 중용에 반대로 한다. 군자가 중용을 함은 군자이면서 때로 맞게 하기 때문이요, 소인이 중용에 반대로 함은 소인이면서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의 기운이 자라나는 때에 군자가 바름과 덕을 지나치게 하면 오히려 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바르게 함이 조금 이롭다고 하였다. 한편, 돈괘(遯卦)는 음의 소인이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기에 소인(小人)의 입장에서는 바르게 하면 이롭다고 풀이할 수도 있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遯亨은 遯而亨也나 剛當位而應이라 與時行也니라. 小利貞은 浸而長也일새니 遯之時義 大矣哉라.
단전에 말하였다. "돈(遯)이 형통함은 물러나서 형통한 것이나, 강한 것이 자리에 마땅해서 응하여 때로 더불어 행한다. '바르게 하면 조금 이롭다'는 것은 점차 길어지기 때문이니, 돈의 때와 뜻이 크도다."
돈(遯)이 형통한 것은 군자가 물러날 때에 적절히 물러나서 형통하다. 군자인 구오 양(剛)이 외괘에서 중정(中正)하여 내괘의 육이 음(陰)과 응하고 있어 적절하게 때와 함께 행한다. '바르게 함이 조금 이롭다'는 것은 음 소인이 점차 자라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군자가 때와 상황에 중용(中庸)을 지키니, 물러나는 때와 뜻이 크다.
괘상사
象曰 天下有山이 遯이니 君子 以하야 遠小人호대 不惡而嚴하나니라.
상전에 말하였다. "하늘 아래 산이 있는 것이 돈(遯)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소인을 멀리하되 악하게 하지 않고 엄하게 한다."
돈괘는 외괘 건천(乾天; ☰) 아래에 내괘 간산(艮山; ☶)이 있는 상이다. 하늘 아래에 산이 있으니, 군자가 하늘과 같은 굳센 마음을 지키고 있지만 때가 아니어서 산 속에 은둔하고 있는 상이다. 이러한 기운을 보고 군자는 세력이 커지고 있는 소인을 멀리한다.
그런데 소인을 대함에는 군자의 덕을 내세워 소인에게 악하게 하면 안 되고, 군자로서의 위엄을 지켜 엄하게 하여야 한다. 소인이 점차 자라나는 상황에서 소인에게 군자의 도를 지나치게 내세우면 오히려 소인이 군자를 해치게 된다. 따라서 군자는 군자로서의 위엄을 지켜 소인이 저절로 감화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효사 및 효상사
初六은 遯尾라 厲하니 勿用有攸往이니라.
초육은 도망하는데 꼬리이다. 위태하니 가는 바를 두지 말라.
초육은 돈괘의 맨 아래에 있는데 중을 얻지 못하고 양자리에 음으로 있으니, 처신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이다. 전체 상황에서 맨 아래가 되니 도망가는 동물의 꼬리에 해당한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속담이 있다.
초육이 구사 양과 응하고 있어 구사 양이 도망함에 같이 가려고 하지만, 초육은 꼬리에 해당하니 도망하려다 잡혀서 해를 받을 위험이 있다. 초육으로서는 자기와 응하고 있는 구사가 도망하더라도 내괘 간산(艮山; ☶)의 덕을 지켜 가만히 그쳐 있어야 재앙이 없다.
象曰 遯尾之厲는 不往이면 何災也리오.
상전에 말하였다. "도망하는 꼬리의 위태함은 가지 않으면 무슨 재앙이겠는가?"
六二는 執之用黃牛之革이라. 莫之勝說이니라.
육이는 잡는데 누런 소의 가죽을 쓴다. 이기어 말하지 못한다.
육이는 내괘에서 중정한 자리에 있다. 음으로서 양의 기운을 물러나게 하는 주체이다. 소인이지만 중정한 자리에 있어 황소의 가죽처럼 질기고 단단하게 뜻을 굳게 하여 음의 세력을 잡아 나간다. 특히 아래에 있는 초육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육이에게 복종하게 하여 음의 세력을 키워 나간다. 육이에 의해 양의 기운이 물러나니 육이로서는 승승장구(乘勝長驅)한다.
象曰 執用黃牛는 固志也라.
상전에 말하였다. "잡는데 누런 소를 쓰는 것은 뜻을 굳게 하는 것이다."
九三은 係遯이라 有疾하야 厲하니 畜臣妾에는 吉하니라.
구삼은 물러나는데 매인다. 병이 있어 위태하니 신하와 첩을 기르는 데는 길하다.
구삼은 양자리에 양으로 바른 자리이다. 양(陽)으로서 아래 두 음의 세력이 커져 오니 물러나고 싶지만, 내괘 간산(艮山; ☶)에 처하여 물러나지 못하고 그치게 된다. 물러나고 싶은데 물러나지 못하니, 마음에 병이 생겨 위태롭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니, 차라리 그 자리에 처하여 내괘의 음 소인들을 가급적이면 바르게 키우려고 노력한다. 신하와 첩이라는 것은 초육과 육이의 음을 말한다.
내괘 간산(艮山; ☶)의 위에 처한 구삼으로서는 큰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은 못 된다. 구삼이 변하면 천지비(天地否)괘가 되니 위아래가 막히게 되고, 구삼이 외괘의 양 군자들과 같이 하려해도 막혀서 서로 뜻을 통하지 못하게 된다.
象曰 係遯之厲는 有疾하야 憊也오 畜臣妾吉은 不可大事也니라.
상전에 말하였다. "물러나는데 매여서 위태로움은 병이 있어 고달픈 것이고, 신하와 첩을 길러 길함은 가히 큰 일을 못하는 것이다."
구삼이 물러나는데 매여서 위태로운 것은 구삼이 도망하고자 해도 아래 초육과 육이에 매이니 병이 생겨 고달픈 것이고, 신하와 첩을 길러 길하지만 가히 큰 일을 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九四는 好遯이니 君子는 吉코 小人은 否하니라.
구사는 좋아도 물러나니 군자는 길하고, 소인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구사는 외괘 건천(乾天; ☰)에 처하여 하늘과 같이 큰 마음으로 소인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자리이다. 그런데 구사는 아래 초육 음과 잘 응하고 있으니, 남녀의 정으로는 초육 음에게 좋아하는 마음이 있게 된다. 그러나 때가 소인의 세력이 커지는 때이니, 군자는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여 초육 음이 아무리 좋아도 물러난다.
그런데 이 자리에 소인(小人)이 있다면 초육 음에 마음이 끌려 소인배와 뜻을 같이하게 되니 결국은 비색하게 된다. 권력을 잡아 통치하는 자가 누가 봐도 소인임에 틀림없는 상황에서도, 항상 권력에 영합하여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소인배들이 있다.
象曰 君子는 好遯하고 小人은 否也리라.
상전에 말하였다. "군자는 좋아도 물러나고, 소인은 비색할 것이다."
'小人은 否也리라'에서 '부(否)'자를 '아니 부'로 풀어도 되고, '비색할 비'로 풀어도 된다. 즉, 효사에서와 같이 '소인은 그렇게(군자처럼) 하지 않을 것이다'고 풀이할 수도 있고, 군자처럼 하지 못하니 결국 '소인은 비색할 것이다'로 풀이할 수 있다.
九五는 嘉遯이니 貞하야 吉하니라.
구오는 아름답게 물러나니 바르게 해서 길하다.
구오는 외괘 건천(乾天; ☰)에서 중정한 자리에 있다. 내괘에서 중정한 육이 음과 잘 응하고 있으나, 육이가 소인의 세력으로 자라나니 구오는 때를 알고 모든 상황을 조리하면서 아름답게 물러난다. 구오가 물러나는 것은 모든 상황을 그냥 포기하고 물러나는 것이 아니다. 군자는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항상 전체를 생각하고 다음 일을 생각하여 미리 대비한다.
象曰 嘉遯貞吉은 以正志也라.
상전에 말하였다. "아름답게 물러나 바르게 해서 길함은 뜻을 바르게 하기 때문이다."
上九는 肥遯이니 无不利하니라.
상구는 살찌게 물러나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상구는 물러나는 때에 외괘 건천(乾天; ☰)의 맨 위에 있고, 구삼과는 같은 양으로 서로 응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미련 없이 물러날 수 있다. 상구 자신으로서는 이롭지 않음이 없는 상황이다. 물러나는 때에 구사 군자는 초육 음과 응하고, 구오 군자는 육이 음과 응하고 있으나, 상구만은 구삼 양과 응하지 않으니 상구가 처신함에 의심할 바가 없는 것이다.
象曰 肥遯无不利는 无所疑也라.
상전에 말하였다. "살찌게 물러나 이롭지 않음이 없는 것은 의심할 바가 없다."
주역하경도주(周易下經道註)
33. 천산돈(天山遯)
遯(돈)은 亨(형)하니 小利貞(소이정) 하나니라.
군자는 은퇴하고 소인은 곧아야 이롭다는 돈(遯)은 형통하고 바르면 조금 이로우니라.
(註)
遯者, 天山遯也.
'숨는다'는 돈(遯)은 산 위로 하늘이 올라 가버린 천산돈(天山遯)이다.
斂存之象, 隱遁之義, 天大以覆萬象, 山厚而藏萬物, 故名遯也.
거두어서 존속시키는 형상으로 숨어 은둔하는 뜻이 있으며, 하늘은 높아 삼라만상을 덮고 있고, 산은 두터워 만물을 감추어 저장하고 있으므로, 이름하여 돈(遯)이라고 하였다.
乾爲陽氣, 聚於艮山之上.
건(乾)은 따듯한 양기(陽氣)가 되고, 간산(艮山)의 산위에 모여있다.
艮爲靈山, 長於崑崙之下, 收斂精神, 止於其所函養.
간(艮)은 신령스런 령산(靈山)으로 곤륜(崑崙)의 밑으로 길게 누워 있으며, 정신(精神)을 거두어 들이는 수렴(收斂)의 역활을 하고 있고, 멈추어서 그치게 하여 기르는 것이다.
性天伏藏其山, 非爲大亨, 而有小利; 貞固密守, 遯之象也.
마음의 성천(性天)이 그 산 속에 감추어 엎드려 있으며, 크게 형통한 것은 아니고 조금은 이롭다는 것이요. 바르고 견고하게 은밀히 수행하기 위하여
숨는 형상이다.
彖曰(단왈)
遯亨(돈형)은 遯而亨也(돈이형야)나 剛當位而應(강당위이응)이라 與時行也(여시행야)니라. 小利貞(소이정)은 浸而長也(침이장야)일세니 遯之時義大矣哉(돈지시의대이재)라.
판단하여 말씀하시길, "은퇴하여 형통하다는 것은 물러나서 형통한 것이니, 굳세고 강한 것이 중정의 자리에 마땅하게 호응하고 때와 함께 시행됨이라. 소인이 바르면 적게는 이롭다는 것은 점점 자라나기 때문으로
은퇴하는 때의 뜻이 크도다."
(註)
彖釋卦辭, 以明道德.
괘사를 판단하여 해석하므로 도덕을 밝혔다.
乾天包羅於上, 艮山伏藏於下, 三寶遯藏而有亨, 五德當位而爲應, 與之修煉之時, 以行其道.
맑은 하늘인 건천(乾天)이 위에서 둘러 싸고 있으며, 두터운 간산(艮山)이 아래에서 엎드려 저장하니, 정기신 삼보(三寶)를 숨어서 길러 저장하여 형통할 것이며, 오덕(五德) 마땅한 자리에서 호응하니 함께 수련하는 때로서 그 도를 수행함이다.
當於進陽之候, 而浸其長, 雖然不得大亨之通, 幸而有小利之貞, 夫遯之時義大矣哉.
마땅히 양기가 진행하는 때이나 음이 자라나 침입하니, 비록 크게 형통한 것은 얻지 못했으나 다행히 바르면 적게는 이로움이 있을 것이니, 은퇴하여 숨는 때의 뜻은 크도다.
且亨之通義小利者也.
또한 형통한 뜻이 있으니 적게는 이롭다는 것이다.
象曰(상왈)
天下有山(천하유산)이 遯(돈)이니 君子以(군자이)하야 遠小人(원소인)호대 不惡而嚴(불악이엄) 하나니라.
형상을 말씀하시길, "하늘 밑에 산이 있는 것이 숨는다는 돈(遯)이니
군자가 이를 본 받아 소인을 멀리하되 미워하지는 말고 엄정하게 하느니라."
(註)
象言卦德, 以明道義, 性天朗朗而在上, 靈山疊疊而位下, 隱遯君子而藏居.
괘덕의 형상을 말하고 도의(道義)를 밝혔으며, 마음의 성품의 하늘인 성천(性天)이 위에서 맑아 명랑하고, 신령스런 영산(靈山)은 아래에서 첩첩이 자리 하였으며, 군자는 물러나 숨어 살면서 기운을 저장한다.
當遠小人以避閒, 不惡於內, 其嚴於外, 外比君子內是天君.
마땅히 소인을 멀리하여 한적한 곳으로 피하며, 마음을 악하게 하지 않으면서 밖으로는 엄정하게 대처함이다.
外比小人, 內是妄念, 夫小人妄念. 尤當避也.
밖으로는 떳떳한 군자에 비유하고, 안으로는 마음의 성천(性天)의 천군(天君)을 뜻하며, 밖으로는 소인에 비유하고 안으로는 망년된 헛생각을 말한다. 무릇 소인과 망년된 잡생각은 마땅히 피해야 할것이다.
初六(초육)은 遯尾(돈미)라 厲(려)하니 勿用有攸往(물용유유왕)이니라.
초육은, "꼬리를 감추는데 위태로우니 갈 바가 있으나 가지 말지니라."
(註)
初六之爻, 變艮爲離, 汞火在下, 隱遯於尾閭之間, 進火在初.
초육의 효는 간이 변하여 이(離)가 되었으며, 마음인 홍화(汞火)가 아래에 있어 꼬리뼈인 미려(尾閭)의 사이에 숨어 있음으로, 따뜻한 불기운이 전진하려는 시초인 진화재초(進火在初)이다.
用功於黃河之境, 其處驗危, 厲當防火力不足.
누런 황천의 황하(黃河)의 경계를 넘으려고 힘을 쓰는 것이며, 그 곳이 험난하고 위태로와 위태로운 화력(火力)이 부족함을 예방하여야 한다.
於下勿用攸往, 於上宜謹始者也.
아래로 흘러 보내는 길이 있으나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위로 상향하는 것이 마땅하나 처음이므로 삼가하여야 한다.
象曰(상왈) 遯尾之厲(돈미지려)는 不往(불왕)이면 何災也(하재야)리오.
형상을 말씀하시길, "꼬리를 감추는데 위태롭다는 것은 가지 않으면 어찌 재앙이 있겠는가."
(註)
象言初六, 明其爻辭, 其遯在尾閭, 頭關之功也.
초육의 형상을 말하고 그 효사를 밝혔으며, 그 숨는 것이 꼬리뼈인 미려(尾閭)의 머리를 통과하는 공부이다.
其厲在혼迷, 守關之失也, 在尾之遯, 初蠱未滅, 不可前往.
그것이 위태롭다는 것은 아득하여 미혹한 것에 있으며, 관문을 지키는 것을 잊어 버림으로, 꼬리에 감춘다는 것은 몸 속의 벌레인 초고(初蠱)가 없어지지 않았음이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하다.
强往致其災, 不往何災也.
강제로 나아간다면 재앙이 이를 것이니
가지 않으면 어찌 재앙이 있으리오.
六二(육이)는 執之用黃牛之革(집지용황우지혁)이라 莫之勝說(막지승설)이니라.
육이는, "잡는데 황소 가죽을 사용하는 것으로 더 좋은 말은 없다."
(註)
六二之爻, 中正之位, 執守於中.
육이의 효는, 중정의 자리로서 중(中)을 잡아 지킴이다.
以嚴其外, 外緣不入, 內念不出, 如用黃牛之革, 存神碧海之鄕.
밖인 외부로는 위엄이 있어 엄정하여 밖의 인연들이 들어오지 못하며, 마음인 생각은 허심을 지켜 밖으로 빠저 나가지 못하게 하니, 이것이 황소 가죽을 사용하듯이 단단히 하는 것을 말하며, 정신을 푸른 바다의 벽해지향(碧海之鄕)에 존속시킨다.
六二變乾, 乾錯其坤, 坤卦爲牛.
육이가 건(乾)으로 변하고 건이 섞여 착(錯)되면 곤(坤)으로, 곤(坤)은 소인 곤위우(坤爲牛)이다.
黃乃坤之土色, 革是退毛之皮, 退去毛病皮氣, 莫勝之喜說矣.
황소의 황(黃)은 곤(坤)의 색(色)이 황토이며, 가죽의 혁(革)은 털을 없앤 가죽이며, 털과 상한 가죽을 제거한 것으로 이것보다 더 좋은 말씀은 없다.
象曰(상왈) 執用黃牛(집용황우)는 固志也(고지야)라.
형상을 말씀하시길, "잡기를 황소가죽을 사용하듯이 한다는 것은 뜻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註)
象言六二, 柔順中正.
육이의 부드럽고 순한 유순중정(柔順中正)한 형상을 말하고,
執用黃牛之革, 隔去皮毛之臭.
잡는데 황소 가죽을 사용한다는 것은 가죽과 털의 냄새를 없앤 것으로,
牛革之固, 外物則難入矣.
소 가죽은 아주 견고하며, 밖의 물건이 어지럽게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志向之定, 外謠則難動矣.
뜻의 지향(志向)하는 바가 확고하게 정하여 젔으며, 밖의 소리에 어지럽게 움직이지 않고,
致虛而守靜, 人心已消滅矣.
마음을 텅 비움에 이르러 고요함을 지키니, 세속의 인심(人心)이 사라저 없어짐이다.
九三(구삼)은 係遯(계돈)이라 有疾(유질)하여 厲(려)하니 畜臣妾(휵신첩)에는 吉(길)하니라.
구삼은, "숨으려는데 얽혀있고 병도 있어 위태롭다. 신하나 첩을 기르는데는 길하다."
(註)
九三之爻, 陽化爲陰, 以陰傷陽, 如同有疾, 心欲守而神欲혼.
구삼의 효는, 양이 화하여 음이 되었으며, 차거운 음이 따듯한 양(陽)을 상하였으니 질병이 있는 것과 같으며, 마음으로는 지키려고 하나 정신은 바라는 것으로 혼미하다.
陽欲昇而陰欲迷, 如畜養臣之妻妾.
따듯한 양기는 위로 오르려고 하나 음이 가루어 미혹하게 하니, 부하나 신하 처나 첩을 기르는 것이다.
焉能理君之大事.
어찌 능히 임금의 큰 일을 맡아 디스릴수 있겠는가.
不能理君之大事.
임금의 큰 일을 맡아 다스릴수가 없다.
豈無係遯之危厲者哉.
어찌 얽혀서 숨는 것이 위태롭지 않겠는가.
艮比臣.化兌如妾, 大不成.小可吉矣.
간(艮)은 신하에 비유되고, 태(兌)는 첩(妾)이니, 큰 일을 이루기 어렵고, 작은 것은 길하다.
象曰(상왈) 係遯之厲(계돈지려)는 有疾(유질)하여 憊也(비야)오.畜臣妾吉(휵신첩길)은 不可大事也(불가대사야)니라.
형상을 말씀하시길, "얽혀서 같이 숨는다는 것은 병이 있어 고달플 것이요
신하나 처첩을 기른다는 것은 큰 일은 할 수 없음이다."
(註)
象言九三, 艮化兌女,
구삼의 형상을 말하였고, 간(艮)이 태녀(兌女)가 되었으니,
陽被陰掩, 男被女係, 如有疾病之憊.
양이 음의 가리움을 받아 남자가 여자와 얽히는 바로 질병의 고달픔이 있는 것과 같으며,
如畜臣妾之려, 養其小.失其大.
신하나 처첩을 기르는 위태로움은 작은 것을 기름으로 큰 것을 이미 잃음이며,
雖有小吉, 難成大事也.
비록 작은 것은 길하나 큰 일은 이룰 수 없음이다.
九四(구사)는 好遯(호돈)이니 君子(군자)는 吉(길)하고 小人(소인)은 否(비)니라.
구사는, "은둔하는데 절호의 기회이니 군자는 길하고 소인은 비색하라."
(註)
九四之爻, 上乾之初, 陽爻化陰, 陰氣上長, 陽氣好遯.
구사의 효는, 위의 상건(上乾)의 초효로서 양효가 음이 되어 음기가 위로 자라 오르니 양기는 숨어 있는 것이 좋으며,
順乎君子, 修之吉; 隨乎小人, 悖之否.
군자는 순리에 따라 시기에 맞추어 닦으니 길하고, 소인이 이를 따른다면 어긋나서 비색할 것이다.
修者不使陰氣雜於方寸, 故而爲吉.
닦는다는 수(修)는 음기(陰氣)가 조금이라도 섞이게 하면 안되므로
길하다고 허였으며,
悖者, 隨其陰氣迷혼天君, 故而爲否.
어긋나는 패(悖)는 음기(陰氣)를 따르면 성품인 천군(天君)이 혼미해지므로
막혀 비색하다고 하였다.
此陰長陽消之爻, 君子小人之分也.
이는 음이 자라나고 양이 사라지는 효로서 군자와 소인이 나누어지는 분기점이다.
象曰(상왈) 君子(군자)는 好遯(호돈)하고 小人(소인)은 否也(비야)니라.
형상을 말씀하시길, "군자는 숨는데 절호의 기회이고, 소인은 막혀 비색하다."
(註)
象言九四, 變陽爲陰, 先乾爲君子, 後巽爲隱遯.
구사의 형상을 말하고, 양이 변하여 음이 되어, 먼저 선건(先乾)은 군자가 되고, 뒤의 후손(後巽)은 숨는 은둔(隱遯)이 된다.
見陰而遯隱, 逢凶而知避.
음(陰)이 보이니 숨어 은둔함이요, 흉을 만나 알아서 피하는 것이다.
故君子好遯也, 陰爻爲小人, 陰氣爲否塞, 故小人之否也.
그러므로 군자는 숨는 것이 좋고, 음효(陰爻)는 소인으로 차거운 음기가 가로막아 비색하므로 소인은 비색하다고 하였다.
九五(구오)는 嘉遯(가돈)이니 貞(정)하야 吉(길)하니라.
구오는, "보기 좋고 아름답게 은둔하는 것이니 바르게 하면 길하리라."
(註)
九五之爻, 至善之地.
구오의 자리는 아주 좋은 지선(至善)의 자리이며
上乾二變以爲艮, 下艮三化以爲兌.
위의 상건(上乾)이 이변(二變)하여 간(艮)이 되고, 아래의 하간(下艮)은 삼변(三變)하여 태(兌)가 되었으며
艮爲少男, 兌爲少女.
간(艮)은 젊은 소남(少男)이요, 태(兌)는 아가씨인 소녀(少女)가 되므로
少男爲영兒, 少女爲차女.
소남(少男)은 영아(영兒)가 되고, 소녀(少女)는 차녀(차女)가 되므로
爲嘉美之遯, 更有貞靜之吉也.
보기 좋은 아름다운 은둔이 되어, 바르고 고요함을 지키면 길하리라.
象曰(상왈) 嘉遯貞吉(가돈정길)은 以正志也(이정지야)라.
형상을 말씀하시길, "아름답게 은둔하는 것이니 바르면 길하다는 것은 뜻이 바르기 때문이다."
(註)
象言九五, 遯之嘉美.
구오의 은둔하여 아름답다는 형상을 말하였고
爻在其中, 而志亦在其中矣.
효가 가운데 중(中)에 있어서 뜻 또한 그 가운데 중(中)에 있음이요.
卦爲嘉美, 而功亦有嘉美矣.
괘(卦)도 아름답고 공(功) 또한 아름다움이다.
上艮山而止其念, 止念以貞吉.
위의 상의 간산(艮山)의 그침으로그 생각을 멈춤이요, 생각을 그치되 곧고 바르니 길하다고 하였고,
下兌澤而洗其欲, 洗欲以正志也.
아래의 변한 태택(兌澤)으로 그 하고자 하는 욕심을 깨끗이 씻음이다.
욕심을 씻음으로 뜻이 바르다는 것이다.
上九(상구)는 肥遯(비돈)이니 無不利(무불리)하니라.
상구는, "풍부하게 하여 은둔하는 것이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註)
上九之爻, 遯變成臨.
상구의 효는, 돈(遯)이 변하여 임(臨)을 이루었고,
上乾變坤, 天地而定位.
위의 상건이 곤(坤)으로 변하여 하늘과 땅의 천지의 자리가 정하여지니
下艮化兌, 山澤而通氣.
아래의 하간(下艮)이 태(兌)가 되어 산과 연못이 기가 통하는 산택이통기(山澤而通氣)이며
天地定, 坎離抽.
천지가 정하여지니 감리(坎離)를 뽑고,
山澤通氣, 乾巽換, 後天返先天.
산택이 기를 소통하니 건손(乾巽)이 바뀌어 후천이 선천으로 돌아오니
後瘦返先肥, 無所不利也.
뒤에 마른 수척한 것이 앞의 살찐 것으로 돌아옴이다. 이롭지 않음이 없음이다.
象曰(상왈) 肥遯無不利(비돈무불리)는 無所疑也(무소의야)라.
형상을 말씀하시길, "풍부하게 은둔하여 불리함이 없다는 것은 의심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註)
象言上九, 無所不利.
상구의 불리함이 없는 형상을 말하였고,
艮化兌, 兌澤流長, 利益無所疑也.
간(艮)이 태(兌)가 되고, 태택(兌澤)은 길게 흐르니, 그 이익 됨이 의심할 바가 없음이다.
乾變坤, 坤德廣厚, 肥遯無所疑也.
건(乾)이 곤(坤)으로 변하여 곤(坤)의 덕이 넓고 두터워 살이 찐 은둔이니 의심할 바가 없으며,
修身觀爻, 悟道明理, 神而明之, 存乎其人耳.
효를 관찰하면서 몸을 닦아 이치에 밝아 도를 깨달아 신처럼 밝음이 그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나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일컫는 말을 불구대천(不俱戴天),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요불급(不要不急),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불요불굴(不撓不屈),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등에 쓰인다.
▶️ 惡(악할 악, 미워할 오)은 ❶형성문자로 悪(악)의 본자(本字), 僫(악, 오), 悪(악, 오)은 통자(通字), 恶(악, 오)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마음 심(心=忄;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亞(아, 악)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亞(아, 악)은 고대 중국의 집의 토대나 무덤을 위에서 본 모양으로, 나중에 곱사등이의 모양으로 잘 못보아 보기 흉하다, 나쁘다의 뜻에 쓰였다. ❷회의문자로 惡자는 '미워하다'나 '악하다', '나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惡자는 '악하다'라고 할 때는 '악'이라고 하지만 '미워하다'라고 말할 때는 '오'라고 발음을 한다. 惡자는 亞(버금 아)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亞자는 사면이 요새처럼 지어진 집을 그린 것이다. 惡자는 이렇게 사방이 꽉 막힌 집을 그린 亞자에 心자를 결합한 것으로 '갇혀있는 마음'이라는 의미에서 '악하다'를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惡(악할 악)은 (1)도덕적(道德的) 기준에 맞지 않는 의지(意志)나 나쁜 행위 (2)인간에게 해로운 자연 및 사회 현상. 부정(不正), 부패(腐敗), 병, 천재(天災), 또는 나쁜 제도나 풍속(風俗) 따위 (3)삼성(三性)의 하나. 남이나 자기에게 대하여, 현세(現世)나 내세(來世)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 올 성질을 지닌 바탕. 오악(五惡), 십악(十惡) 따위 등의 뜻으로 ①악하다 ②나쁘다 ③더럽다 ④추하다 ⑤못생기다 ⑥흉년 들다 ⑦병들다, 앓다 ⑧죄인을 형벌로써 죽이다 ⑨더러움, 추악(醜惡)함 ⑩똥, 대변(大便) ⑪병(病), 질병(疾病) ⑫재난(災難), 화액 ⑬잘못, 바르지 아니한 일 ⑭악인, 나쁜 사람 ⑮위세(位勢), 권위(權威) 그리고 ⓐ미워하다(오) ⓑ헐뜯다(오) ⒞부끄러워하다(오) ⓓ기피하다(오) ⓔ두려워하다(오) ⓕ불길하다(오) ⓖ불화하다(오) ⓗ비방하다(오) ⓘ싫어하다(오) ⓙ어찌(오) ⓚ어찌하여(오) ⓛ어느(오) ⓜ어디(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흉할 흉(凶), 사특할 특(慝),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착할 선(善)이다. 용례로는 나쁘게 됨을 악화(惡化), 나쁘게 이용함을 악용(惡用), 불쾌한 냄새를 악취(惡臭), 남이 못 되도록 하는 나쁜 말을 악담(惡談), 나쁜 버릇을 악습(惡習), 무섭거나 기괴하거나 불길한 꿈을 악몽(惡夢), 몸에 열이 나면서 오슬오슬 춥고 괴로운 증세를 오한(惡寒), 가슴속이 불쾌하면서 울렁거리고 토할듯 한 기분을 오심(惡心), 오한을 수반하지 아니하고 심하게 열이 나는 증세를 오열(惡熱), 바람을 쐬면 오슬오슬 추운 병을 오풍(惡風), 몹시 미워함을 증오(憎惡), 싫어하고 미워함을 협오(嫌惡), 좋지 못한 거친 옷과 맛없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변변치 못한 의식을 이르는 말을 악의악식(惡衣惡食), 어려운 싸움과 괴로운 다툼이라는 뜻으로 강력한 적을 만나 괴로운 싸움을 함 또는 곤란한 상태에서 괴로워하면서도 노력을 계속함을 이르는 말을 악전고투(惡戰苦鬪), 나쁜 나무는 그늘이 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좋지 못한 사람에게서는 바랄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악목불음(惡木不蔭), 더워도 나쁜 나무 그늘에서는 쉬지 않으며 목이 말라도 도란 나쁜 이름이 붙은 샘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곤란해도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음의 비유하는 말을 악목도천(惡木盜泉), 나쁜 입과 잡된 말이라는 뜻으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온갖 욕을 함을 이르는 말을 악구잡언(惡口雜言), 죄 지은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았다는 뜻으로 나쁜 짓을 한 사람과 함께 있다가 죄 없이 벌을 받게 된다는 말을 악방봉뢰(惡傍逢雷), 악처는 남편의 일생을 망칠 뿐 아니라, 가정의 평화를 파괴하고 자손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침을 이르는 말을 악부파가(惡婦破家), 나쁜 짓이나 못된 소문은 금세 세상에 퍼진다는 말을 악사천리(惡事千里), 좋지 못한 얼굴빛으로 서로 대함을 일컫는 말을 악안상대(惡顔相對), 남을 헐뜯는 나쁜 말을 하기 쉬움을 일컫는 말을 악어이시(惡語易施), 못된 소리로 서로 꾸짖는 짓을 일컫는 말을 악언상가(惡言相加), 못된 소리로 서로 다툼을 일컫는 말을 악언상대(惡言相待), 비길 데 없이 악독하고 도리에 어긋남을 이르는 말을 악역무도(惡逆無道), 악질 노릇을 하여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악질분자(惡質分子), 좋은 결과를 얻는 일을 방해하는 사악한 지식을 일컫는 말을 악지악각(惡知惡覺), 악한 원인에서 악한 결과가 생긴다는 뜻으로 악한 일을 하면 반드시 앙갚음이 되돌아온다는 말을 악인악과(惡因惡果), 오한이 나고 머리가 아픈 증세를 일컫는 말을 오한두통(惡寒頭痛), 사람은 미워 하더라도 그 사람의 착한 점만은 버리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오불거선(惡不去善) 등에 쓰인다.
▶️ 而(말 이을 이, 능히 능)는 ❶상형문자로 턱 수염의 모양으로, 구레나룻 즉,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말한다. 음(音)을 빌어 어조사로도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而자는 '말을 잇다'나 '자네', '~로서'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而자의 갑골문을 보면 턱 아래에 길게 드리워진 수염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而자는 본래 '턱수염'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지금의 而자는 '자네'나 '그대'처럼 인칭대명사로 쓰이거나 '~로써'나 '~하면서'와 같은 접속사로 가차(假借)되어 있다. 하지만 而자가 부수 역할을 할 때는 여전히 '턱수염'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而(이, 능)는 ①말을 잇다 ②같다 ③너, 자네, 그대 ④구레나룻(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 ⑤만약(萬若), 만일 ⑥뿐, 따름 ⑦그리고 ⑧~로서, ~에 ⑨~하면서 ⑩그러나, 그런데도, 그리고 ⓐ능(能)히(능) ⓑ재능(才能), 능력(能力)(능)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30세를 일컬는 말을 이립(而立), 이제 와서를 일컫는 말을 이금(而今), 지금부터를 일컫는 말을 이후(而後), 그러나 또는 그러고 나서를 이르는 말을 연이(然而), 이로부터 앞으로 차후라는 말을 이금이후(而今以後), 온화한 낯빛을 이르는 말을 이강지색(而康之色), 목이 말라야 비로소 샘을 판다는 뜻으로 미리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일이 지나간 뒤에는 아무리 서둘러 봐도 아무 소용이 없음 또는 자기가 급해야 서둘러서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을 갈이천정(渴而穿井),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듯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아주 다른 것을 이르는 말을 사이비(似而非), 공경하되 가까이하지는 아니함 또는 겉으로는 공경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꺼리어 멀리함을 이르는 말을 경이원지(敬而遠之), 뾰족한 송곳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는 뜻으로 뛰어나고 훌륭한 재능이 밖으로 드러남을 이르는 말을 영탈이출(穎脫而出), 서른 살이 되어 자립한다는 뜻으로 학문이나 견식이 일가를 이루어 도덕 상으로 흔들리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삼십이립(三十而立), 베개를 높이 하고 누웠다는 뜻으로 마음을 편안히 하고 잠잘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고침이와(高枕而臥), 형체를 초월한 영역에 관한 과학이라는 뜻으로 철학을 일컫는 말을 형이상학(形而上學), 성인의 덕이 커서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유능한 인재를 얻어 천하가 저절로 잘 다스려짐을 이르는 말을 무위이치(無爲而治) 등에 쓰인다.
▶️ 嚴(엄할 엄)은 ❶형성문자로 厳(엄)의 본자(本字), 吅(엄)은 통자(通字), 严(엄)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敢(감; 억지로 무엇인가 하다, 엄하다), 민엄호(厂; 굴바위, 언덕)部로 이루어진 (엄)은 험한 산봉우리, 吅(훤)은 바위가 널린 모양, 바위가 많이 널린 험한 산, 엄하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嚴자는 '엄하다'나 '혹독하다', '지독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嚴자는 敢(감히 감)자와 厂(기슭 엄)자,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敢자는 호랑이 꼬리를 붙잡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감히'나 '함부로'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기세가 당당한 모습을 그린 敢자에 口자가 더해진 嚴자는 기세가 대단한 사람이 말을 내뱉는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참고로 기슭을 뜻하는 厂자는 단지 발음요소일 뿐 의미는 전달하지 않는다. 그래서 嚴(엄)은 (1)나라의 큰 의식(儀式)이나 행사(行事)에 임금이 거동(擧動)할 때 궁중(宮中)에서 이에 참예하는 여러 관원(官員)에게 준비를 서둘도록 알리기 위하여 세 차례 치던 북소리. 초엄(初嚴), 이엄(二嚴), 삼엄(三嚴)이 있었음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엄(嚴)하다(매우 철저하고 바르다) ②혹독(酷毒)하다 ③엄격하다 ④엄밀하다 ⑤지독(至毒)하다 ⑥빈틈없다 ⑦심(甚)하다(정도가 지나치다) ⑧급(急)하다, 절박(切迫)하다 ⑨존경(尊敬)하다 ⑩엄숙(嚴肅)하다 ⑪모질다 ⑫계엄(戒嚴), 경비(警備) ⑬아버지, 부친(父親)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매우 엄하여 잘못이나 속임수 따위를 허용하지 않음을 엄격(嚴格), 엄하고 바름을 엄정(嚴正), 몹시 엄함으로 용서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함을 엄중(嚴重), 장엄하고 정숙함 또는 위엄 있고 정중함을 엄숙(嚴肅), 굳게 지켜야 할 비밀 또는 매우 세밀함을 엄밀(嚴密), 엄하게 벌을 줌을 엄벌(嚴罰), 매우 엄격하고 모짊을 엄혹(嚴酷), 엄연하게 존재함을 엄존(嚴存), 엄하게 가려 냄을 엄선(嚴選), 엄중히 처단함을 엄단(嚴斷), 절대로 못 하도록 금함을 엄금(嚴禁),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엄동(嚴冬), 엄하게 정돈함을 엄정(嚴整), 엄한 명령을 엄명(嚴命), 엄하게 길러 주는 어버이라는 뜻으로 남에게 자기의 아버지를 일컫는 말을 엄군(嚴君), 또는 엄친(嚴親), 엄한 아버지를 엄부(嚴父), 돌아가신 아버지를 선엄(先嚴), 위광이 있어 엄숙함을 위엄(威嚴), 매우 엄격함을 준엄(峻嚴), 무서우리 만큼 질서가 바르고 엄숙함을 삼엄(森嚴), 남에게 자기의 아버지를 이르는 말을 가엄(家嚴), 규모가 크고 엄숙함을 장엄(莊嚴), 높고 엄숙함을 존엄(尊嚴), 냉정하고 엄격함을 냉엄(冷嚴), 조심성 있고 엄숙함을 긍엄(矜嚴), 조심성 있고 엄밀함을 근엄(謹嚴), 눈 내리는 깊은 겨울의 심한 추위라는 말을 엄동설한(嚴冬雪寒), 엄하게 벌을 주어 범죄를 밝혀 낸다는 말을 엄형득정(嚴刑得情), 아내의 주장 밑에서 쥐여 사는 남편을 조롱하는 말을 엄처시하(嚴妻侍下),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뜻으로 아버지는 자식을 엄하게 다루고 어머니는 자식을 깊은 사랑으로 보살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엄부자모(嚴父慈母), 스승이 엄하면 자연히 가르치는 道도 존엄해짐을 이르는 말을 사엄도존(師嚴道尊)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