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fmkorea.com/7121720686
주의: 가능한 한 배경지식 없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썼으니 내용이 좀 길지만 차근차근 스크롤을 내리기를 권합니다.
0. 개인적인 잡소리.
대학생 고학년이나 졸업자들에게 가장 어려웠던 과목을 꼽으라고 한다면 전부 대답이 다르겠지만,
제 경우는 수학과의 일반위상수학이었답니다.
일반적으로 어려운 과목이라하면 외울게 많거나, 계산이 더럽거나, 과제가 많거나, 논리전개를 따라가기 힘들거나 하는 식인데,
제가 일반위상수학을 처음 접할때부터 든 생각은
- 이 과목에서는 대체 뭘 하려는 것인가
- 나는 지금 이해를 하고있는 것인가 아닌 것인가
이런 것들이었네요.
일반위상수학이라는 과목은 초반부터 아주 추상적인 개념들이 계속 튀어나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게 됩니다.
0. 열린구간과 닫힌구간
2015년도 기준, 고등학교 수학2에서 배우는 내용중에 '열린구간', '닫힌구간'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주어진 구간의 양 끝점을 포함하느냐/아니냐라는 것인데, 그림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구간의 양 끝점을 포함하지 않으면 열린구간, 포함하면 닫힌구간입니다.
수학 2에서는 닫힌구간에서만 중간값정리가 성립한다든가 하는 정도로 이용하지만,
사실 수학에서 열림/닫힘 개념은 알고보면 훨씬 중요합니다.
1. 열린집합과 닫힌집합
'열려있다', '닫혀있다'라는 개념은 수직선 위의 구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집합에 대해서 정의할 수 있어요.
예를들면 2차원 이상의 공간에 있는 집합에도 자연스럽게 정의될 수 있지요.
이제는 '가장자리의 점들을 포함하지 않으면 열린 집합이다' 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닫힌 집합도 마찬가지로 '가장자리의 점을 모두 포함하면 닫힌 집합이다'로 정의하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혹은 열린집합의 여집합을 닫힌집합으로 정의할 수도 있답니다.)
여기까지는 아직 직관적이고 쉽습니다.
2. 열린 집합의 세가지 성질
일반적으로 열린집합은 세가지 성질을 가집니다.
그림으로 보면 명확해집니다.
세가지 경우 모두 '가장자리 점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정의를 잘 만족하는 걸 알 수 있지요.
3. '거리' 개념의 등장
갑자기 거리얘기가 나온다고 당황하지 말고 계속 따라오세요.
앞쪽에서 집합의 열림/닫힘은 가장자리의 점들을 포함하느냐/아니냐로 정의할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여기서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점이 가장자리에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정하지?
1차원 구간이었다면 양끝점인 최댓값/최솟값인지를 따지면 되지만, 다른 공간에서는요?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은 있습니다.
어떤 점의 '근방'에 집합에 포함되는 점과 포함되지 않는 점이 둘 다 들어있으면 가장자리이다.
말로하니까 더럽지만 그림으로 보면 확실해집니다. 주어진 점 근처에서 회색과 흰색이 둘다 들어있으면 가장자리라는 얘기예요.
여기서 주어진 점의 '근방', 그러니까 기준점에서 가까운 점들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깝다는 개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두 점사이의 거리가 반드시 정의되어야 하니,
거리의 개념이 생뚱맞게 나온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4. 중간 요약
여태까지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주어진 공간에서 거리가 정의되면, 열린(닫힌)집합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열린집합의 성질 세가지도 확인할 수 있고, 열린집합/닫힌집합에서 성립하는 다양한 수학적 성질들에 대해 연구도 할 수 있지요.
(닫힌구간에서만 성립하는 최대최소의 정리가 좋은 예시지요.)
5. 발상의 전환
이쯤에서 나오는 수학자, 펠릭스 하우스도르프.
하우스도르프는 위상공간을 수학적으로 정의내린 사람인데, 위상수학을 공부하면 무조건 듣게 되는 이름입니다.
다양체를 개념을 정의할때 반드시 하우스도르프 공간이 등장하거든요.
다시 한번 열린집합의 세가지 성질을 생각해봅시다.
-성질 1. 공집합과 전체집합은 열린집합이다.
-성질 2. 열린집합의 (임의의 숫자만큼) 합집합은 열린집합니다.
-성질 3. 두 열린집합의 교집합은 열린집합니다.
잘 보세요. 세 가지 성질에 거리의 개념이 등장하거나 필요한가요?
공집합, 전체집합, 합집합. 교집합에는 거리 개념이 필요없습니다.
여기서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습니다.
세가지 성질을 열린집합의 정의라고 해두면 거리개념이 필요없겠구나!
그러니까 주어진 공간에서 세가지 성질을 만족하는 집합들의 목록을 '적당히' 만들어서 열린집합이라고 부르겠다는 것.
세가지 성질만 만족하면 되니까 같은 공간이라도 열린집합의 목록을 만드는 방법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아무리봐도 사기당한 느낌이 들지만, 놀랍게도 이따위로 열린(닫힌)집합을 정의해도 수학적으로 잘 굴러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출발한 수학이 바로 위상수학이랍니다.
주어진 공간에 대해 만든 열린집합들의 목록을 '위상'이라고 부르고,
(주어진 공간에 대해서 열린집합을 만드는 규칙이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위상이 주어진 공간을 위상공간이라고 불러요.
6. 왜 이런 지랄을 하는가?
거리를 사용하지 않고 열린집합, 위상공간을 정의하는 것이 그냥 지랄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학적으로는 많은 장점이 있답니다.
첫번째는, 거리와는 무관한 성질을 찾을 수 있다.
거리의 개념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거리에 상관없이, 혹은 늘이고 줄이는 변형에 상관없는 성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도넛과 컵이 위상동형이라는 이야기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단순히 늘이고 줄이는 것은 위상과 무관한 성질이거든요.
이런 위상적인 성질들은, 대수학이나 기하학을 포함한 온갖 분야에 이용된답니다.
두번째로, 거리를 정의하지 않은 집합에 대해 일반화할 수 있다.
1차원이나 n차원 좌표공간같은 경우에는 거리를 직관적으로 정의할 수 있지만,
거리를 자연스럽게 정의할 수 없는 집합에도 열린집합, 닫힌집합을 이용해 다룰 수 있어요.
예를 들자면, 위상수학의 개념을 이용하여 거리도, 대소관계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연속함수를 정의하는 것이 가능하답니다.
7. 요약
위상수학 수업 첫시간에는 거리를 정의하지 않고 열린집합을 정의한다.
이번 글은 3줄요약을 쓰려니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어서 안썼습니다.
여기서 내용을 더 요약하면 어차피 못알아먹음
뭐라카는지 칷 댓펌
궁금한게 이게 우리 실생활 어느부분에 연결되는거야?
그래프이론같은거 컴퓨터공학에 나오는걸로 알아요 (컴공 잘 모름)
거리개념 없이 그래프의 점들간의 연결을 따지니까 위상학적 개념이 필요해요
이 글에 나온건 일반위상수학이라고 너무 일반적인 경우를 다루거든요(집합놀음이니까)
그래서 미분다양체, 대수위상.. 같은식으로 다른 분야와 접목된 개념이 더 유용하게 쓰일거예요
심지어 정수론이랑 결합하기도 하는데 도대체 뭐 어떻게 가능한건지 모르겠음
위상수학의 컴공쪽 모티베이션이라면 예를 들면 universal approximation theorem이라든가 하는 머신러닝의 이론적 기초들의 도화지를 제공해줌.
Universal approximation theorem은; 러프하게 말하면 ”노드를 겹쳐 구성한 뉴럴 네트워크라는 함수가 임의의 연속 함수를 얼마나 잘 근사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임.
알고 싶은 값을 정확히 구하기 힘든 경우에 우리는 그것을 “극한으로 가면 그 값에 근사하는 예쁜 함수들”로 그 값을 근사하고 싶어하는데, 그 근사를 제공하는 충분히 예쁜 수학적 집합을 compact하다고 부름.
실수 공간에서는 닫힌 유계boundness 집합이 compact한데, 쉽게 말하면 모든 극한점들을 자기 스스로 포함하는 집합이므로, 극한에 의한 근사를 reasonable하게 만듬.
위상수학에 대한 컴공 혹은 실해석, 머신러닝의 모티베이션은 위처럼 “알기 힘든 값을 쉬운 함수들의 극한값으로 근사하고 싶은데, 그런 극한값들이 존재한다는 수학적 공간을 어떻게 정의해야할까?“에서 온다고 보면 됨.
첫댓글 와 ㅠ
진~~~~~짜 기초적인거임ㅋㅋㅋㅋ
완전 시작에있는내용ㅋㅋ
일단... 여기까지는 어떻게 이해 해 본 것 같기도 해........... 아마......... 이해 한 것 같아......
위상 진짜 내가 이걸 공부했었구나 지금은 1도 기억안남
위상에서만 다루는게아니라 모든 수학전공에서 열린집합 닫힌집합은 짚고 넘어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