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공천 혁신 서약식’을 마치고 악수하며 퇴장하고 있다. photo 뉴스1
이재명 정권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여풍(與風) 속에서 6·3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이 제1야당임이 무색할 정도로 ‘후보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의 경우 2022년 제8회 지선에서 서울시장은 물론 25개 자치구 중 70%에 달하는 17명(직상실 1명, 자진사퇴 1명, 탈당 1명 포함)의 구청장을 배출하며 압승했지만, 올해 6월 치러질 제9회 지선은 이른바 ‘강남 3구’와 용산구에만 후보 경쟁이 몰리는 등 기초자치단체 중심 ‘보수 텃밭’ 수성에만 급급한 분위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3월 12일 오후 3시 기준 서울시 25개 자치구 구청장 선거 예비후보로 90명이 등록했다. 이 중 더불어민주당 53명, 국민의힘 32명, 진보당 2명, 개혁신당 1명, 노동당 1명, 무소속 1명이다. 국민의힘에선 강남구(10명), 용산구(5명), 송파구(4명)에 과반인 19명이 몰렸다. 예비후보로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당내 공천 심사를 받은 출마 희망자까지 포함하면 쏠림세는 더욱 크다. 특히 국민의힘은 경쟁력 있는 현역 서울시장이 스스로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 시장이 승부수를 던진 건 25개 자치구 기초단체장 선거의 위기감도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구청장 후보, 강남 15명·송파 7명 몰려
국민의힘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8일까지 6·3 지방선거 전국 광역·기초단체장 공천 신청을 접수했다. 이어 3월 10~13일 광역단체장 후보자(38명) 및 인구 50만 이상 특례시·대도시 기초단체장 후보자(94명)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 특히 서울 자치구 구청장 후보로 강남구 15명, 강동구 1명, 강서구 3명, 관악구 2명, 송파구 7명이 신청하는 등 강남 3구 쏠림세가 두드러졌다. 강남구는 현역 조성명(69) 구청장이 무려 14명의 경쟁자와 맞붙었다. 송파구 역시 현역 서강석(69) 구청장에 6명의 경쟁자가 도전장을 냈다. 강남·송파구에 각각 비공개 예비후보 1명도 포함됐는데, 특히 송파의 경우 이성배(50·송파구 제4선거구)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른바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에서 제명될 당시 친한계를 중심으로 이에 반발하는 ‘서울시당 당협위원장 21인 성명서’와 ‘서울시의원 31인 성명서’ 등이 쏟아졌는데, 각 성명서는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이자 송파을 당협위원장인 배현진 의원과 배 의원 지역구 담당 이성배 시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시의원이 ‘총대’를 메고 먼저 성명을 낸 당협위원장 21인의 지역구 내 시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추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도록 진두지휘했다는 것이다. 지역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배 의원이 당원권 1년 정지 중징계에 대한 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으로 직무에 복귀하면서 장동혁 지도부와 다시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이라며 “배 의원과 박정훈 의원 등 송파구 친한계를 중심으로 차기 구청장 후보로 이 시의원을 밀고 있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장동혁 대표 체제의 공관위 판단이 변수다. 국민의힘은 최근 당헌·당규를 개정하고 인구 50만명 이상 주요 특례시·대도시 기초단체장 후보는 중앙당 공관위에서 일률적으로 공천하도록 했다. 각 시·도당 공관위가 기초단체장 선거를 위해 경선 또는 공천을 할 수 있고, 특히 각 지역 당협위원장(지역구 국회의원 포함)이 시·군·구 기초단체장과 의원 공천에 행사하는 절대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면에는 장동혁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친한계 등을 견제하고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野 현역 자치구도 선뜻 도전자 없어
국민의힘은 나머지 서울 구청장 후보 공천을 순차적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강남 3구 중 서초구에선 전성수(65) 구청장이 재선에 도전하고 최호정(59·서초구 제4선거구) 서울시의회 의장 등이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전 구청장이 단수 후보로 전략공천을 받으면서 컷오프(공천 배제)됐던 황인식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사무총장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영입 제안을 수락하고 당적을 옮겨 탈환에 나선다.
강남 3구 외에도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하거나 여야가 박빙인 ‘한강벨트’ 중 동작구, 마포구, 용산구 등도 차기 구청장 자리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 ‘물갈이 공천’ 분위기 속에서 물밑 경쟁이 한창이다. 동작구는 현역 박일하(63) 구청장이 재선에 도전할 예정인 가운데, 나경원 의원실 보좌관 출신인 김정태(51) 전 충북대병원 상임감사가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맞섰다.
마포구는 현역 박강수(67) 구청장이 이해충돌 논란으로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아 재선 도전 길이 막힐 뻔했지만, 이달 12일 최고위원회가 징계 효력을 정지하기로 뒤집으면서 출마가 가능해졌다. 용산구의 경우 배 의원 복귀 이후 국민의힘 서울시당이 ‘이태원 참사’ 여파로 탈당한 현역 박희영(65) 구청장의 복당을 불허했다. 박 구청장은 국민의힘 중앙당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무주공산’이 된 용산구청장 예비후보로 현재까지 5명이 몰렸다. 영등포구는 최호권(64) 구청장이 재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현재 최웅식(64) 전 서울시의원이 대결에 나섰다.
한편 현역 구청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서울 종로구(정문헌), 중구(김길성), 광진구(김경호), 동대문구(이필형), 도봉구(오언석), 서대문구(이성헌), 마포구(박강수), 양천구(이기재), 강동구(이수희)는 같은 당 경쟁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몇몇 지역에서는 예비후보자 등록 시 납부해야 하는 후보자 기탁금의 20%(시장·구청장 선거 200만원) 중 일부를 지원해준다고 해도 선뜻 나서는 인물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장 후보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 열세 지역은 선거에서 이기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패색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박용찬 국민의힘 서울 영등포구을 당협위원장은 “서울시장은 광역단체장으로서 정책 권한이 막강해 개별 자치구 구청장과 합이 맞을 때 시너지가 난다는 걸 주민들도 알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가 누구인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와 당을 위해서 희생한다는 각오로 출마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래야 경합지나 불리한 지역에서도 구청장 당선에 기여할 수 있고, 나아가 안정적인 시정을 위한 시의원 과반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표의 결집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고 결국 선거 일주일 전 예상치 못한 정치와 경제 상황이 결과를 좌우하더라”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고, 보수진영에 우호적인 성향의 20~30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얼마만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