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긱=김원 기자]
0.4초는 인간이 눈을 깜빡일 때 걸리는 시간이다.
그리고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포수의 미트에 꽂히는데 걸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타자가 시속 150km의 공을 명확히 인지하고 정타로 연결 해내는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김무관 9단, 김용달 9단, 황병일 9단은 수 십년 간 그 불가능을 가르쳐왔다.
그들이 가르친 타자들은 전설이 됐고, 사람들은 세 사람을 ‘3대 타격 코치’라고 말한다.
2014년, 나란히 2군 감독에 선임되어 선수 육성에 전념하게 될 세 사람을 베이스볼긱이 만나, 타격과 2군에 대해 물었다.
김무관 LG 2군 감독이 경기전 배팅게이지 앞에서 김용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김무관(59) LG 2군 감독은 이대호(32·소프트뱅크)를 키운 타격코치로 유명하다.
이대호는 그를 아버지처럼 따른다.
이대호가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인사이드앤아웃 스윙을 바탕으로 한 '검객타법'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김무관 감독이 평소 이상적으로 생각해온 타격이론에 가장 근접해 있다.
김 감독의 선수 생활은 화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 배운 인내와 기본기를 제자들에게 가감없이 전수해주고 있다.
그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은 하나 같이 그에 대해 '열려있다'고 말한다.
그는 열린 마음과 진심으로 선수들을 대한다.
어린 제자들과도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지도자다.
올해부터는 LG 2군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LG 미래들을 지도하게 됐다.
3대 타격 코치의 맏형인 그를 만났다.
김무관 "개성에 맞게 장점 극대화해야"-3대 타격 코치①
- 특정 투수한테 항상 약한 타자, 특정 투수에게 강한 타자.이러한 천적관계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호가 (정)대현(36∙롯데)만 나오면 ‘정말 못 치겠더라’ 이런다. 스윙 궤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투수와 궤도가 맞을 수는 없다. 그런게 쌓이다보면 나중에는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가는 일이 생긴다.
타석에선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천적 관계가 형성되는게 아닌가 싶다."
- 좋은 배트를 고르는 방법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물푸레 나무가 좋았다. 배트를 보면서 나무의 결까지 꼼꼼히 체크를 하면서 골랐다.
요즘에는 배트가 워낙 잘 만들어져서 나오기 때문에 특별한 비법은 없다.
비싼게 좋은거다.
그래도 자신에게 맞는 배트가 필요하다.
양영동(31∙LG) 같은 선수는 아무리 좋은 배트를 쳐도 70미터를 넘기기 힘들다.
그래서 영동이한테는 일부러 반발력이 떨어지는 배트를 쓰라고 권한다.
그래야 외야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라도 칠 수 있지 않겠나.(웃음)"
- 타자 이대호, 추신수, 박병호를 비교해 본다면.
"셋 다 하체를 이용한 회전타법을 쓴다. 세 선수를 보면 상체가 뒤로 쳐져 있으면서 몸 전체가 사람인(人)자를 그린다.
추신수의 경우 전형적인 홈런타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손목 힘이 워낙 좋기 때문에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다.
또 타격을 할 때 움직임이 전혀 없다.
몸이 앞으로 나가지 않고 부동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완벽한 타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박병호는 물론 배워나가는 선수다.
부족함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더 무섭다.
힘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스윙 매커니즘이 좋고, 밀어서도 곧잘 담장을 넘긴다.
또 박병호는 어떤 상황에서도 방망이를 잘 던져준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마크 맥과이어를 연상해봐라.
그 덕에 큰 타구가 많이 나온다.
폴로스로를 하면서 배를 앞으로 내밀어주는 동작을 하는데, 전형적으로 장거리타자의 모습이다.
그런 기술들을 잘 유지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대호는 덩치는 큰데 뒷 스윙이 굉장히 작은 편이다.
어깨에다 배트를 메고 있다가 손이 빠져나가는 동작이 짧다.
내가 '검객타법'이라는 말을 붙여줬는데 테이크백 동작이 거의 생략됐다고 보면 된다.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대호는 승부근성이 있었다.
그리고 내 타격 이론을 가장 정확하게 구현하는 선수다.”
- 김무관 · 김용달 · 황병일을 두고 ‘타격 3대 코치’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 나는 아직 배울게 많은 사람인데 이렇게 얘기해주니 영광스럽다.
아마도 프로야구 판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쌓고 나름대로 타격 이론을 만들어 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서로 다르다’를 떠나서 함께 언급된 두 코치 모두 좋은 코치라고 생각한다.
분명 서로 배울 점도 있다.
김용달 코치의 경우 자신의 이론을 책으로 정리했고, 많은 성과를 냈다.
같이 야구를 한건 아니지만 타격 이론에 있어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김용달 코치가 책을 쓰면서 (이)대호의 사례를 가져다 쓰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눠봤고, 비슷한 점이 있다는 걸 알게됐다.
황병일 코치는 사실 타격코치를 오래 하진 않았지만 선수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코치로 알고 있다.
나도 이대호, 최기문 등 좋은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런 성공 사례가 나오다보니 좋은 코치라는 평가를 받는게 아닌가 싶다.
물론 내가 선수를 지도하면서 성공하지 못한 선수도 많았다.
전부 다 키울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다행히 좋은 선수들을 많이 만났다.
선수들 또한 고맙게도 좋은 코치님을 만났다고 말을 한다.
(이)대호는 '아버님, 아버님' 하면서 잘 따른다. 제자들이 저렇게 잘해주니 그저 고맙기만 하다."
김기태 LG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무관 LG 2군 감독. |
- 타격이란 무엇인가.
"타격은 인내심이다. 그래서 기술을 익혀나가는데 있어서 코치들마다 강조하는게 다르지만, 비범한 것은 없다.
내가 평소 강조하는게 '평범이 곧 비범이다'라는 말이다.
기본기를 꾸준히 습득하고, 어느 정도까지 올려주면 그 다음에는 선수가 개발해 나가야한다.
모든 부분이 마찬가지지만 타격은 인내심을 가져야 잘 할 수 있다.
변수가 굉장히 많은게 타격이다.
비범해지기 위해서는 평범한 것을 꾸준히 해야한다. 정답은 없다.
선수마다 스윙이 조금씩 다르다. 잘치는 선수 중에는 폼이 이상한 선수도 많다.
또 기본기라는 것도 코치마다 다르다. 나는 운동장에서 가장 확률이 높을걸 하는게 기본이라고 본다.
선수들이 그 기본을 몸으로 습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