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의 '한일 여왕' 복식조는 지난 파이널 1차전 이후 줄곧 하락세였다. 김가영과 사카이 아야코(일본)는 5차전까지 4경기 연속 패배를 당했다.
상대방 SK렌터카의 강지은-히다 오리에(일본)도 프로당구(PBA)의 대표적인 '한일팀'. 이런 라이벌 간에 벌인 승부에서 패배가 이어지면 심리적으로 부담이 커서 털어버리기가 쉽지 않기 마련이다.
이번 우승 경쟁에서 4차전까지는 그럭저럭 2승 2패로 팽팽한 흐름으로 버텨왔던 하나카드가 지난 26일 오후 4시에 열린 5차전 승부에서 세트스코어 2-4의 패배를 당해 완전히 코너에 몰리게 된 것도 2세트 패배의 영향이 컸다.
5차전에서 만약 2세트를 이겼다면, 전반부 4세트까지 세트스코어 3-1로 앞설 수 있었다. 그런데 김가영과 사카이가 연패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세트스코어는 0-2가 됐고, 3세트와 4세트를 따내면서 겨우 2-2 동점을 만들었다가 5, 6세트를 내주고서 2-4로 패했다.
전날 하나카드는 4차전을 세트스코어 0-4의 참패를 당하며 밤늦게 경기장을 나왔다. 다음 날 5차전을 이기는 팀은 우승까지 1승만 남게 되기 때문에 4차전의 영봉패는 꽤 타격이 컸다. 그리고 5차전에서 다시 패하며 완전히 벼랑 끝에 서게 됐다.
1세트 남자복식전에서 SK렌터카의 강동궁-에디 레펀스(벨기에)가 파이널 전승 행진을 하고 있는 마당에 2세트마저 연패의 늪에서 빠지게 된 상황이 이처럼 하나카드를 파이널에서 어렵게 만들었다.
정규리그 5라운드 MVP에 오른 김가영과 이번 시즌 개인투어 2승을 올리며 최고의 활약 펼친 사카이 모두 우승트로피와 인연이 있지만, 이번 파이널만큼은 녹록지 않아 보였다.
문제는, 이날 밤 9시 30분에 열린 6차전 승부였다. 김가영-사카이가 6차전에서 만회하지 못하면 하나카드는 창단 첫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영영 놓치고 만다.
구단에서 전부 경기장에 나와 늦은 시각까지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는 마당에 6차전까지 패하면 2세트는 파이널에서 1승 5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마치게 된다.
2세트에서 김가영의 활약은 하나카드를 5라운드 우승으로 이끌어 포스트시즌 파이널로 인도했다. 김가영은 정규리그 3라운드부터 2세트에 출전하기 시작해 적응을 마친 5라운드에서는 독무대를 펼쳤다.
파이널에서 대결 중인 강지은-히다를 상대로는 5라운드 경기에서 퍼펙트큐까지 기록했다. 그것도 0:7의 패배 위기에서 한 번에 9점타를 터트려 9:7로 역전승을 거뒀다. 하나카드는 SK렌터카에 4라운드까지 모두 패했는데, 당시에도 2세트를 모두 진 것이 연패의 원인 중 하나였다.
김가영의 당시 5라운드 2세트 승리는 하나카드가 SK렌터카에 4연패를 당한 정규리그에서 세트스코어 4-3으로 유일하게 승리하는 기폭제가 됐다.
사카이는 여자복식전 출전이 4라운드 2일차에 웰컴저축은행전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처음이다 보니 적응에 시간이 걸렸다. 김가영과의 궁합도 썩 좋지 않았다.
정규리그 2세트 6경기에 김가영과 출전해 3승 3패를 거두는 동안 세 차례의 승리 모두 김가영이 혼자 9점을 치거나 7득점, 6득점 등을 올렸다. 준플레이오프에서 거둔 2승도 김가영이 두 경기 모두 7점씩 득점했다.
그러다가 플레이오프 들어 김가영이 다소 주춤하면서 사카이가 NH농협카드를 상대로 2차전부터 4차전까지 3연승을 달리는 데 주축 역할을 했다. 2차전에서는 2세트에 5득점, 3차전은 7득점을 올렸고, 4차전도 4점을 쳐 NH농협카드에 3연승을 거뒀다.
하나카드가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NH농협카드를 꺾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2차전부터 4차전까지 1세트와 2세트를 모두 이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이널에서 만난 SK렌터카와의 승부는 1, 2세트가 무너졌고, 후반부 세트에서 승리를 거둬 버텼지만, 막판 승부에서는 다시 추락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다행히 6차전에서 김가영이 살아나 혼자 8점을 치며 또 한 번 원맨쇼를 했다. 간만에 1세트를 이겼는데, 2세트까지 승리를 거두면서 하나카드는 플레이오프 때의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막다른 길에 다다랐던 하나카드는 6차전을 4-1로 가볍게 승리하고 승부를 최종전으로 옮겨갔다.
7차전 역시 승부처는 1, 2세트 승부다. 1세트와 2세트를 이기지 못한 팀은 우승트로피를 놓칠 확률이 높아진다.
이번 승부를 앞두고 김가영은 "별생각이 없다. 평소와 다름없이 준비했던 만큼만 하겠다. 잘하려고 욕심내지 않고 해오던 대로 열심히 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사카이는 "우리 팀이 늘 그래왔듯 팀 모두가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거다. 그렇게 준비해야 한다. 내일이 정말 마지막 승부다. 한 큐도 미스 없이 플레이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라고 투지를 보였다.
'한일 여왕'들이 벌이는 마지막 승부에서 과연 어떤 결과가 이어질까. 시즌 챔피언을 가리는 최종 관문 7차전은 27일 오후 8시 30분에 시작된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출처 : 더빌리어즈 https://www.thebilliards.kr/news/articleView.html?idxno=24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