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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개의 시선 (If you were me)
감독 : 박 광수,박 진표,박 찬욱,여 균동,임 순례,정 재은
배우 : 백 종학, 동 효희, 지 진희, 변 정수, 김 수민, 정 애연, 전 하은, 김 세동, 임 순례(담임교사), 이 설희, 배 장수(영어교사), 김 문주, 박 찬욱, 찬드라 꾸마리 구릉
제작년도 : 2003년
제작국가 : 한국
개봉일 : 2003년 11월 14일
상영시간 : 110분
관람등급 : 12세 이상
화질 : AC3-5.1CH / 2CD
제공 : 이승준 [최신작]
러브시네마 한마디
줄거리
요즘, 심심하셨죠?
이제 우리랑 함께 가보시겠습니까?
첫 번째 여행: 실업고 3학년 여고생의 속마음 훔쳐보기
그녀의 무게 The 'Weight' of Her
/ 상영시간: 20분 / 출연: 이설희
여상에 다니는 선경은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얼굴도 그다지 예쁘지 않은 평범한 학생이다. 3학년이 시작되자 취업을 위해 몸매를 관리하라고 닥달하는 선생님들의 성화가 시작되고 학생들도 성형수술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한다. 선경은 쌍꺼풀 수술을 하거나 단식원에 가기를 원하지만 무심한 엄마는 선경의 청을 거절한다. 선경은 쌍꺼풀 수술을 하기 위해 고민 끝에 위험한 결단을 내리게 되는데...
두 번째 여행: 가까운 미래, 너무나 모범적인 아파트 구경하기
그 남자의 事情 The man with an Affair
/ 상영시간: 18분 / 출연: 백종학, 변정수, 전하은
시공간이 모호한 신도시의 주거형 아파트, 4각의 건축모형인 이 아파트는 가운데의 공간이 뚫려 있어 어디서든지 주민들의 행동거지가 한눈에 보이는 신개념의 공간이다. 이 아파트에는 최근, 가상의 성범죄 사이트 www.sexoffender.not에서 신상 공개된 남자 A모씨가 살고 있다. 이웃으로부터 심하게 왕따를 당하는 A모씨에게 유일한 관심을 갖는 이는 이웃의 오줌싸게 아이. 밤마다 이불에 오줌을 싸는 아이는 옷을 벗긴 채 소금을 받아오라는 엄마의 형벌을 받는다.
세 번째 여행: 하고 싶은 게 많은, 웃는 모습이 선한 청년과 거리산책하기...
대륙횡단 Crossing
감독: 여균동 / 상영시간: 14분 / 출연: 김문주
김문주라는 한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의 일상적인 사건, 감정, 기록을 열세편의 짧은 장면으로 구성한 영화. 취직을 위해 이력서에 넣을 사진을 찍으며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는 장면(이력서), 사랑하는 여자에게 차마 고백을 하지 못하는 장면(이 감정을 알아?), 외출하려고 힘겹게 나선 김문주씨가 집으로 들어가려는 줄 착각하고 도와주는 선의의 손길(18년만의 외출), 친구와 허심탄회하게 자신들의 처지를 털어놓으며 스스로 무력해진 이유를 더듬는 장면(친구), 장애인 이동투쟁으로 잡혀간 친구를 생각하며 스스로 홀로, 광화문네거리(대한민국에서 정치 사회의 중심지)를 무단으로 횡단하는 마지막 장면은 위의 모든 장면들을 아우르며 다시 한번 장애인의 조그만 외침을 마주하게 된다.
네 번째 여행: 교양있고 부유한 부모 밑에서, 총명하게 자라나는 아이만나기...
신비한 영어나라 Tongue Tie
감독: 박진표 / 상영시간: 12분
1999년 겨울. 서울에 있는 한 명문 영어유치원에서는 크리스마스 발표회가 한창이다. 여섯 살 종우는 부모들의 바램에 부응하듯 아주 멋지게 영어로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종우의 엄마는 어쩐지 만족스럽지가 않다. 종우의 영어 발음이 외국아이들에 비해 좀 떨어지는 것 같이 들린 것이다. 그로부터 3년 후 현재. 종우는 한 어린이치과 수술대위에 누워있다. 약간의 아픔이 따르겠지만 L발음과 R발음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과연 엄마의 생각대로 종우의 장밋빛 미래는 순탄하게 펼쳐질 것인가?
다섯 번째 여행: 쿨하게 잘생긴 남자와 미스 코리아보다 이쁜 아가씨와의 데이트...
얼굴값 Face Value
감독: 박광수 / 상영시간: 12분 / 출연: 지진희, 정애연
너무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그렇기 때문에 '문제'라고 여겨지지도 않는 하찮은 사건으로 '차별'에 접근한 영화. 서울의 한 병원에 위치한 장례식장의 주차장. 주차 매표 요원인 여자와 주차를 하기 위한 운전자 사이에서 시비가 붙는다. 이 여자의 직업이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남자의 생각에서 출발한 하찮은 실랑이는 결국은 '얼굴값 한다'는 수준으로까지 이어진다. 한편, 실랑이가 끝날 무렵, 영구행렬이 지나가는 차의 영정, 스치듯 내뱉는 남자의 한마디. '죽기엔 아까운 얼굴이야!'
여섯 번째: 평화와 사랑이 끝나지 않는 곳, 네팔로의 여행...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Never Ending Peace And Love
감독: 박찬욱 / 상영시간: 28분 / 출연: 찬드라
1999년, 서울의 한 섬유공장에서 보조 미싱사로 일하던 네팔 노동자 찬드라 구룽은 공장 근처 식당에서 라면을 시켜 먹는다. 뒤늦게 지갑이 없는 사실을 안 찬드라는 계산을 하지 못하고, 식당 주인은 그를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은 한국어를 더듬는 찬드라를 행려병자로 취급해, 결국 6년 4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찬드라의 시점으로 90% 이상 촬영된 이 영화는 정신병원 의사, 간호사, 경찰, 같이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 등 실제인물과 실제인물 같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정신병원 수감 후 현재는 네팔로 돌아가 있는 찬드라를 직접 만나 촬영한 엔딩이 인상적이다.
영화해설
1. <그녀의 무게> & 임순례 감독
임순례 감독님의 <그녀의 무게>는 프리 프러덕션(pre production)부터 함께 할 수 있었던 영화라 남다른 애착인 간다. 심지어 '몸매를 강조하는 담임 선생님'으로 캐스팅되어 배우로 입봉하는 영광까지 누렸으니... 촬영 전날 내내 대사를 외우며 가슴 설렜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두 번 만에 오케이 싸인을 받았다.(그러나 사실은 어차피 뒷모습만 잡히고 후시녹음하면 되니까, 필름이 아까워서 그랬다는 후문.) 까메오계의 MVP 배장수 기자 역시 영어교사로 출연하는데 연기자 이상의 연기력에, 매 테이크마다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명성엔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영화는 주요 공간인 여자 상업고등학교를 비롯해 룸싸롱, 노래방, 카페, 편의점, 주유소, 길거리 등 자잘한 로케들이 꽤나 많다. 보통의 영화들은 장소 사용료를 내고 장소를 허가받지만 이 영화는 예산이 '빡빡한' 탓에 게릴라 전 치르듯이 쫒겨 다니며 촬영해야 했다. 촬영 쫑파티에서 감독님께 앞선 여섯 편의 영화 중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하자, 감독님은 최근 내가 프로듀싱한 <미소>에 비하면 정말 가뿐하게 찍은 거다. 해병대 제대한 사람이 방위 훈련받은 기분이라며 실감나는 비유를 하셨다. <그녀의 무게>는 촬영 내내 폭소가 터질 만큼 재미있는 영화다. 그런데 신기한 건 나도 모르게 눈에 고이는 눈물. 너무 웃어서 고인 것인지, 아니면...감독님께 말을 건넨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도 그렇던데 감독님 영화는 웃기긴 웃긴데 왜 슬픈 걸까요?감독님은 그저 웃으실 뿐이다.
2. <그 남자의 사정>& 정재은 감독
<그 남자...> 팀은 정재은 감독과 김병서 촬영감독을 비롯해 다들 조용히 움직이는 듯하면서 엄청난 성과를 이뤄내곤 하는 참 신기한 팀이다. 영화의 주 촬영공간인 일산의 한 아파트는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아냈을까?싶을 정도로 공간감이 뚜렷한 보기 드문 장소. 촬영을 위해 연출부와 제작부가 일주일 내내 5백 세대가 넘는 집들을 가가호호 방문해 촬영동의서에 싸인을 받았다는 일화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이 영화는 인권위원회측에서 우려를 표명했을 만큼 파격적인 주제였다. 바로 '성범죄자의 인터넷 신상공개'를 소재로 하기에 '성범죄자의 인권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어느 정도 담고 있기 때문.. 시나리오 과정 내내 한발 물러서 있는 내 처지가 오히려 다행스러울 정도로 고뇌하는 감독이 안쓰러웠다. 캐스팅 과정에서도 난관이 컸는데 어떤 배우는 주제에 '사상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하기도. 마침내 백종학씨가 캐스팅을 수락하고 변정수씨가 아파트 주민으로 캐스팅 되면서 제작은 활기를 띠었다. 마침내 촬영, 너무나 예쁜 아역 연기자의 나이를 뛰어넘는 '열연'으로 현장에서도 '물건이다'는 소리가 새어나올 정도.
3.<대륙횡단>& 여균동 감독
인권위의 제안을 받은 직후, 이 영화에 관해 여균동 감독이 정한 행동강령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실제 장애인이 광화문 사거리를 무단횡단한다. 둘째, 픽션이 아니라 1인 시위 형식의 퍼포먼스다. 셋째, 메인 촬영 감독 외에 다큐멘터리 감독 등이 참여하여 디지털 카메라 10대를 동시에 설치해 '실제상황'을 촬영한다. 이 강령에 합의하고 촬영감독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김재홍 촬영감독은 드라마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왜 그리 위험한 실제상황에 연연하느냐며 집요하게 감독님을 설득했다. 감독님은 도덕적 딜레마에 빠졌다. 또 다른 고민이 무게를 실었다. '이 영화는 우리가 본 그들의 세상인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인가? 고민을 풀지 못한 채 노동자 출신의 정찬영씨, 장애인 극단 휠의 회원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위한 연대회의의 박경석 대표 등을 만나면서 취재 겸 캐스팅을 시작했다. 신기한 사실은 실제 장애인들은 무단횡단을 늘상 하는 일이기에 '그게 뭐 대수냐'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장애인들의 협조와 호응으로 영화는 가속도가 붙었다. 연출부가 장애인 야학의 MT를 촬영해온 화면에서 김문주를 발견, 캐스팅했고 감독님은 문주를 비롯한 스탭들과 10월 한 달간을 동고동락하면서 시나리오를 만들어갔다. 시종일관 드라마로 가자고 주장하던 김재홍 촬영감독의 의견을 반영하여 열두 개의 에피소드가 나열된 형식으로 가기로 최종 결정되었다. 애초 설정인 대륙횡단은 마지막 에피소드로 결정되었다.
11월 8일, 드디어 크랭크인. 총 3회에 걸친 빠듯한 일정에 순발력 있게 촬영은 진행되었다. 마지막 광화문 촬영, 스태디캠으로 시작하여 크레인에 올라타 광화문 한복판을 부감으로 잡으며 문주의 외로운 목발 무단 횡단을 찍는 클라이맥스. 물론 문주는 물론 전 스탭이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4번의 테이크 후에 감독님의 오케이 싸인이 내려지자 우리 스탭들은 문주를 얼싸안고 눈물을 훔쳐야 했다. <대륙횡단>에서 문주가 광화문을 횡단하다 경찰들에게 끌려나오는 장면은 감독님도 그렇겠지만, 나의 영화인생에 있어서 잊지 못할 명장면이다.
4. <신비한 영어나라>& 박진표 감독
영어 지상주의가 팽배한 한국사회에서 판단 결정권이 없는 어린 아이가 부모에 의해 설소대 수술을 받는 박진표 감독의 <신비한 영어나라>는 인권위로부터?이 영화가 과연 '차별'과 어떤 상관이 있느냐?'는 문제제기를 가장 많이 받은 작품이다. 결론은 차별이 아닌 '아동의 인권침해'를 그린 영화로 판명이 되었는데 '차별'과 '침해'의 차이에 대해 또 고민을 해야했다. '인권'이라는 게 막연하게 생각해서는 안되는 것임을 느끼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1월 5일 김포에 위치한 세트장, 이번 겨울 중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한다. 세트장이라 실내이지만, 촬영 중엔 난로를 꺼야 하기 때문에 정말이지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춥다. 영화를 만드는 중엔 유난히 모든 악재가 다 겹치는 날이 있다. 이 영화는 단 하루동안의 촬영인데도 모든 것이 순탄하지 않다. 촬영개시가 아침 7시인데, 저녁 7시가 되어도 세트 완공이 안 되었다. 더욱이 촬영장소가 CF 전용인 세트장이라 동시녹음이 고려되지 않은 곳인데다가 발전차의 전력 공급이 원할하지 않아 전기가 나가기 일쑤다. 한 컷의 길이가 3분 이상되는 롱테이크여서 NG가 나면 여간 곤란하지 않다. 간호사 역으로 출연하는 여자 연기자들은 실제 병원에 근무중인 간호사들이어서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데도 다음날 12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이 모든 시련을 넘어서 '그래도 영화는 무사히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 힘들기 짝이 없는 상황 속에 침착함을 잃지 않는 감독을 보며 영화감독이란 '정말 인간의 극한에 서야하는 직업이구나'를 새삼 느끼게 된다. 신문지상에서 익숙한 소재일 수는 있지만 이 영화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나는 열 번 이상의 시사를 거쳤지만 아직도 수술장면 만큼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5. <얼굴값>& 박광수 감독
<그들도 우리처럼>, <베를린 리포트>,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이재수의 난> 등 사회파 감독으로 정평이 나있는 박광수 감독님은 첫 만남부터 나 스스로를 겸허하게 만든다. 촬영현장도 무척 절도 있는 분위기다. 연출부를 비롯한 모든 스탭들이 사소한 일에도 진지한 표정을 잃지 않는 열혈 젊은이들이다. 박광수 감독님이 <방아쇠>의 준비로 인해 11월말에야 합류하시게 된 탓에 12월 안에 촬영을 끝낸다는 의지로 초스피드, 초강행군의 진행을 보였다. 특이하게도 감독님은 매 컷마다 15회 이상의 테이크를 가신다. 촬영장에서 마땅히 할 일이 없는 내가 안 되어 보였는지 감독님은 소복을 입으라고 주문하시더니 장례식장 분위기를 연출하는 일명 점 연기를 지시했다. 한 3일간을 소복을 입고 대기하는데, 감독님의 아무런 연기 디렉션이 없는 거다. 3일째 되는 날, 기다리다 못해 감독님께 질문했다. 감독님, 전 언제 출연하나요? 그러자 감독님은 어 왜 거기 있어요? 연출자의 안중에도 없는 엑스트라 연기를 위해 난 무려 3일간이나 혼신을 다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가 다 완성된 후, 영화의 전체 제목을 정하기 위해 인권위는 물론 '감독님들까지 모두 진지하게 고심하던 중에 박광수 감독님께서 좋은 제목이 생각났다고 직접 전화를 주셨다. 기대에 차서 뭔데요? 라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지긋하신 목소리와 함께 <진숙이를 찾아라!>으아! 감독님은 농담까지도 나를 겸허하게 만드신다.
6.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박찬욱 감독
언젠가 박찬욱 감독님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말이야, 영화를 장편 한 편, 단편 한 편, 이렇게 번갈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 그래서일까 박찬욱 감독님은 주저하지 않고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단편이어서도 그랬겠지만, 인권을 주제로 하기에 '안 할 이유가 없다'면서 흔쾌히 하시겠다고 합류했다. 이 영화는 한국어를 못해 정신병자로 오인받아 6년 4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던 네팔 여성 노동자 찬드라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 찬드라의 시점숏으로 90% 이상 진행되는 새로운 형식의 이 영화는 네팔 현지 촬영까지 하느라 고생도 고생이지만 제작비를 초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감독님은 초과된 제작비를 자비로 부담하면서까지 네팔 촬영을 감행했다. 영화에서 실제 찬드라를 만났을 때의 그 감동은 해외촬영의 고생을 감수할 만한 것이었다. 전주 국제 영화제 개막작 선정을 필두로 몇 번 개최된 시사에서 박찬욱 감독님이 본인의 연출작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라고 만족하셨다는 소문을 들었다. 또 많은 영화인들이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영화'라고 꼽기도 했다는 소문도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