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내 큰 길에는
은행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있습니다.
그 가로수는 계절 알리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죠.
노오란 물이 막 들기 시작하면
가을이 우리곁에 도착했음을
알려줍니다.
거리를 온통 노란색 물감으로 풀어 놓을때면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하지요.
그 무렵 길을 따라 오가는 행인들의
옷차림도 덩달아 갖가지 채색으로
물들곤 합니다.
가을이 더 깊어가면
드디어 잎새는 낙엽이 되어
떨어 집니다.
떨어진 낙엽은
단지 잎새만을 떨구었을 뿐
자기몫의 역할을 다하는 듯 합니다.
대개 여성들은 분위기있는 머리를 연출할때
미용실에서 펌을 하곤하죠.
산성약품으로 롤의 형태를 만들고
중화처리 후 아름다운 펌을
완성시킵니다.
마찬가지로
여기에
산성화된 차가운 도시의 거리가 있습니다.
이 낙엽은 밋밋한 머리에
볼륨감을
넣어주는 펌의
마지막 과정인 중화제 역할을 할것입니다.
중화처리 없이 완벽한 펌이
나오지 않는것과 같이
낙엽없는 가을은 형용사 빠진
그냥 가을일 뿐이죠.
상상해 보세요.
낙엽없는 가을을.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는
자명(自明)합니다.
이 친구는 늘 영화속 주인공처럼
계절의 끝무렵에 나타나죠.
그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로
우아한 색감으로
때론
오래전 책갈피 속 곱게 끼워진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죠.
그리고 가을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 주며 자기 몫을 다합니다.
휴대폰 속 갖가지 현란한 영상에
노출되어 피로해진 눈을
정화시켜 주기도 하며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 각종 기계소리,
자동차 배기음 등으로 지쳐있는
도시인의 귓가에
스치듯 지나가는 소리를 들려줍니다.
이 소리에 문득 가을 소식이
뭍어 오는 듯 합니다.
늦가을 오후 가로수길 옆 한적한 카페 테라스가
있습니다.
한껏 멋을낸
여인의 손에 든 커피와
무심한 듯 나부끼는
낙엽의 앙상블.
이때 낙엽은 카페의 여인과 커피와
더불어 가을을 더 짙은 페이소스 색조로
그려 내기도 하죠.
이 작은 잎새가 그려내는 가을화보는
어느날
작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풀벌레의 쉼터로는 제격이겠지요.
그외에도 낙엽은
우리가 상상한 이상으로
우리에게 베풀어 주는것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과연 우리는 늙어 몸을 버리는
그때에도
추하지 않고 낙엽과 같이 우아함 까지도
잃지 않으며
한없이 주기만하는
이타행(利他行)을 할수 있을까요?
이것이 대승보살(大乘菩薩)이 닦아야할
보시바라밀이라
생각되는군요.
그 중에서도 이 친구는 자기가 행했다는
잔상(殘像)마저 없으므로
무주상보시를 설명하는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는 없을듯 합니다.
이즈음
출근길 아침이면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며 문밖을
나섭니다.
이때 거리에 쌓인 낙엽은
격의(隔意) 없는 친구마냥 출근길을 함께하며
자연스런 일상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계절이 주는 조그만 호사(豪奢)를
누릴 틈도없이
다음날 아침
낙엽이 말끔히 치워져 있는 거리를 보게 됩니다.
우리는 거리의 낙엽을 지켜볼
최소한의 시간조차 가질수 없는 그런
건조한 사회에 살고있는것 일까요?
만약
길위의 낙엽이 행인의 안전이나
차량통행을
심각하게 방해한다면
치워야할 대상임에 마땅합니다.
그렇치 않다면
운용의 묘(運用의 妙)를 살려
단 며칠이라도 낙엽이란 이름으로
존재할수 있게 시간을 기다려 주는 것이
이 가을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매너가 아닐런지요?
이것은 현실과 이상의
선택이 아닌
공존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성숙한 사회라고 생각 되는군요.
곧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낙엽은 존재만으로도
이 계절을 풍성하게 만들어 갑니다.
그들이 엉켜서 내는
작은 속삭임을 들으며
깊이 물들어가는 가을을 여유롭게 즐기는것이
저만의 과한 욕심인가요?
첫댓글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거사님!
감사합니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아주멋진변론이십니다!()
거사님!
좋게 보아주시니
그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
글에서 가을 냄새가 묻어 나옵니다.
가을 냄새를 님께서 느꼈다니 제대로 전달된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
글에서 느껴지는 가을 냄새, 우리 집 방에서도 물씬 풍겨 나옵니다.
절 하기 위해 밤 12시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방안의 온도계와 바깥 날씨입니다.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전부 절 수행과 밀접한 관련 있기 때문이지요.
며칠 사이에 기온이 제법 내려가 있어 마음이 한결 여유롭습니다.
님의 글도 그래서 음미하며 읽었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거사님 방에 까지 가을 향기가 풍겨 참 다행입니다.
바랍건대 저는 제 글이 거사님 절수행하는 방에 바람이되어 시원하게 불어 갔으면
더 좋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
가을...
놀기도 좋고, 공부하기도 좋고...
가을은 커피향과도 잘 어울리는 계절같습니다. 수행자에게 녹차향이 잘 어울리는 것처럼.
거사님의 글을 보며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라는 수필이 생각났습니다. 캠퍼스 이른 가을 아침에 학교수위아저씨들이 태우는 은은한 낙엽냄새가 그리워집니다^^
감사합니다 🙏
거사님!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수위아저씨와 소각장 앞 소복히 쌓인 낙엽.
오늘 아침 그 낙엽 태우는 냄새가 몹시도 그리워지네요^^
감사드립니다.
()()()
고맙습니다._()()()_
현모양처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