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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평화의 길, 생명의 길, 사람의 길(평생사랑)을 찾아서 원문보기 글쓴이: 해와달
<42일차(10.15) 소식> - 늙은 군인들이 뭐를 잘못해서 기합을 받는가? - “뭐든지 살리는 것. 호흡(호흡처럼 자연스럽게 사는 것). 집착을 버리는 것. 자신의 욕심을 비워 내는 것. 자신의 내면의 욕망부터 내려놓는 것.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살고자 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 큰 사랑. 우리가 가야할 길.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길. 잠자는 이들을 깨워내는 부름의 길. 자기에서 벗어나는 것. 공존을 잊지 않는 것. 모든 것과의 참된 소통을 위해 애쓰는 것” - 15일 하루 순례 참여자들이 한 문장으로 표현한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
<늙은 군인들 기합 받는 것 같은데> 조용한 시골 소재지. 이른 아침인지라 지나는 차량도 드믄 소규모 도시였습니다. 차량 소통이 적다보니, 아침 9시 무렵 도시는 한적하고 조용하더군요. 덕분에 울리는 죽비소리 크게 들리고, 한적한 시골길에 난데없이 ‘딱... 딱’하는 죽비소리에 호기심 반 놀람 반으로 주민들이 창밖으로 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무슨 일인가 바라봅니다. 일부는 상점 밖으로 나와 순례단을 바라봅니다.
‘저 사람들 지금 뭐하나?’, ‘무슨 일인가요?’, ‘어디까지 가나요?’... 다양한 질문이 주변의 진행팀원에게 들리고,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도, 박수를 치기도, 음료수를 전달해주기도,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은 손수 카메라를 들고 나와 순례의 모습을 기록하며 바라봅니다. 한적한 소도읍. 익산시 여산면 소재지를 순례단이 통과하던 시점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조용한 반응도 잠시. 숲정이 성지를 얼마 앞둔 지점이었습니다. 휴식 지점을 얼마 앞두고 한창 아스팔트 차도에 엎드리던 순례단을 보신 서너분의 동네 할머니들. 한참을 길가에 서서 순례단을 바라보다가 ‘뭐하는 건가?’라고 한 분이 말씀 하시자, 같이 길을 걷던 분이 ‘늙은 군인들 기합 받는 것 같은데.. 뭔 잘못을 해서 저렇게 힘들게 기합받나..’라고 말씀 하십니다.
굳어있는 몸으로 시작하는 아침 순례의 어려움이 달아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한창 격한 호흡과 신음소리로 한 동작 한 동작의 오체투지를 계속하며 기도순례를 하던 순례자와 진행팀. 그 순간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잠시 후 휴식 시간.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세분의 성직자. 마냥 즐겁다 합니다. 그러면서 전종훈 신부님이 하는 말. “그렇지. 우리가 누구를 대신해서 국민에게 대신 벌을 받고 있는 것이 맞기는 하지”라며 활짝 웃으면서도 긴 한숨을 쉽니다. 여산면 소재지를 지나 1번 국도와 만나기 얼마 전. 공사장의 아저씨들께서 순례단에게 음료수를 후원해주셨습니다. 순례단의 앞 쪽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순례단에 대해 문의하시더니 공사를 잠깐 멈추고 순례단이 지나가기를 기다려 주시더니, 음료수까지 후원해주셨습니다. 오히려 순례단이 너무 고맙고 감사한 일인지라 순례단 역시 가지고 있던 음료수를 드시라고 드리고 왔습니다.
오늘 유달리 힘들어하던 오후 휴식시간. 수경스님과 전종훈 신부님이 무릎과 손목, 어깨에 얼음찜질을 하고 파스를 붙이면서 힘들어하시네요. 40일이 넘도록 게속되는 오체투지 순례로 인해 오랜 피로가 쌓여가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오늘 순례단은 오전 전북 익산시 여산면을 지났으며, 오후부터 충남 논산시 연무읍 경계 지역에서 순례를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순례단. 천주교 성지에서 삼배를 하다> 오늘 순례단은 오전에 여산 숲정이 성지 앞 도로를 지나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잠시 휴식을 이용하여 문규현 신부님을 비롯하여 순례단이 숲정이 성징에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순례단 참여자 모두의 믿음은 다르지만, 과거 우리 역사에 있었던 아픔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숲정이 성지에 들어서자 스님들을 비롯한 순례 참여단 전원이 천주교 성지에서 삼배를 하였습니다. 여산면 소재지 숲정이 성지는 과거 숲이었으나 지금은 들판으로 바뀌었다 합니다. 백지사(白紙死) 기념비와 ‘여산 순교 성지’라는 대형 돌판이 눈에 뛰는 이곳은 과거 병인박해 당시 순교한 천주교 신자 22명을 기리는 곳입니다. 수경스님과 지관스님을 비롯한 순례단은 문규현 신부님과 전종훈 신부님의 안내로 숲정이 성지를 둘러보고, 잠시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순례단은 안타까이 이 순교의 장소에서 역사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믿음이 다르다’는 혹은 ‘믿지 말아야 할 것을 믿었다’는 이유로 목숨을 바쳐야 하는 야만의 시대는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처럼 잘못된 정치와 경제구조에 의해 2:8의 사회가 된지 오래이며, 지역과 계층 간의 대립이 일상화 된 일상적 대립의 사회에 종교마저 대립하게 된다면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순례단은 숲정이 성지를 지나 1번 국도로 진입하였고, 이 길을 따라 점심 무렵 논산시 경계에 도달하였습니다. <모녀의 특별하였던 오체투지 순례길> 순례단이 1번 국도를 진입하기 전 휴식시간. 어느 모녀가 순례단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곤 문규현 신부님을 보며 눈물을 끌썽이며, “저희 죄를 대신해서..”라며 말을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다시 순례단이 출발하자 뒤에서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순례단이 1번 국도에 진입하고 다시 순례를 떠나자 한참을 뒤에서 바라보던 두 모녀. 함께 순례에 따라 나서 오체투지를 합니다. 이정옥 님과 김혜영 님은 모녀지간입니다. 이정옥 어머님은 “문규현 신부님 소식 듣고 왔어요”라며 눈물을 보이시더니, “잠깐 동안 순례에 동참했지만 저의 교만함과 잘못을 뉘우치게 되었습니다. 또 순례에 우연히 딸아이와 참여하게 되었는데, 사실 몇 년 동안 서로 단절하고 살아온 딸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오체투지가 저희에게 큰 선물을 주는 것 같다”고 감격적인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이정옥 어머님과 따님 김혜영 님은 “이 분들은 타락한 저희들을 대신해서 하신 것이겠지요. 물질만능주의에 의해 나 밖에 모르고 사는 우리들을 대신해서 말이죠. 오늘의 이 모습이 제 뇌리에 남는다면 항상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거울로 삼겠다”고 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고 저분들의 희생을 통해 세상의 죄가 사해 지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기도 순례단을 통해 작은 희망을 찾고 나눌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순례단에게는 희망이고 기쁨입니다. <격양가가 생각나는 순례길> 점심 시간에 새롭게 합류하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무렵 5시간 이상을 차량을 이용하여 순례단을 찾아 왔다 합니다. 멀리 부산에서 아침 6시 30분에 출발하여 11시 50여분이 되어서야 순례단을 도착한 가족이 있었습니다.
엄마손을 꼭 잡고 길을 걷던 3 살배기 꼬마. 순례단을 따라 길을 걷다 졸리면 엄마의 품에 안기고, 다시 눈을 뜨면 어른들 따라 예쁘게 기도를 하면서 길을 따라나섰습니다. 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 그 사회는 지금처럼 경쟁과 경제적 가치가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 생명과 평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꼬마뿐이 아닙니다.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부론성당의 안승길 신부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을 순례단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안승길 신부님(부론성당)은 “저는 특히 물욕과 권력의 욕심으로 타락한 종교계가 종교의 기본윤리를 찾고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안승길 신부님은 지금 한국 사회 종교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모든 종단들이 물량과 배금주의로 가고 있습니다. 모든 종교는 물질적으로 가난해 질 때 힘이 생깁니다. 그렇지 않고 물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면 썩기 때문에 민중에 거부를 당하고 종교의 존립성마저 상실되고 맙니다. 사실 종교 쇄신문제는 2차 대전 후 부터 시작되었지만, 사실 한 바가 없습니다. 그저 건물을 짓는데 치중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어려움 상황에 오체투지 같은 몸짓이라도 해야 길이 열리지 않을까”라며 간절한 기도마음을 표현하셨습니다. “오체투지를 하면 한없이 편합니다. 사람은 결국 흙으로 돌아갈 인생인데 별일 아닌 것 가지고 아옹다옹 싸우고 있지요.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지요...” 오늘 동료와 함께 참여하신 김용휘 선생님은 “마음이 불편하고 미안해서 왔습니다. 사실 면피하려고 온 것이지요. 지식인으로서 역할을 못하고 사니 죄송할 따름입니다. 현재 달리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도 이러한 방법이 강력한 저항의지로 생각되어 왔다”고 합니다. 김용휘님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돈에 의해 돌아가는 척박한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음은 피폐하고 가난하며 경제는 어려운 이 가운데 인문중심의 인간적인 사회와는 반대로 가고 있으니 답답하고 분노만 치밀 뿐이다.”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 팽배한 좋은 대학, 공무원, 대기업, 의사, 변호사 등의 주류 가치가 과연 행복을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회구조도 뒷받침 되어야 하고, 또 개인도 국민으로서 주인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돈의 가치보다 더 숭고하고 훌륭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서 자기 길을 잘 찾아 가는 것이 진정 행복한 길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잘 알려졌듯이 예전 선인들이 기록한 글에 의하면 “해뜨면 일하고(日出而作), 해지면 잠자고(日入而息), 우물파서 마시고(鑿井而飮), 밭갈아 먹는데(耕田而食), 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있으리...(帝力于我何有哉)(격양가. 장자)”라는 태평성대도 있었다고 합니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부와 정치가 몇몇 특권층을 위한 정부와 정치로 탈바꿈 되는 시대에 살더라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는 인간적 자존감을 찾을 수 있고,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대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아는 언니와 함께 순례에 참여하였다는 윤경아(서울)님은 “대통령은 많은 말과 행동을 했습니다. 지켜보니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들처럼 말만 앞세우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며 순례에 참여하였다고 합니다. 윤경아 님은 “성직자분들께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해야 할 일은 안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는데, 이분들께서는 해야 할 일을 말없이 하시면서 더 큰 깨달음을 주시는 것 같다”고 합니다. “우리의 문제는 자주의지를 키우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 안에서 바른 역사와 철학을 많이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박혜원(서울)님은 “저는 약할 때 약하지 못하고 강할 때 강하지 못하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낮은 자세로 기도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마침 오체투지 순례가 있어 왔다”고 하십니다. “제일 밑바닥에 엎으려 있으니 마음이 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직자 분들도 사람, 생명, 평화를 위해 가장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것 같다”고 하시고 “저는 우리사회의 문제가 서로 비교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빨리, 높이, 그리고 멀리 가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송희철, 정재권, 윤병일(서울) / 강은주(서울) / 안승길(원주 부론성당) / 문대현, 최정옥, 김형근 외 10명(평화동 성당) / 남가현(대전) / 문정현 신부, 오두희(평화바람) / 조완주(청주) / 안승길(원주 부론성당) / 윤경아, 심효진(서울) / 박혜원(서울) / 강은주(서울) / 나우권, 김용휘(고려대 연구교수) / 이정옥, 김혜영(여산면) / 김선옥, 정경미(강북구청) / 이미숙(전주) /정인경 외 1명(서울) / 김중길, 조혜경(전북 5.18 동지회) 등이 함께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10월 16일(목) : 여산면 마전R 상단(시작) - 연무읍 농협 인근 SK주유소(종료) ● 10월 17일(금) : 연무읍 농협 인근 SK주유소(시작) - 은진면 연서리 방축교(종료) ● 10월 18일(토) : 은진면 연서리 방축교(시작) - 논산시 부당산4R 부영APT인근(종료) ● 10월 19일(일) : 휴식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원불교 여산교당, 여산 우리약국, 여산면 소재 공사장 인부 아저씨들, 소기룡 외 2명(여산면), 나우권(서울), 박종범 목사(여산교회), 김중길(전북 5.18 동지회), 이미숙(전주), 성희진, 변혜진 , 원불교 김경일 교무(100주년기념성업회 사무총장), 논산연무대 원불교교당 등께서 후원해 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8. 10. 15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