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에서 자갈치로
한 해가 저무는 세밑 성탄절은 수요일이었다. 공공도서관들은 일제히 휴관이 예고되어 발길은 야외로 향하게 되었다. 이른 아침 낙동강 하구 을숙도와 다대포를 자연 학교 행선지 삼아 현관을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외동반림로 보도를 걸으니 늦게 물들던 메타스퀘이아 단풍은 새 깃털과 같은 갈색 잎이 길바닥에 쌓였다. 바람이 불 때마다 조금씩 떨어지는 바늘잎 낙엽이었다.
원이대로에서 창원대학을 출발 장유로 가는 770번 좌석버스를 탔다. 시청 광장을 돌아가자 차창 밖은 간밤 알록달록한 불빛으로 수 놓았을 전구를 매단 원뿔이 뼈대만 앙상했다. 밤이면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연말 꾸며둔 교회 십자가 풍경에 익숙하진 않아 정월 대보름날 짓던 달집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에게 추억은 누구나 그가 겪은 체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함을 실감했다.
시내를 관통한 버스는 창원터널을 통과한 장유 무계에서 김해 시내에서 부산 하단으로 가는 220번 버스로 갈아탔다. 창원과 김해는 시내버스 환승제를 시행해 그 버스를 타면 부산까지도 추가 요금 부담 없이 가게 된다. 무계교를 건너 장유 롯데 워터파크와 물류단지에서 율하지구 아파트단지를 둘렀다. 수가리 응달을 거쳐 조만강 따라 경마공원을 지나니 부산과 접경인 녹산이었다.
법원지구와 새로운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명지를 거친 을숙도에 닿아 내렸다. 커다란 자연석에 ‘을숙도 철새 도래지’라 새겨둔 표석을 지난 낙동강을 가로지른 하굿둑을 걸어 하단으로 갔다. 오륙도 기점 남파랑길이 갈맷길 구간과 겹치는 다대포 강변도로 산책로로 들었다. 하굿둑 수문 바깥 가까이는 덩치가 작고 깃이 예쁜 쇠오리들이 떼를 지어 날아와 먹이 활동에 여념 없었다.
시원스레 뚫어둔 산책로에는 휴일을 바깥으로 나와 즐기는 이들이 간간이 스쳤다. 태백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 천 삼백 리 물길이 을숙도에 이른 낙동강 하구는 강심이 넓어져 바다처럼 보였다. 시야에 들어온 을숙도대교가 강심을 가로지른 남단 습지는 고니들이 떼 지어 찾아 겨울을 나고 있을 테다. 주남저수지에도 다수 찾는 고니는 을숙도와 맥도강 갈대숲에서도 겨울을 보냈다.
을숙도대교 교각 시작점을 지나 장림에 이르니 친환경으로 새롭게 단장한 포구를 ‘부네치아’라 명명해 두었다. 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부산’의 ‘부’자를 따와 붙인 이름인 듯했다. 을숙도를 빠져나온 모래가 쌓여 군데군데 섬을 만든 모래등이 펼쳐졌다.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는 여러 모래톱은 겨울과 여름 철새들은 물론 나그네새들까지 먹이가 풍부해 녀석들의 낙원이다.
다대포에 이르는 물길에는 어로 작업 배들이 가끔 달렸는데 낚시나 그물이 아닌 재첩이나 바지락과 같은 조개를 건져 올리는 어부인 듯했다. 저만치 보이는 모래톱에는 깃이 까만 새들이 옹기종기 모였는데 가마우지 떼였다. 물고기를 먹잇감으로 삼는 식성 좋은 녀석들을 배를 불린 후 잠시 휴식 중이었다. 강변도로 산책로는 다대포 해수욕장 모래톱으로 이어져 몰운대가 가까웠다.
몰운대로 건너가지 않고 1호선 지하철로 낱개를 지난 대치를 거쳐 자갈치로 갔다. 어시장 뒷골목에서 남항 포구로 나가니 닻을 내린 어선을 보고 왔다. 생선을 파는 상인들은 각자 취급하는 어종을 좌판에 펼쳐 두었는데 오징어에 이어 살점 좋은 갈치를 세 마리 집었다. 냉동에서 꺼낸 명태와 신물 고등어까지 사서 챙겼더니 시장 보자기가 넘쳐 비닐봉지에도 채워 양손에 들었다.
충무동 해안 시장 뒷골목에서 선지국밥으로 한 끼 요기를 든든히 때우고 하단을 거쳐 창원으로 복귀했다. 버스에서 ‘자갈치 선짓국’을 한 수 남겼다. “난바다 조업 마친 어선은 닻을 내려 / 활어로 회를 뜨고 노릇한 생선구이 / 모여든 식도락가들 왁자하게 떠든다 // 뒷골목 저자에는 장어를 굽는 데도 / 그 축에 못 낀 서민 선짓국 대접 놓고 / 맑은 술, 잔에 채워서 허기진 속 달랜다” 24.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