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은 학생들이 직접 보고 느끼게 하는 현장체험이다. 숙박 등을 통해 단체생활의 경험을 제공해 준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목적이다. 일본 제국주의 교육의 잔재라는 일각의 비판 속에서도 현재 대다수 초·중·고교가 시행하고 있다.
▼198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 대표 수학여행지는 설악산이었다. 도내 학생들은 부여·공주로 대표되는 백제문화권, 경주 중심의 신라문화권을 주로 찾았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대상지가 제주도,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으로 넓어졌다. 경비가 만만치 않다 보니 `국내파' `해외파'로 나눠 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난 여론도 인다. 안전사고 속출, 학교 관계자의 리베이트 수수, 해외 수학여행 중 고교생의 성매매 등 각종 폐해도 끊이지 않았다.
▼2012년부터 주5일 수업제가 전면 도입되며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가족 단위 여행이 보편화된 마당에 굳이 수백 명의 학생이 버스나 배, 비행기를 이용해 집단으로 움직임으로써 얼마만큼의 교육적인 효과를 거두겠느냐는 것이다. 학년이 아닌 반별 소규모 현장체험활동 등이 대안으로 제시돼 왔다. 지난 16일 제주도로 향하던 고교 수학여행단 등을 태운 여객선이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 296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온 국민이 비탄에 잠겼다.
▼교육계도 비상이다. 교육부는 긴급공문을 통해 앞으로 실시 예정인 수학여행 등의 안전 여부를 특별히 점검하라고 요청했다.`안전한 대한민국'은 실종된 채 뒷북행정만 난무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아예 폐지하자는 학부모들의 청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번 참사가 수학여행 전면 재검토 공론화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간에 우리 사회는 너무나 큰 대가를 치렀다. 피지도 못하고 스러진 저 어린 꽃들의 꿈은 어찌할 것인가.
김석만 논설위원·smkim@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