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꿈뜰’ 공부모임 후기 - 자립형 복지 공동체 ‘캠프 아라리’

[상욱애비]

12월 6일 ‘꿈뜰’ 공부모임 후기 - 자립형 복지 공동체 ‘캠프 아라리’

지난 8월초 홍성 ‘꿈이 자라는 뜰’의 최 문철 선생에게 연락이 왔다. 8월 말부터 12월까지 약 5개월간 ‘장애와 농업 다리 놓기’라는 제목을 가지고 공부모임을 하는데 12월 마지막 강의 때 나보고 강의를 맡아 달라고 했다. 그는 장애인 복지 공동체의 대명사인 ‘캠프힐’이 우리나라에 설립이 될 수 있을지? 또는 한국형 자립 복지공동체 설립에 관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해 주었으면 했다. 나는 그동안 내 아이에 대한 미래를 꾸준히 고민해 왔고 고민의 결론은 공동체였다. 혼자서의 경쟁력이 약한 내 아이의 경쟁력을 만들어 주는 방법을 공동체로 해결해 보려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고민의 과정을 블러그에 남겼다. ‘한국의 대가족제와 두레 등의 전통적인 공동의 삶의 방식을 바탕으로 하고, 현재의 문화적 경제적 배경에서의 복지 공동체가 어떻게 만들어 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방법을 올린 내 글들을 보고 한 전화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의 요청에 선뜻 승낙을 하지 못했다. 좋은 기회이기는 하지만 아직 설익은 논리와 추진 방법을 이야기하기가 불안해서였다.

나 같은 장애인 가족이나 복지에 관련된 뜻이 있는 사람들은 ‘캠프힐’과 같은 복지공동체가 우리나라에도 설립되기를 열망들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장애인이 참여한 자립형 복지 공동체는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 사회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 속에 장애인은 잘 돌봐줘야 하는 대상일 뿐이었다. 그들의 참여란 형식적이거나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보였다. 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내 아이의 미래의 삶을 구상해 볼 때 항상 막힌 부분이 그 부분이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잘 돌봐주는 것은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나 이후의 문제와 또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느끼며, 그리고 이 사회에 참여와 소속감을 느끼면서 가족이나 친구 또는 동료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에서 거대한 철벽에 가로 막혀버린 것처럼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억지스럽게 생각해 낸 방법이 참여였고 자립 이었다. 현존하는 개인주의 자유 경쟁사회에서 인권의 전제조건은 꼴찌를 하더라도 그들과 부대끼며 하는 참여고, 자립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들 장애인은 자립이 불가능하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그들이 자립 할 수 있는 세미사회를 만들면 어떨까? 혼자만의 자립이 불가능하면 팀이나 시스템으로 자립을 하면 되지 않을까? 등등 여러 가지 생각 끝에 공동체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자립을 전제로 한 복지 공동체이야기를 화두로 정했다.

평소 내 생각은 기존의 사회는 장애라는 주홍글씨를 낙인찍고 나면 이 사회에서 자리를 빼 버렸다. 사고로 발생한 후천적 장애인도 그런데 타고난 선천적 장애의 경우는 아예 처음부터 자리가 없었다. 교육도 직업도 없이 그냥 성인이 되었을 때 안전을 담보로 한 격리 보호시설로 보내는 수순의 외길인 것이었다. 성인이 되기 이전까지의 과정은 장애인 당사자나 그 보호자가 인간으로서의 독립적인 삶을 포기하고 격리보호에 순응하는 세뇌의 교육과정인 것이고 격리보호에 적합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장애인들을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소통을 우선으로 하는 교육을 기본으로 이 아이들의 단점을 보완하는 교육보다 이 아이들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심어주고, 그리고 그렇게 육성한 아이들의 특성에 맞춰서 직업을 만들어 주고 선택하게해서 자립의 토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이들의 자존감이 생길 수 있고 또 그래야 진정한 복지의 시작이 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사람들과 해 보면 모두 원론적인 부분은 동의를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입들을 모아 이야기 했다. 특히 장애아이의 부모들은 그냥 포기하고 쉽게 살자고, 시도 해 봤자 상처만 더 입는다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한세상 살아가자고 나를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러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이 세상을 초월한 듯 오감과 칠정을 끊고 살아 도인이 된들, 부족한 아이의 미래를 포기하고 결론이 빤한 내 아이의 삶을 모른 체하고 살아가는 내가 행복해 지거나 도를 이룰 수 있을까? 아무리 자문해 봐도 그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라도 실행을 결심했고 귀농을 했다. 귀농 후 농원을 만들어 자립형 구조의 기본을 만들었다. 그리고 복지와 공동체에 대한 공부를 하며 뜻이 맞는 사람들을 찾기 위해 꾸준히 글을 써 올렸다. 최 선생은 그런 과정과 내 생각을 이야기하라고 한다.

평소 원하던 기회이고 또 이런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오나? 해서 고민 끝에 승낙을 하고 몇 개월 동안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를 또 고민했다. 각 지역의 장애인 부모협회의 리더들이나 지금 공동체를 시도 하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2시간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들의 생각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정말 자신이 없었다. 최 문철 선생은 그냥 내가 생각하고,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해 주면 된다고 했지만 그런 소중한 만남의 시간을 별 의미 없는 시간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진 않았다. 원고도 수없이 쓰고 고치고 반복한 시간들을 보내면서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그래 그들과 나의 원하는 바는 같을 것이다. NEED가 같은데 통하지 못할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복지 공동체인 ‘캠프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깊이 있게 안을 들여다보면 ‘캠프힐’ 또한 만들어 지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한 시간적인 배경과 철학적인 배경, 문화적 배경, 그리고 사회, 경제적 배경과 정부의 정책들이 어우러져 지금의 ‘캠프힐’이 되었다는 걸 가볍게 볼 수가 없었다. 그런 과정을 한 순간에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캠프힐’ 비전문가인 내가 이야기 한다면 사람들에게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대전의 남 현미 선생님께 도움을 청했다. 내가 알기로는 그분은 ‘캠프힐’ 자원봉사 경력이 5년8개월로 우리나라 유일한 경력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고 현재 석사논문을 ‘캠프힐’관련 논문으로 준비할 만큼 ‘캠프힐’ 전문가 이셨다. 그분 또한 한국에 진정한 복지 공동체가 만들어 지기를 염원하는 분이다. 임신 5개월의 쉽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응낙을 해 주셨고, 나는 원고와 예상 질문에 대한 준비를 열심히 해서 준비를 끝마치고 홍성의 홍동마을로 출발했다.

공부모임은 최 문철 선생의 진행으로 시각 장애인인 노 동주 다큐멘터리 감독이 촬영한 ‘캠프힐’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시작이 되었고, 곧이어 남 현미 선생의 ‘캠프힐’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질의 응답시간이 흘렀다. 예상대로 시간이 부족할 만큼 열정적인 질문과 대답이 장내를 뜨겁게 달궜다. ‘캠프힐‘의 역사와 문제점 그리고 장점 등 예상시간을 너무 초과해서 진행을 맡은 최 선생이 중단을 시킬 정도였다. 그리고 잠깐 휴식 후 나의 ‘캠프 아라리’에 대한 이야기 시간이 왔다. 2시간의 배정을 받아 나는 ‘캠프 아라리’설립의 정신적 배경인 왜 자립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참여와 자립과 인권, 장애인 자립의 방법으로 팀이나 시스템자립 방식 그래서 공동체여야 한다. 라는 이야기를 약 50분간 이야기했다. 그 후에 자립형 공동체 설립을 가상으로 풀어본 씨물레이션 동화 ‘아름다운 상상’을 최 문철 선생이 읽어주었고 그 이후 질문을 받았다. 또 반응이 뜨거웠다. 질문이 끊이지 않아 저녁식사와 뒤풀이 까지 그날은 잠을 못자고 밤새 이야기 했다.

이 뜨거운 열정들이 모여 태산을 이루어 가리라.

아일랜드의 정치인이자 작가이며 '보수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버크는 이렇게 말했다.

"악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The only thing necessary for the triumph of evil is for good men to do nothing"

여기 이렇게 선하고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과 또 이일을 반드시 해야 하는 사람들의 모임들이 있는 한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생각으로 흥분된 한 주간이었다.

JUST DO IT !!! MUST DO IT !!!

'꿈이 자라는 뜰'의 보루 최문철 선생

남현미 선생이 캠프힐에 대한 설명을 하고있는 모습(털 모자자 쓰신분이 남현미 선생 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자립형 복지 공동체 '캠프 아라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