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https://www.fmkorea.com/7164441418
앞선 글에서 식물(형태)학적인 견과류를 소개했는데, 이 글에서는 음식으로서의 견과류 중 핵과의 종자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핵과는 열매껍질이 3겹으로 되어 있습니다: 바깥 열매껍질 (외과피 (外果皮), exocarp), 중간 열매껍질 (중과피 (中果皮), mesocarp), 안쪽 열매껍질 (내과피 (內果皮), endocarp).
핵과에서 바깥 열매껍질이 일상적으로 우리가 '껍질'이라고 부르는 부분이며, 중간 열매껍질은 수분이 많은 다육질로 일상적으로 우리가 '과육'이라고 부르는 부분이며, 안쪽 열매껍질은 매우 단단하며 종자를 감싸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음식으로서의 견과류는 일부 핵과의 종자도 포함하는데, 이 경우 핵과의 종자가 들어있는 안쪽 열매껍질을 까서 안에 있는 종자의 배젖을 먹습니다.
(1) 아몬드 (almond)
자라고 있는 아몬드 열매, 과육이 벌어져 안쪽 열매껍질이 드러난 아몬드 열매, 아몬드 종자 내부 구조
아몬드는 서아시아가 원산지로, 'almond'라는 이름은 고대 그리스어 ἀμυγδάλη -> 고전 라틴어 amygdala -> 후기 라틴어 amandula/amindula -> 고대 프랑스어 almande/alemande에서 차용한 이름이고, 한자로는 편도 (扁桃, '작은 복숭아'), 감편도 (甘扁桃, '달콤한 작은 복숭아'), 파단행 (巴旦杏, 페르시아어로 아몬드를 뜻하는 바담 (بد (bādām))의 차용어)이라고도 합니다.
아몬드는 장미목 장미과 벚나무속 (Prunus)에 속하는 아몬드나무 (Prunus dulcis)의 열매이며, 종명 dulcis는 '달콤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몬드 야생종은 아미그달린 (amygdalin)이라는 청산 배당체를 가지고 있어 가수분해를 통해 시안화물 (cyanide)이 생성될 수 있는데, 아미그달린 가수분해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변이를 통해 시안화물 생성이 크게 감소되어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몬드는 고소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음식에 사용되며, 단백질, 불포화지방산, 식이섬유, 비타민 B, E, 칼슘, 마그네슘 등이 풍부합니다.
또한 아몬드를 갈아서 만든 아몬드 밀크 (almond milk/almond drink)라는 것도 있는데, 유당이 없기 때문에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들이 우유 대용품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몬드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미국인데, 2022년 기준으로 전세계 생산량의 51.2%를 생산하였고, 그 뒤를 오스트레일리아 (9.9%), 에스파냐 (6.8%), 튀르키예 (5.2%), 모로코 (4.8%) 등이 이었습니다.
한편 아몬드에서 우리가 먹는 부분은 종자 부분이기 때문에 반드시 수분 (受粉, pollination)이 일어나야 아몬드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아몬드 과수원에서는 양봉업자들과 협력하여 수분을 진행합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매년 2월에 100만 개 이상의 벌통 (미국 전체 벌통의 절반 가량)이 아몬드 과수원으로 옮겨져 수분하는데 사용됩니다.
(2) 호두 (walnut)
자라고 있는 호두 열매, 과육이 벌어져 안쪽 열매껍질이 드러난 호두 열매, 호두 종자 내부 구조
호두는 원래 참나무목 가래나무과 호두나무속 (Juglans)에 속한 식물 중 식용 가능한 종자인데, 상업적으로 많이 식용되는 것은 페르시아 호두 (Persian walnut), 영국 호두 (English walnut), 카르파티아 호두 (Carpathian walnut), 마데이라 호두 (Madeira walnut)라고 불리우는 Juglans regia입니다. HODUUUUUUUUUUUUUUU
Juglans regia는 이란이 원산지로, 종명 'regia'는 '왕실의 (royal)'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두'라는 명칭은 '호도 (胡桃)'라는 표현에서 왔는데, 생긴 것이 복숭아 씨앗과 닮았는데 '오랑캐 (胡) 나라에서 들어온 복숭아 (桃)'라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호두는 고소한 맛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음식에 사용되며, 불포화지방산과 망가니즈 (manganese), 마그네슘, 인, 아연, 비타민 B1, 비타민 B6가 풍부합니다.
또한 호두를 짜서 만든 호두기름도 있는데, 샐러드 드레싱으로 많이 쓰이며, 발연점이 낮아서 튀김용으로는 쓰지 않습니다.
호두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중국인데, 2022년 기준으로 전세계 생산량의 36.1%를 생산하였고, 그 뒤를 미국 (17.6%), 이란 (9.2%), 튀르키예 (8.6%), 멕시코 (4.6%) 등이 이었습니다.
호두나무에서 호두 열매가 열리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종자 부분을 취하기 위해 바깥 열매껍질과 중간 열매껍질을 제거해야 하는데, 칼로 제거하거나 발로 밟아서 제거할 수도 있고, 땅에 묻어서 썩히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편 호두나무는 주글론 (juglone)이라는 독성 화학물질을 분비하는데, 주글론은 주변의 다른 식물이 자라는 것을 억제하며, 초식곤충과 쥐에게 독성이 있습니다.
(3) 피칸 (pecan)
자라고 있는 피칸 열매, 과육이 벌어져 안쪽 열매껍질이 드러난 피칸 열매, 피칸 종자 내부 구조
피칸은 참나무목 가래나무과 히코리속 (Carya)에 속하는 피칸나무 (Carya illinoinensis)의 종자입니다.
피칸나무는 미시시피 강 유역의 미국 남부와 멕시코 북부가 원산지로, 종명 illinoinensis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일리노이 주 (Illinois)에서도 자생하지만 미국에서는 조지아 주, 뉴멕시코 주, 텍사스 그리고 미국 외에서는 멕시코에서 많이 재배됩니다.
'피칸 (pecan)'이라는 명칭은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 중 하나인 알곤킨어 (Algonquin)로 '돌로 깨는 과일'이라는 뜻으로 원래는 피칸, 호두, 히코리속의 다양한 열매를 통칭하는 말이었습니다.
피칸의 종자는 호두의 종자와 비슷하게 생겼고, 피칸나무와 호두나무는 둘 다 가래나무과에 속하지만, 두 나무는 각각 호두나무속과 히코리속으로, 속 단위에서부터 구분됩니다.
피칸은 고소한 맛이 있어 피칸 파이 (pecan pie)를 비롯한 다양한 음식에 사용되며, 불포화지방산과 망가니즈, 마그네슘, 아연, 비타민 B1, 비타민 B5가 풍부합니다.
(4) 캐슈넛 (cashew nut)
자라고 있는 캐슈 열매, 성숙한 캐슈 열매, 캐슈넛 내부 구조, 캐슈넛 중 식용 부분
캐슈넛은 무환자나무목 옻나무과 캐슈나무속 (Anacardium)에 속하는 캐슈나무 (Anacardium occidentale)의 종자입니다.
캐슈나무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종명 occidentale는 '서양'이라는 뜻입니다.
'캐슈 (cashew)'라는 명칭은 브라질 해안 지역의 원주민인 투피족 (Tupi people)가 쓰던 고대 투피어 단어 acajú (스스로 생산되는 견과류)가 포르투갈어 acaju/caju로 유입되었다가 영어에서 cashew로 된 것입니다.
캐슈넛은 고소한 맛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음식에 사용되며, 불포화지방산과 단백질, 식이섬유, 구리, 망가니즈, 마그네슘, 아연, 인, 철, 셀레늄, 비타민 B1, 비타민 B6, 비타민 K 등이 풍부합니다.
캐슈넛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코트디부아르드록국인데, 2022년 기준으로 전세계 생산량의 25.2%를 생산하였고, 그 뒤를 인도 (19.5%), 베트남 (8.9%), 필리핀 (5.6%), 탄자니아 (5.6%) 등이 이었습니다.
캐슈나무에서 콩팥 모양으로 달린 게 캐슈넛이고, 종모양으로 크게 부풀어 오른 것은 캐슈 애플 (cashew apple)입니다.
캐슈넛이 실제 열매로서 종자를 감싼 안쪽~바깥 열매껍질을 모두 가지고 있고, 캐슈 애플은 줄기 부분이 부풀어 올라서 생긴 헛열매입니다.
캐슈넛의 열매껍질에는 독성 물질인 아나카르드산 (anacardic acid)이 있기 때문에, 캐슈넛의 열매껍질을 제거한 뒤 볶으면 안전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한편 캐슈 애플도 과즙이 많기 때문에 캐슈넛과 별도로 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5) 피스타치오 (pistachio)
자라고 있는 피스타치오 열매, 성숙한 피스타치오 열매, 피스타치오 열매 (열매 전체, 안쪽 열매껍질까지 남긴 상태, 피스타치오 중 식용 부분)
피스타치오는 무환자나무목 옻나무과 피스타치아속 (Pistacia)에 속하는 피스타치오나무 (Pistacia vera)의 종자입니다.
피스타치오나무는 이란이 원산지로, 종명 vera는 '진정한, 진실된' 라는 뜻입니다.
'피스타치오'라는 명칭은 중세 페르시아어 pistakē -> 그리스어 πιστάκιον (pistákion) -> 라틴어 pistācium -> 이탈리아어 pistacchio로 된 것에서 유래합니다.
피스타치오는 고소한 맛과 향기를 가지고 있어 아이스크림, 바클라바 (baklava)를 비롯한 다양한 음식에 사용되며, 불포화지방산과 단백질, 식이섬유, 망가니즈, 인, 마그네슘, 철, 아연, 비타민 B1, 비타민 B6, 비타민 E 등이 풍부합니다.
피스타치오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미국인데, 2022년 기준으로 전세계 생산량의 39.0%를 생산하였고, 그 뒤를 이란 (23.5%), 튀르키예 (23.3%), 중국 (8.0%), 시리아 (4.4%) 등이 이었습니다.
한편 피스타치오 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껍데기는 안쪽 열매껍질로서, 얇고 부드러운 중간~바깥 열매껍질을 벗기면 나오는 부분이며, 딱딱한 겁데기를 벗기면 우리가 먹는 부분이 나옵니다.
(6) 마카다미아 (macadamia)
자라고 있는 마카다미아 열매, 마카다미아 열매의 내부 구조, 마카다미아 중 식용 부분
마카다미아는 원래 프로테아목 프로테아과 마카다미아속 (Macadamia)에 속하는 4종의 식물의 열매를 의미합니다.
마카다미아속에 속하는 4종의 식물로는 Macadamia integrifolia, Macadamia tetraphylla, Macadamia jansenii, Macadamia ternifolia가 있는데, 이 중 우리가 상업적으로 재배하여 먹는 것은 Macadamia integrifolia, Macadamia tetraphylla이며, Macadamia jansenii, Macadamia ternifolia는 종자에 청산 배당체가 있어 먹을 수 없습니다.
마카다미아는 오스트레일리아 남동쪽의 퀸즐랜드와 북동쪽의 뉴사우스웨일즈가 원산지이며, Macadamia integrifolia x Macadmia tetraphylla의 하이브리드 내지는 Macadmia tetraphylla가 많이 재배됩니다.
'마카다미아'라는 명칭은 독일계 오스트레일리아인 식물학자인 페르디난트 폰 뮐러 (Ferdinand von Mueller, 1825-1896) 남작이 1857년에 스코틀랜드계 오스트레일리아인 화학자이자 정치인인 존 마카담 (John Macadam, 1827-1865)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입니다.
마카다미아는 고소한 맛과 단단한 식감이 있어 다양한 음식에 사용되며, 불포화지방산과 단백질, 식이섬유, 망가니즈, 마그네슘, 철, 인, 비타민 B1 등이 풍부합니다.
오늘날 마카다미아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국가는 의외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며,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미국의 하와이에서도 많이 생산됩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마카다미아의 인지도가 크게 올라간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2014년 12월에 발생한 대한항공 086편 이륙 지연 사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입니다.
'땅콩 회항'이라는 별칭이 있지만 마카다미아는 프로테아목 프로테아과 마카다미아속에 속하며, 땅콩은 콩목 콩과 땅콩속에 속하기 때문에 '목' 단위부터 다른 견과류입니다.
또한 마카다미아는 핵과의 종자, 땅콩은 협과 (꼬투리 열매)의 종자로 둘 다 식물(형태)학적인 견과류는 아니지만 음식으로서의 견과류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식물(형태)학적인 견과류는 아니지만 음식으로서의 견과류 중 협과, 삭과, 겉씨식물의 종자를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전글
|
첫댓글 ㅋㅋㅋ넘 재밌는 글이당
안그래도 오늘 견과류 먹으면서 궁금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 이런게 진짜 흥미돋....